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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사용 때 주의점
항생제 사용 때 주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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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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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사용의 두 번째 규칙 ②

 

올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 테마는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이다. 세계 곳곳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다제내성균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 OECD 가입국의 항생제 사용량 비교 결과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벨기에와 함께 1위다.

항생제의 과다 사용은 다제내성균의 출현 및 제어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

항생제 사용의 첫 번째 규칙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ICU Book, Paul L. Marino)이라고 했다. 감염 및 내성관리, 그리고 환자의 예후와 생존을 위해 이 규칙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항생제 사용의 두 번째 규칙'이라는 제목 하에 국내 항생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4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미숙 경희의대 교수 (경희대병원 감염내과)

▲ 이미숙 교수(경희의대 감염내과)
Paul Marino는 중환자 치료를 위한 교과서에서 "항생제 사용의 첫 번째 규칙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기술을 하고 있다. 항생제는 임상적으로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균 감염으로 인한 중증 질환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최대용량으로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항생제를 사용하고자 할 때 병원균 및 감염부위에 따라서, 또는 입원환자인지 외래환자인지에 따라 사용할 약제가 달라지며 이밖에 또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항생제 치료에 의한 건강회복과 생존이라는 이점을 최대화하고 이상 반응, 내성 발생 등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감염증 치료의 원칙

감염증 치료의 원칙은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감염 질환이나 확인된 원인균에 대해 치료 효과와 감수성이 확인된 가장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다.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서는 1) 원인 병원체, 2) 환자의 특성, 3) 항생제 등 3가지 요소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항생제 사용 때 주의점

항생제 선택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감염 질환을 일으킨 원인 병원체를 알아야 하며 그 병원체의 항생제 감수성도 파악해야 한다.

먼저 내성균에 대한 효과가 있어야 하며 다제내성균(multi drug resistance)에도 효과적인 약물이어야 한다. 피부연조직·복강·골반·두경부 감염 질환에서 원인균이 확인되지 않는 예가 흔한데, 이 경우에는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가 입증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리고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안전한 약제를 적절한 용량과 방법으로 투여하여야 한다. 감염부위에서 충분한 치료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약물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항생제의 약물동력학적, 약력학적 특징을 고려하여 투여경로와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

또 환자의 연령, 임신 수유, 간기능 신기능 장애, 병용 약제와의 상호작용 등 임상적 특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1차 항생제 선택의 중요성

1차 치료제로 어떤 항생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삶과 죽음의 차이만큼 크다.

2008년 Kollef가 Ches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총 431명의 인공환기관련 폐렴 환자에게 처음부터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1차 치료제가 적합하지 않았던 환자들의 사망률이 약 1.6배 높았다(30.0% vs. 18.3%, p=0.013).

복합성 연조직 감염, 복합성 복부 내 감염처럼 배양 양성률이 낮으면서 치사율이 높고 입원기간 및 회복기간이 긴 감염의 경우 경험적으로 약물을 투여할 때는 항생제 선택에 어떤 제한이 따르는지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1차 치료제로 넓은 항균범위를 가지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1차 치료 실패 또는 경험적 치료에서 임상적으로 실패했다면 두 번째 항생제의 선택 시에라도 내성균 및 다제내성균에 유효한 항생제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분리되는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에서 메티실린(methicillin)내성이 88.9%, 대장균(Escherichia coli)에서 3세대 세팔로스포린 약제 (cephalosporin) 내성이 43.0%,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내성이 53.9%,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의 이미페넴(imipenem) 내성이 54.3%로 보고되는 등 약제 내성률이 높고, 단일 약제 내성을 넘어 여러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다제내성을 보이고 있어 1차 항생제의 적절한 선택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2005년 뉴욕에서 카바페넴(carbapenem) 내성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전체 균혈증 환자의 14일 내 사망률이 47%에 달했다.

또 영국 등의 유럽에서 카바페넴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항균제에 대해 내성을 지닌 NDM-1 유전자를 가진 장내세균들에 의한 감염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숙주 방어기전에 이상이 없는 환자에서는 감염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항생제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항균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항생제들의 병용투여는 황색포도알균(S. aureus), 녹농균(P. aeruginosa), 장알균(Enterococcus spp.)에 의한 중증 감염 질환, 여러 균주에 의한 복합균 감염이나 중증감염 초기치료에서 병원체가 확인되기 전까지 효과적인 항균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다양한 병용처방과 단독처방의 비교연구에서도 병용용법은 이점보다는 항생제 간의 길항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lostridium difficile),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Enterococcus spp.), 칸다디아균(Candida spp.)에 의한 새로운 감염을 유발하는 균 교대 감염을 가져올 수도 있고, 신독성, 호중구 감소증 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병용요법은 패혈증, 심내막염, 중복감염(superinfection) 등에서 단독요법에 비해 치료 결과가 우수하지 않았고, 항생제 병용 요법이 두 약물 모두에 대한 내성균 발현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세균이 스트레스에 노출될수록 복제 과정에서 더 많은 변이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내성 발현율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효과가 우수한 광범위 항생제들의 등장으로 복합균 감염이나 중증감염에서도 단독 요법이 가능하다. 2009년 유럽미생물학회에서 발표한 유럽의 약 50개 의료기관에 입원한 25,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항생제 사용 실태 조사결과, 69% 정도가 단독 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1차 또는 경험적 항생제 치료 단계에서는 가능한 단독요법이 적절하고, 조기에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단독 요법이 가능한 초기 광범위 항생제에는 베타락탐계 복합제재(beta-lactam/beta-lactamase inhibitor: amoxicillin/clavalunate, ampicillin/sulbactam, piperacillin/tazobactam 등)들과 2008년 국내에 도입된 티제사이클린(tigecycline) 등이 대표적이다.

복합성 중증 연조직감염 및 복합성 복부 내 감염치료 약제로 도입된 광범위 항균제 티제사이클린은 초기 치료에 반응이 나쁠 경우의 2차 약제로 국내 보험에서 인정을 받았으며 신기능 장애, 혈액 투석을 받은 환자, 경증-중증도의 간 장애 환자 등에서 용량조절 필요 없이 단독 사용이 가능하며 항생제 관련 설사의 발생이 낮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항생제 치료의 효과 판정과 실패

항생제 치료의 효과 판정에서 해열 등의 임상적 판단이 중요시되어 왔다. 대부분의 세균 감염증은 항생제 투여 3∼5일 이내 효과를 나타내지만, 감염증에 따라 완전히 해열되는 데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어 해열 시기에 따른 판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열 이외에도 다른 임상증상의 변화와 검사 성적, 특히 추적 배양 검사를 통한 치료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권장된다.

항생제 투여에도 환자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몇 가지 원인을 고려하여야 한다.

1) 감염증으로 진단하고 항생제 투여를 하였으나 실제 진단이 감염 질환이 아닌 경우이다.

종양, 류마티스성 질환, 약제 등은 중요한 발열 원인이다.

2) 감염증이지만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 등의 항생제에 듣지 않은 미생물이 원인인 경우이다.

3) 분리된 균에 대해 내성인 약제, 감염부위로 잘 도달하지 못하는 약제 등의 적절하지 못한 항생제를 선택한 경우이다.

4) 처음에 선택한 항생제에는 잘 들었지만 치료 도중 내성균이 선택적으로 증식된 경우와 5) 이미 항생제의 투여 시기가 늦어 적절한 치료 시기가 놓쳤던 경우에도 항생제 치료에 대한 임상적 호전이 낮을 수 있다.

항생제 투여에도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성균 및 다제내성균에 유효한 항생제 선택을 고려하는 동시에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원인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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