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고려의대 교수팀, 턱없이 부족한 뇌사자 기증 간 사용범위 넓혀
이식에 사용될 뇌사자 간의 사용범위를 넓히는 '간이식 수술'이 성공돼, 이식장기를 보다 세분화해 사용하면 장기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에서 더 많은 환자에게 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김동수 고려의대 교수팀(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이 병원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버릴뻔 한 간 조직을, 사용가능한 이식환자를 찾아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한 것이다. 뇌사자의 간이식 대상은 보통 생명이 매우 위급한 환자에게 우선 배분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 간이식을 받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김 교수에게 간 이식을 받은 조병임 씨(60세·여)는 20년 가까이 B형간염과 이에 따른 간경화 치료를 받다가, 2009년 10월 간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심한 복수와 간성혼수·복막염 등 으로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2010년 7월 간암 진단을 받고 색전술을 3회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자녀는 B형간염 보균자였고, 배우자는 고령으로 간 기증이 불가능해 뇌사자의 간 기증만을 기다리며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조 씨는 심한 복수와 고열로 입원 중이던 5월 24일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했고, 이 기증자의 간은 또 다른 병원의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직검사 결과 60% 이상의 지방간 변성을 보여 위독한 환자에게는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30% 이상 지방간 변성이 나타나면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뇌사자의 간은 버려질 운명이었다.
이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들은 김 교수는 즉시 해당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를 직접 확인, 기증자의 간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간이식의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허혈시간·수술시간)를 적절히 조절하면 조 씨와 같은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간 적출수술을 실시했다. 다행히 조 씨는 입원중이었고, 수술을 받을 준비가 돼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간이식 대기자 10순위이던 조 씨에게 이 간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이미 이식을 포기한 1순위의 환자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정윤희 코디네이터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와 공조해 이 과정을 신속히 처리했다.
조 씨는 이식수술 후 20일이 지난 6월 16일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김 교수는 "미국·프랑스 등의 장기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평균 25명을 훨씬 넘는 반면 국내는 5명도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례는 뇌사자가 기증한 간의 사용범위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 도입돼 보다 많은 환자가 간이식을 통해 건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