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청진기 사이렌

청진기 사이렌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7.01 10:4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 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영상의학과)

일곱 천년 나라를 지켜 온 영령의 소리, 현충일 사이렌 소리는 수 만년의 조상을 인식하는 아뢰야식 유전자의 금을 복제하는 리보핵산이 된다.

아버지 생전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사이렌 소리 그건 바로 존재를 인정받는 소리였다.

현충일 아침 8시 어김없이 태양은 해운대 동쪽 바다에서 떠오르고, 해운대역사는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을 가로 막지 않았다. 좌천행 열차표를 발권하고도 40여분의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머리를 짧게 깍은 한 젊은 총각이 곁에 다가와 하소연을 했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듯 '삼 일 동안 물만 먹었다. 씨' 하고는 말꼬리를 올렸다. 다소 어눌하게 반말을 하는 그 젊은이의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천연스러웠고 순간 그가 정신 장애인 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25년전 4살 된 아들과 남천동 벚꽃 축제 구경 갔다 거기서 아들을 잃어 버렸던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 번잡한 인파 속에 아들을 찾느라 얼마나 헤매었던지 그 악몽이 지금 생생하게 떠오른다. 만약 그때 아들이 홀로 집을 찾아오지 아니했다면 지금 삼 일이나 밥을 굶었다는저 총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 밥 사 줄 것이니 아침식당으로 앞장 서거라'
그는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씩씩하게 앞장 서 걸었다.

해운대 백사장 근처 아침 국밥집, 아들과 다를 바 없는 이 총각 식탁에 앉자마자 수저통에서 숟가락부터 먼저 꺼내 식탁에 놓는다. 식당 아주머니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비시시 웃으면서 카드를 결제했다.

강릉행 무궁화 열차는 해운대를 출발하여 좌천역에 도착, 역사 텔레비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이 현충일 행사가 막 진행 되었다. 호국영령들에 대한 묵념, 칠천년의 역사가 서린 사이렌 소리가 한반도 남녁 땅에 울려 퍼졌다. 살아 있는 모든 영혼들은 그대 존재의 이유를 인정하는 사이렌 소리에 숨을 죽였으리라.

아버지 당신은 일본군으로 강제 징용되어 중국 하남성 옥산묘 전투에서 수류탄 파편에 오른 팔꿈치 부상을 입고는 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북경병원으로 이송되고 이듬해 광복을 맞아 고향땅으로 돌아 왔다.

아버지는 수차례 일본 영사관으로 잃어버린 저금통장과 신경통으로 변질된 팔꿈치 상처에 대한 보상 편지를 보냈으나 전쟁에서 겪은 모든 상처는 한일회담 당시 변상되었다는 답변만 받았다. 대한민국 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훈병원 한 번 찾아 가 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한을 품고 계셨다.

일본 땅에 합사된 우리 한국인의 젊은 영혼들 아직도 길 잃은 철새처럼 어둠 속에 방황하고 있을텐데. 이들을 위한 사이렌 소리는 누가 언제 울리려나.

아버지 산소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자칫하면 산소 가는 길마저 잃어버릴 지경이다. 풀 베는 소리 풀 쓰러지는 소리 베는 소리 사라지는 소리 사그락 사이락 사이랑 사이렌 사이레엥엥엥엥….

순천대 총장 자살.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

직장이건, 아파트건, 길거리건, 차안이건, 집안이건 나는 만나는 사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소리 내어 사이렌을 울렸다. 안녕하세요, 굿모닝, 하와유, 오하이오고자이마스, 오즈, 니하오, 밥묵었나, 어디가노, 봉주르, 여행안가나, 일찍나오셨네요, 휴가는, 나이스투미츄, 시유어겐, 굿텐모르겐, 좋은아침, 사랑해요, 하이, 내일비온데요, 날씨덥죠, 음식이 입에 들어 있을 때는 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두 손을 합장하기도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