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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희귀질환재단 출범에 즈음하여

시론 한국희귀질환재단 출범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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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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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주(아주대 명예교수 의학유전학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

필자는 6월 29일 한국희귀질환재단 출범을 앞두고, 한국희귀질환재단이 제 역할을 다하여 국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의협 회원인 국내 의사여러분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미 지난 2008년 의협신문에 '희귀질환 관리 위한 의료 인프라 구축해야'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지난 5년간의 희귀난치성질환 지원 정책을 살펴보고 향후 효율적인 희귀난치성질환 지원 정책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과 인증, 그리고 희귀질환 특성에 맞는 의료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 바도 있다.

정부에서는 희귀질환을 유병률이 2만 명 이하의 질병으로 정의하고 2001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 사업'을 시작하여, 그 대상 질환을 점차 확대하여 현재 133개 질환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09년 5월 21일부터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관련 고시를 개정, 시행함에 따라 그해 7월 1일부터 희귀난치성질환 환자 등록제를 시행하여, 입원 및 외래 본인부담율은 20%에서 10%로 인하하였다.

이는 정부가 수년전부터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 암질환 환자에서와 같이, 희귀질환 환자들도 등록제를 통해서 효율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정책으로 생각되지만, 암을 전문적으로 진단, 진료 관리할 전문 의료진이 충분히 확보되어있는 경우와는 달리, 국내 희귀질환관련 전문 인력에 대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점을 감안해볼 때, 본 사업을 통해 효율적인 희귀질환 관리 지원 정책에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질병관리본부 산하 '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설립하여 Helpline을 통해 희귀질환 정보 제공하고, '희귀난치성질환 지역 거점 병원' 지정하는 등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여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 전문 의료 인력 인프라의 부재와 정부 예산부족 등으로 국내 유병율을 포함한 질환의 현황과 그 특성 파악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희귀질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질환의 발생률이 매우 드물어(보통 수천에서 수만 명 중 한 명 골로 발현) 일반 의료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알려진 것만도 6000여종이 넘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고, 그 희귀성으로 말미암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효율적인 치료제의 연구 개발이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많은 경우 치명적이거나 난치성질환으로 장애를 초래한다.

또한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성질환으로 가족 내 재발되거나 대물림 될 수도 있어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사회·심리적 부담이 매우 큰 질환이기 때문에·희귀질환 진단 및 예방·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및 인증·연구 지원·유전상담 서비스 제공 등 포괄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필자는 1990년대 '희귀질환'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여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희귀질환 분야에서 매스컴을 통해 희귀질환의 실태를 알리고, ARS 모금방송을 통해 치료비 지원 기금을 조성한 것을 계기로 설립된 '한국희귀질환연맹'을 통해 지난 10년간 '사랑의 릴레이'를 통하여 '희귀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 을 선도해 왔으며,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좀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2010년 6월 28일 의료·복지·특수교육·언론 분야 전문인 및 환우회 대표 등과 함께 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기존의 기업재단이나 소수의 부유층에 의해 설립된 재단들과는 달리 뜻있는 개인·단체·기업 등이 참여한 순수공익법인으로써, 기본 재산이 소액으로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로부터 올 해 5월 12일 재단 설립 인가를 받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재단법인 인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그 어려운 순간들을 견뎌가면서 재단을 출범할 수 있었던 힘은 2002년 부산에서 얼굴도 모르는 한 여인이 사랑하는 처녀 딸의 시신을 보내왔고, 2004년에는 남편의 시신을 보내면서 "제발 이 유전병(소뇌척추실조증 제7형)에 대해서 연구해 달라"고 부탁해왔던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아직도 사랑하는 딸과 남편을 보내야만 했던 한 아내 한 어머니의 절규가 내 귀에 울리고, 지난 17년 동안 필자가 직접 만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염원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희귀질환의 특성 중 하나인 유전성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가족 내 재발 및 대물림으로 인한 사회 심리적 부담을 "유전상담"을 통해 예방하는 것은 희귀질환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전상담(Genetic Counselling)이란 유전성 질환이나 선천성 이상, 그 외의 유전자연구 및 검사 분야에서 환자나 그 가족에게 의학적, 유전적 정보를 제공하고 심리 및 사회적으로 관련되는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통해 환자나 그 가족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방향성을 결정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 임상 실천과정의 하나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70년 부터 유전상담이 보편화되어 유전질환으로 진단될 경우 효율적인 관리와 심리 사회적 부담을 극복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유전상담을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유전상담은 임상유전의료 전문 서비스의 일환으로 유전상담사의 교육과 수련과정 및 인증이 제도화 되어 있는 특수전문 의료서비스이다.

특히 최근에는 21세기의 유전의료시대에 요구되는 생명 유전 정보 관리를 위해서 유전상담의 필요성과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유전상담이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 사업에 포함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 국내 의료 급여 체제에서는 유전상담에 대한 코드도 잡혀있지 안고, 급여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유전상담에 대한 교육과 수련 경험이 없는 개원의(대학병원 교수 포함)들이 상당한 시간(최소 30분)이 소요되는 유전상담을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서 제공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희귀난치성질환의 효율적인 관리와 예방 차원의 유전상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희귀질환으로 말미암아, 가정이 붕괴되고 때로는 "사회적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전질환을 가진 희귀질환 환자들의 자조 모임(환우회) 등에서 유전상담 서비스를 빈번하게 요청해오고 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는 모체가 되는 한국희귀질환연맹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활동 노하우와 현장에서 파악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 (unmet needs)를 바탕으로 향후 '유전상담 서비스 지원', '효율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R&D 연구 지원' 등을 주요 목적사업으로 하여 활동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희귀질환은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민건강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조기진단과 유전상담을 통한 효율적인 관리와 예방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치료제 개발의 부재로 인한 난치성 불치병인 희귀질환의 효율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에게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을 위한 한국희귀질환재단의 목적사업을 추진하는데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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