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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정보, 공익적 이용은 어디까지?" 논의 분분
"환자 정보, 공익적 이용은 어디까지?" 논의 분분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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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연, 17일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따른 의견 수렴 토론회
"전원 등 일정 상황 공유…의료기관 특수성 고려해야"

▲17일 서울의대 암연구소에서 열린 보건의료 정보화 및 공익적 연구 활용을 위한 토론회.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가 병원을 옮기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대형병원 응급실에서는 프로세스에 따라 정해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환자가 며칠 전 받았던 것과 동일한 검사이지만, 전원을 감행한 이상 중복검사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까닭이다.

오는 9월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의료기관에서 수집하는 환자 정보를 ‘공익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인지, 공익적 이용이 우선인지에 대한 가치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7일 서울의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보건의료 정보화 및 공익적 연구 활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허대석 보의연 원장은 “우리나라는 개별 의료기관은 정보화가 잘 돼 있지만, 다른 병원으로 가면 아무런 정보가 없어 불필요한 진단 프로세스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그런 경우 환자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개인은 본인의 의료정보 수집·가공·이용 등에 대해 동의를 통해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이 때 환자의 의식불명 등 동의가 불가능한 응급상황에서 의료정보를 수집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전 동의의무에 따라 예외가 인정된다(제15조).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박광진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환자는 열람요청권, 정정요청권, 동의철회권 등을 광범위하게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환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열람수요가 증가해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의료정보의 보존기간 설정 및 파기 여부 등은 의료기관 및 관련 협회를 통한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정보는 환자 진료기록과 같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민감성을 가지면서도 치료목적 등을 위해 병원·약국·보험회사 등 여러 관련 기관에서 공유할 수 있는 활용성을 내포하고 있다. 보호 필요성과 동시에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용 활성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토론자들은 의료정보의 특수성을 감안한 활용에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정보 보호의 수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배종면 보의연 연구위원은 후향적으로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5호에 근거해 시행령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영성 의학연구정보센터장은 “개인정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의를 위해 본인 정보를 활용하는 데 기꺼이 동의하는 사람도 국민의 3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면서 당위성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노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신현호 변호사는 “정보 활용으로 중복검사를 없앨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개인정보가 일단 노출되면 회복될 방법이 없다”며 “건강정보 활용은 그 개인을 치료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그쳐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지금 논의는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별도의 건강정보보호법을 만들어서 적법적인 절차에서 연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현재 국회에 건강정보보호법이 계류 중이고, 과거에도 수차례 유사법이 법사위까지 통과된 적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대의견이 많아 번번이 자동 폐기됐다”며 “정보 보호에 필요한 인력·시스템을 우선적으로 투자해 올바른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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