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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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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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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 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최근 커뮤니티에는 2011년 7월부터 실시 예정인 당뇨약 급여기준 고시개정안과 관련하여 고민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당뇨약제의 처방 변경을 요하는지, 추가적인 검사나 소견서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여러 질문과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전에도 급여기준과 관련된 고시개정은 수차례 있었지만 어째 이번에는 관심이 좀 유별나다. 보건기관에서 당뇨병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만큼 섣불리 진료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는 전남 해남군과 경기 용인시 등 일부에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액을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부담시키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현재 해당 단체에서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여 심사조정된 금액을 손해로 보고 처방을 한 의사 개개인이 이에 대한 변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관련 공무원들로서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세외수입을 보전하고 재정절감을 기대하겠지만 적절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08년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500명 가운데 '진료비를 삭감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94.8%에 달했다. 의료인들이 실수투성이의 집단이거나 부도덕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기 보다는, 급여기준만을 준수해서 진료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필요한 경우 환자의 건강을 위해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소신껏 진료하겠다는 의지(意志)의 반영이다.

따라서 당연히 일반 병원에서는 이러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지우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다만 심사기준과 급여청구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고 많은 금액의 환수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교육하는데 주안을 둔다.

현재 직무수행상 경과실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국가배상법 제2조와 관련 판례가 존재한다. (공무원 개인에게만 배상책임을 부담시킨다면 이로 인하여 공무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공무원이 자기방위를 위하여 필요·적절한 공무조차 회피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활한 공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가진 조항이 있음에도 굳이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다.

전에 이야기 했듯이 보건소에서 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시행하거나, 진료 자체를 축소하면 이와 관련된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운 환수액에 대해 예산을 별도로 세우는 것 보다는 현재 공중보건의사들의 진료로 발생하는 수입(본인부담금 혹은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손실로 보고 상계 처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지금처럼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이러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에 의료공백을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백억원대의 약제비 환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병원에서 관련금액에 대해 각 교수님들께 책임을 미루는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자. 아마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작은 비용에 연연하다가 지역주민의 보건의료에 큰 누를 끼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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