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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행복한 오늘을 위하여

청진기 행복한 오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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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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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한국 사람들은 흔히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중,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행복이리라 믿고 하루종일 학교·학원·과외에 시간을 보내며,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믿고 쉴 새 없이 '스펙'을 쌓는다.

한편으로는 내 자식이 훌륭하게 자라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요 의미라고 믿고 모든 것을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수많은 부모들도 있다. 과거로부터 줄곧 수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오늘의 나를 희생해야만 내일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하는 바는 그런 행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로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만을, 좋은 직장을 가지는 사람을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사람들은 늘 행복할 수 없다는 고통에 시달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지만 행복지수는 꼴찌인 어린 학생들,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거대한 목표 앞에서 오늘의 불행에 절망하고 삶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말하는 현실의 문제는 비단 그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진정 개인의 가치와 행복은 사라지고, 극소수만이 스스로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승리를 독식하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정글이 되어버린 셈이라고 할만하다.

의사가 성장하는 과정도 위의 이야기에 아주 잘 부합한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울 지라도 어쨌든 버티고 과정을 마치면 보상을 받는다'라거나 '그 모든 것은 행복한 내일을 위한 당연한 희생이다'라는 식의 생각이 의사에 대한 사람들의 흔한 생각이며,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에 있는 의사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 불만족함에도 그러한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희생의 과정 끝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새로운 희생을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게 반복되는 자기 희생의 끝에 찾아오는 행복의 상당 부분은 결국 공허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행복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사회구성원의 역할이라는 보다 넒은 시각에서 보아도 '오늘의 희생'의 당위성은 취약하다.

희생이 전제된 희망은 항시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가 전제가 되며, 결국 좁은 성공의 관문을 향한 무한한 경쟁이 계속되어 신뢰나 화합은 점차 깨지고 말 것이다.

더구나 의사는 단순히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의료 기능인의 역할이 아닌 환자의 삶의 전반에 관한 충분한 이해를 그 사람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스스로 불행하고 힘겨운 환경을 헤쳐나가기도 벅찬 상황 속에서 타인을 삶까지 이해할 수 있는 내면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희생에 대한 보상만을 바라는 의사들이 많아진다면 의료 사회의 질서도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높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에게도 행복할 권리는 있다.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당장 모두가 오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강요받는 수많은 전공의들이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한 오늘을 위하여, 모두가 인식을 바꾸고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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