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한국인 선교사와 고려대 안암병원 도움으로 한국에서 수술
5월 7일 이역만리 마다가스카르의 오지에서 일주일에 걸쳐 한국을 찾아온 한 여인이 인천공항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이 여인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부터 움켜쥐어야 했다. 외국인의 체취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심한 지린내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26세 꽃다운 나이에 멀고먼 한국에 찾아온 플로레트 마나드레이(Florette Manadray),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다가스카르는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에서 동물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무인도로 묘사됐던 바로 그 곳이다. 물론 실제로는 2000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엄연한 국가다. 한국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까지는 비행기로 이틀이 걸린다. 플로레트의 고향은 그곳에서도 한시간 반을 비행기를 타고 들어간 후 또 3~4일은 걸어서 가야하는 암파시남부라는 오지다. 길이 없어서 교통수단이 걷는 방법밖에 없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된 외과전문의이자 마다가스카르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이재훈 씨(고려의대 51회 졸업)는 수술 및 치료가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의 수술을 실시했으나,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의료시설도 부족해 결국 모교인 고려대 안암병원에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체류비·항공료 등은 이재훈 씨가 후원하기로 했고, 막대한 금액의 진료비와 간병인은 고려대 안암병원과 유경재단이 함께 지원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플로레트와의 의사소통이었으나, 마침 안암병원에서 연수받고 있던 마다가스카르의 의사 페르난드(마취통증의학과)가 통역을 자청했다.
난관은 또 있었다. 처음 이정구 교수(비뇨기과)가 계획했던 수술법에 대해 의사 페르난드가 난색을 표한 것. 이정구 교수는 방광과 자궁의 천공(구멍)을 막은 후 배 옆구리로 인공요도를 연결해 소변을 배출하는 수술을 실시하고자 했다. 원래의 요도나 방광입구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인공요도를 통해 카테터를 넣어 하루에 네 번 소변을 밖으로 빼줘야하는데, 마다가스카르의 위생상태나 의료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정구 교수는 고민끝에 정공법을 택했고, 뭉개진 요도를 찾아 그 일부를 겨우겨우 살려내고 방광과 자궁의 구멍을 막은 후 인공관을 통해 요도와 방광을 연결하는 7시간에 걸친 대수술에 들어가, 요도를 통해 소변을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방광과 요도의 조직이 너무 약하고 좋지 않아 혈액순환이 미흡해 조직이 충분히 살아나고 있지 않고 있고 인공관과 요도및 방광이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아 수술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술 덕분에 지린내는 완전히 사라졌고 일부 새고있는 소변 역시 조직이 살아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술 후 비뇨기과 병동의 유명인사가 된 플로레트의 항상 웃는 얼굴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주변 환자들은 너도나도 플로레트에게 먹을 것을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이정구 교수도 한국음식이 맞지 않을 것을 걱정해 플로레트가 좋아하는 생선요리를 직접 공수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가 달라진 모습을 가족과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대에 부풀어 있는 플로레트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음식도 잘먹고, 걷기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 그리고 이정구 교수님, 나를 더 이상 오줌싸개 외톨이가 아닌 예전의 아름다웠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