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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통큰의원과 通하고 싶어요

청진기 통큰의원과 通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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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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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 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안녕하세요. 통큰보건지소에서 내과 진료를 맡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C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진료인원이 70명 정도 되네요. 잠시만요, 이번 달로 만 65세가 되신 어르신 한 분께서 처방전 1장을 들고 내원하셨거든요.

몇 년 동안 옆 동네 의원에 꾸준히 다니셨다는데 뭔가 서운하셨나봐요. 네? 할머님, 그게 아니라구요? P 원장님도 참 친절하시고 혈당도 잘 조절되고 병원도 다 마음에 드시는데 보건소가 공짜라서 이리로 오셨다구요?

한 대형마트에서 등장한 통큰치킨은 논란 속에 일주일여 만에 사라지고 말았지만, 현재까지도 여러 업체에서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단순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통 크고 가격까지 저렴한 '착한' 상품들이겠지만, 대기업과 중소자영업자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큰의원'들은 줄어들기는커녕 경쟁적으로 자꾸 늘어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대형마트처럼, 최근에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보건기관들은 쾌적하면서도 가격경쟁력도 월등하다.

국비 등 예산 지원을 받아 각종 의료진단기기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일부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값싸게 활용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진료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덧붙여지면 통큰 진료는 더욱 쉽게 가능해진다.

대부분 시군구의 경우 보건기관에서 진료 시 환자 본인의 부담금이 500원에 불과하며 65세 이상의 어르신들께는 이 비용도 대부분 감면해 주고 있다. 여기에 각종 검사가 더해져도 몇 천원 수준에서 가능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 예산으로 약제비 본인부담금까지도 지원해주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진료를 받고 똑같은 약을 처방받았는데 보건소와 인근 의원사이에 몇 백원에서 몇 만원까지 차이가 나다보니 당연히 환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계 내의 비난의 화살이 엉뚱하게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쏠리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최대한 방어적으로 진료하면서 감당이 불가능한 환자를 민간의료기관으로 전원(transfer)하는 신공을 발휘하는 것이 덕목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문제를 조금 단순하게 봤으면 한다. 체급이 다른 보건소와 의원이 같은 환자 군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나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진료 외의 예방과 교육사업 등 업무에 좀 더 집중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체질 개선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보건기관만 별도의 수가를 통해 요양급여청구를 하는 현재의 상황과, 예산을 통해 차별적으로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주는 경우라도 개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무의촌이라 불릴만한 도서·벽지·특수기관에만 진료 업무를 남겨놓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의료취약계층에 진료 행위를 국한하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 분담이 환자들에게 차별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필수예방접종비용 전액지원사업과 같이 바우처의 형태로 환자가 원하는 기관을 선택하여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형마트 최종진화의 시나리오 중에 다수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 그리고 비정규직 계산원(캐셔)으로의 전환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다.

최근의 화두인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에 대입해 보자면, 의원과 2차병원 상당수가 도태되고 보건(지)소, 의료원·대학병원·기업병원으로 이원화된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인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 이건 좀 오버인가?

공중보건의사 C 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통큰보건지소는 주변에 의원이 10개나 있는 관계로 문화센터로 탈바꿈 했습니다. 진료업무에 대한 비중이 줄면서 처음에는 다들 뭘 해야할지 굉장히 난감했는데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어르신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 아이템을 짜내느라 요새 아주 정신이 없답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지도·감독권을 위임받아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이나 보건진료소를 돌아다니기도 하시더라구요. 전국적으로 개원의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공보의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참, P 원장님은 폐업까지도 생각하셨는데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疏通하는 보건소가 되었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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