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의협 종합학술대회서 전공의 근로실태 공개
"평균 시급 5620원…아랫년차 업무 편중 심해"
일선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대형병원의 병상수 과잉에 따른 부적절한 인력 활용 문제를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나섰다. 병상수를 늘리는 만큼의 전문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전공의 업무가 갈수록 과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배정 전공의(동아의대 정신과)는 1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스카이락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33회 종합학술대회 '전공의의 현재와 미래' 세션에서 전공의 수급 문제를 분석하며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부산지역 대표 및 대외협력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는 "대형병원에서 환자수가 늘고, 병상을 증설하는 등 인력 채용 증가요인이 발생해도 그 인력을 전공의로 충원하려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전공의는 "이는 전문의 취득 후 취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피 과목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감소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면서 "1~2년 사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보다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경영 위주 전공의 수급 "해법 모색해야"
증가하는 업무에 대해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기보단 전공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전협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공의의 평균 시간당 급여는 주당 111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계산할 때 약5620원이다.
김 전공의는 "의료업무 전반에 있어서 다른 의료직종 외에 전공의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성이 가장 높다. 지시에 따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순응적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아랫년차의 전공의나 인턴에게 당직 업무가 편중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해당 진료과 전문의 외에 입원환자 담당 전문의를 확충해 전공의가 돌봐야할 1인당 입원환자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보다 합리적인 근무시간 범주를 정해 과도한 전공의 의존을 줄여나가면 환자 안전도 그만큼 담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패널로 참여한 왕규창 교수(서울의대 신경외과)는 "전공의 교육이 병원 경영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경직성이 강화되고, 변화 주체와 동기가 결여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전문의가 필요해서 (전공의) 정원이 있는 게 아니고, 전공의가 필요해서 정원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로 재직 중인 그는 개선방안으로 ▲인턴제 폐지 ▲진료먼허 제도 도입 ▲수련기간 조정 ▲근무환경 개선 등 4가지를 들면서 "향후 다년간의 준비를 통해 환자 안전이 문제될 수 있는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