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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 환아의 삶까지 곧게 펴주는 멘토

척추측만증 환아의 삶까지 곧게 펴주는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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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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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고려의대 교수(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꿈은 어깨와 휘어진 등으로 인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근육병,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척추측만증 환아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 주고 있는 고대구로병원 서승우 교수.

그는 장애시설 척추측만증 무료검진 사업을 하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아를 대상으로 무료로 수술을 해주고 있다.

그는 휘어진 뼈를 곧게 만들어주는 수술을 하는 의사를 넘어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멘토이자 조력자였다.

글·사진 = 김지희

"척추측만증은 뇌_신경이나 근육성 질환을 앓고있는 환아들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뼈가 휘어진 것이 위험해 보이지만 실상은 휘어진 척추가 심장과 폐같은 중요한 장기를 눌러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거죠.

이 상태로 오래두면 복부 장기 압박으로 위산이 역류되어 위궤양이나 식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약해진 폐기능으로 호흡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휘어진 뼈에 눌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기들의 위치를 잡아주어 조금 더 잘 먹고,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서승우 교수가 기적의 손이 되어주고 있다.

1999년 5000만원이 넘는 사제를 털어 척추측만증 진단용 차량을 구입, 검진활동을 펼치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척추측만증재단을 설립하고 척추측만증연구소를 통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시설에 있는 척추측만증환아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그런데 척추측만증 수술비는 1000만원이 넘는 고가죠. 이렇다 보니 병을 알고도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게끔 후원조직과 연결해주고 지원해주는 일을 척추측만증연구소를 통해 진행하고 있어요."

 
그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장애시설을 찾아 무료검진을 한다.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중증인 이를 중심으로 수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간혹 수술을 한다고 해서 100%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덜 휘어진 몸을 만들어주고자 수술을 해야 하냐며 고개를 젓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서 교수는 "살리려면 제대로 살려야지"하며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소위 웰빙병이 나타나고 있잖아요. 비만이 질병으로 인식되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합니다. 하지만 장애시설 아이들은 아직 그런 부분과는 거리가 있어요. 여전히 생존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장애시설에 있는 환아들의 실상을 설명하던 서교수는 이제는 장애환우의 좋아진 생활 환경 만큼이나 건강의 질도 높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개인이 아닌 사회와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육병이나 뇌성마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이 24시간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돌보는 가족의 삶도 힘겨울 때가 많다. 서승우 교수는 이 환아와 가족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시설을 갖추는 꿈을 갖고 있다.

수술 전(좌), 수술 후(우) 모습
그 꿈을 위한 첫 단추로 2010년, 고대구로병원 근처에 '민들레 쉼터'를 오픈했다. 은퇴 후 무료수술을 하며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것이라 웃으며 말하는 서승우 교수.

"우리나라 근육병 환아들은 대부분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제가 생각할 때 이 아이들에게 좀 더 필요한 것은 사는 동안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한 마음을 충만히 가질 수 있는 문화, 예술과 정서 함양이 병행되는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서 교수의 의지가 반영돼 설립된 것이 바로 민들레 쉼터다. 근육병 장애우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물리치료, 호흡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공부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간 이 날도 검정고시를 치른 장애아동의 합격 발표를 앞두고 있어 민들레쉼터 직원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민들레쉼터는 현재 장애인 주간보호시설로 낮에만 장애 환우를 돌보지만 향후에는 교육, 치료, 재활, 기숙이 모두 이뤄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서승우 교수의 희망사항이다.

아울러 이제 그의 척추측만증 수술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을 위해 의술을 펼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제3세계 국가 내에서 척추층만증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키우는 후학활동도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의사 생활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어요. 그 때마다 마음의 후유증이 너무 컸어요. 이를 극복하는 길은 의사로서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사의 숙명같은 것이죠."

그는 학생들에게 의술뿐만 아니라 의사의 역할에 대해 잊지 말라 당부한다. 의사가 되면서 마음으로 느꼈던 히포크라테스선서를 기억하라고. 사회공헌은 의사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가르침을 통해 이 땅에 더 많은 슈바이처를 길러내고 있었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히포크라테스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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