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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서태평양지역 '보건의 날 기념식'에 다녀와서

WHO 서태평양지역 '보건의 날 기념식'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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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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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세계보건기구(WHO)는 1948년 4월 7일 출범했다. WHO는 생일을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로 정하고, 세계 각국에서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9년 8월 17일 회원국이 됐다. 당시는 미 군정청 시절이었는데 군정청 보건부장이던 이용설 박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미국인 보건부장이 WHO에 관여하고 있어 빠른 시일내에 회원국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UN회원국이 아니었던 나라로서는 WHO와의 인연이 대단히 깊다고 할 수 있다.

WHO는 전세계를 6개 지역으로 나누고 있는데 한국은 서태평양지역(Western Pacific Region)에 속한다. 서태지역에는 37개국이 있으며, 지역사무처(WPRO)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다. 사무처장의 임기는 5년이며, 한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역대 처장 선거는 언제나 대단히 치열했다. 1988년 9월 한국인으로 처음 사무처장에 선출된 한상태 박사는 1989년 2월에 취임, 연임을 거쳐 10년간 근무했다.

신영수 처장도 치열한 선거를 거쳐 2009년 2월 취임했다. 세계 보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신 처장의 초청을 받고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것이 4월 6일 정오경. 경희의대 교수와 용인정신병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병원 고문으로 있는 구도서 박사와 동행했다.

용인정신병원에는 WHO 협력연구소가 있어 구 박사는 WHO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신 처장은 세계 보건의 날 기념식과 신청사 준공을 축하하는 자리를 함께 마련했다.

WHO 서태지역 사무처 네 가지 사업 역점

 
신 처장은 새로 증축한 회의실에서 구도서 박사와 전날 도착한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WHO 집행위원회 부의장·UNAIDS 특별보좌관)와 필자를 위해 WPRO에 관한 여러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브리핑했다.

WPRO에서는 ▲UN의 새천년 발전목표(United Nation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달성 ▲보건안전(Health Security)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보건체계(Health Systems) 등 네 가지 역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2000년 9월 187개국의 정상과 정부대표가 UN본부에 모여 채택한 '새천년 발전 목표'는 2015년까지 빈곤 퇴치·초등교육 완전보급·남녀평등 촉진 등 8개를 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보건에 관련된 과제는 소아(5세 이하) 사망률 감소·모성사망률 감소·에이즈 및 말라리아 등 질병 소탕·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장 등이다.

신 처장은 소아사망률 감소와 말라리아 퇴치에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지만, 모성사망률은 아직 문제가 많다고 했다. 보건안전은 급성 인플루엔자나 에컨대 일본 대지진의 경우와 같은 응급상태에 따르는 각종 보건과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비감염성 질환은 암·당뇨병·고혈압 등 비감염성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보건체계는 서태평양지역에는 중국과 같이 거대한 인구를 가진 나라가 있는 반면 2만∼3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도 많아 각 나라의 실정에 알맞은 효율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확립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감동적인 WPRO '세계 보건의 날' 기념식

7일 오전 WHO 합창단의 'What a Wonderful Wold'로 막을 올린 기념식은 감동적이었다. 합창도 잘 했지만 새로 꾸민 강당(Conference Hall)은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예술적이고, 효율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서울의대 학생시절 메디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신 처장의 예술적 감각과 인간적인 성품을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신 처장의 기념식사는 일품이었다. 사무처장(Regional Director, RD)으로서의 포부와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기념식에서 한상태 명예처장·로무알데즈 전 필리핀 보건장관·필자가 축사를 했다. 한 박사의 영어 축사는 정평이 나 있다. 우선 청중을 웃기는 것으로 시작해 유머를 섞어가며 진행하는 그의 축사에 필자는 언제나 경의를 표하고 있다.

필자는 축사를 통해 디 박사(1965∼1978년)·히로시 나카지마 박사(1978∼1988년)·한상태 박사(1988∼1998년)가 처장이었을 시절 빈번하게 마닐라를 방문하던 당시를 회고했다.

특히 디 박사 재임 당시 1972년 서울의대에 의학교육연수원(National Teacher Training Center)을 설치하는데 많은 지도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Regional Teacher Training Center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사우스웨일스대학에 설치됐으며, National Center는 서울의대 의학교육연수원이 이 지역에서 최초로 설치됐음을 회고했다.

의학교육연수원은 의학·간호학·공중보건학 교수들에게 교육이론과 기술을 가르치고,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대학으로 확산됐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필자는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와 학장시절에 WHO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술회했다.

한국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 WHO는 전문 인사를 자문관으로 보내줬으며, 한국 인사들이 해외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구연철·민창동 박사 등이 필리핀 대학교 공중보건연구소(Public Health Institute)에서 연수를 받았다는 내용도 들려줬다.

대단히 절친했던 필리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특히 보건행정학의 거두였던 안가라 박사와 모자보건의 대가인 그의 부인, 감염병 관리의 거목이었던 레이스 박사가 생각나며, 이제는 그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신 처장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한 때 신 처장은 필자의 대단히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현재는 보건분야 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필자의 위대한 지도자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신 처장은 대단히 건실하고 과학적인 Vision의 소유자이며, 강력한 추진력과 용기를 가진 Venture의 소유자이자, 언제나 생명력이 있는 Vitality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V를 소유한 신 처장에게는 반드시 Victory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세계 보건의 날' 기념오찬이 열렸는데 직원들이 마련한 각국의 대표적 먹거리가 선보였다. 물론 한국의 불고기·김치·부침도 등장했다. 오찬 중에 로무알데즈 전 보건장관과 환담을 나누다가 필자가 저지른 큰 실수를 발견했다.

필자가 축사를 통해 명복을 빈 안가라 박사 내외가 건재하다는 것이다. 안가라 박사는 현재 97세이며, 마닐라에서 떨어져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필자가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맡고 있었을 때 필리핀 학술원 회장이었던 캄포스 박사 이야기도 나왔는데 레이스 박사와 캄포스 박사는 하늘나라에 있다면서 그들은 모두가 자신의 은사였다고 술회했다.

▲ 마닐라공항에 마중을 나온 신영수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오른쪽>과 함께 한 권이혁 고문.
신영수 사무처장 탁월한 업무 능력 인정

4월 6일 저녁에는 WPRO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해산물 식당에서 기념 만찬을 했다. WPRO에는 보건복지부 파견 공무원 2명, 환경부 파견 공무원 1명을 포함해 10명의 한국인이 서태지역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과거에 4∼5명이었던 때에 비하면 상당히 증가한 셈이다.

신 처장과 구도서 박사·한상태 박사·손명세 교수가 참석했는데 한국 출신의 직원들 모임이어서 감개가 무량했다. 신 처장은 가끔 이 같은 모임이 열리며,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고 귀뜸했다.

7일 세계 보건의 날 저녁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귀빈과 WPRO 고위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미국인 사무국장과 영국인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참석한 신 처장은 능란한 진행솜씨를 선보였다. 동석했던 손명세 교수는 요리에서부터 좌석 배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신 처장이 마련했다고 알려줬다. 신 처장의 용의주도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만찬이 무르익어 가는 중에 영성가수 1명과 기타연주자 2명으로 구성된 3인 악단이 출현했다. 이들은 한·중·일·미·영·호주 등에서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각 나라의 노래를 멋지게 불렀다. 한국 노래를 똑 같은 발음으로 부를 때는 많은 감동을 느꼈다.

그들이 부른 노래 중에 '만남'이 있었는데 이 노래는 집사람의 애창곡이었다. 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저 세상에 가 있는 집사람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신 처장의 설명으로는 젊은 가수나 연주자 대부분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날 만찬회에 나왔던 사람들도 여러 차례 해외에 나가 활동하다가 나이 들게 되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필리핀 마닐라 WPRO에서만 29년을 보낸 한상태 박사는 필리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성질이 선하고, 낙천적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왔다는 귀빈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사우스웨일스대학의 Regional Training Center를 언급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현재 WPRO 마닐라본부에 약 350명, 여러 나라 대표부에 약 350명 등 모두 700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WPRO에서 만난 사람들은 700여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신 처장의 탁월한 업무추진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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