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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청춘만세

청춘만세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4.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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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지음/신광출판사 펴냄/2만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오래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수필 '청춘예찬'(민태원)은 들머리를 이렇게 장식한다. 세상에 대한 배움이 시작되고 육체적으로 왕성한 신진대사가 움트는 그 때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때라는 것, 그리고 인생을 꾸리면서 오래도록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당부를 전한다.

구순을 앞둔 노옹이 아끼고 자랑하고 소망하는 것도 청춘이다. 우강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는 에세이집 <청춘만세>에서 늙어가면서도 "청춘만세"를 외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이 시 '청춘'에서 읊조렸던 것처럼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기에….

벌써 여섯번째다. '여력이 허락된다면 해마다 한 편씩 에세이집을 낸다'는 선생 스스로의 약속은 이번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에세이집은 최근 몇년간 잇따르고 있는 국내외 재난과 사건 사고를 바라보는 선생의 걱정과 염려로 시작한다. 이어 불교·유교 등 종교와 얽힌 이야기들과 성경과 논어를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생각들을 옮겨 놓는다.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예술작품에 대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갈수록 옅어지는 역사 인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각종 전시회·공연에 대한 리뷰도 다양하다.

먼저 지난해 서거 45주기를 맞은 박수근 화백의 '박수근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일병합 100주년 기념 '붓길 역사의 길 전시회', 다큐 '아마존의 눈물', 국립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안중근 서거 100주년 기념극 '나는 너다', 영화 '창살 없는 감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포화속으로' '우리의사선생님', 진·선·인 국제미술전, 국제백신연구소 자선음악회 등에 대한 소회에서는 선생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늠할 수 있고, 문화·예술에 대한 청년보다 더한 지적 욕구와 열정도 느낄 수 있다.

인연을 맺었던 인물을 추억하며 고하 송진우 선생·호암 이병철 회장에게 존경을 보내고, 김정배 한국학 중앙연구원장·방지일 목사·양재모 연세대 명예교수·이홍구 전 국무총리·임광수 서울대 동창회장·조규상 대한산업보건협회 명예회장 등의 삶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천리안 발사 성공·칠레 광산 구조 사건·서울평화상 시상식 등에 얽힌 단상은 '기쁜 일'에 담았고, '슬픈 일'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제마 하권익 박사와 남령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과의 각별했던 일상이 전해진다.

'또다시 무소유를 읽고' '눈동자' '기록보관의 중요성' '사랑' '부부' '업무오찬' 등의 글에서는 삶을 관조하는 선생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책을 마무리하며 흔치 않은 4세대 여행기에 눈길이 간다. 선생부터 외증손자까지 함께 하는 여행….

눈길을 머물게 만드는 것은 여행지의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스런 풍광과 고대도시가 뿜어내는 찬연한 기운이 아니라 어린 증손자부터 선생까지 4대가 함께 길에서, 거리에서, 유적지에서, 대자연 앞에서 주고 받고 나누었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몸짓이다.

선생께서 책에서 처럼 '청춘'을 아끼고 자랑하고 소망하는 한 '4세대 여행'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02-925-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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