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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제네릭 쓰라고?…못믿어서 안 쓴다"
coverstory "제네릭 쓰라고?…못믿어서 안 쓴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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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수록 처방에 호의적…실제 처방 비중 편차 커
제네릭 가격 4명 중 1명 오리지널 대비 50%선 '적정'

Cover Story

 
수도권에 개원하고 있는 30대 K원장.

그는 대놓고 오리지널 처방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유인즉 이렇다. 제네릭들이 원료를 어디서 들여왔는 지도 알 길이 없고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임상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오리지널에 비해 그리 싸지도 않다.

혹시 환자들로부터 제약사 리베이트를 받고 약을 처방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은 까닭도 있다.

<의협신문>이 의사 회원 7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의사는 비단 K원장뿐이 아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제네릭 의약품 처방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로 요약된다.

"신뢰한다" 30%…전체 처방의 40~60% 가장 많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3%만이 제네릭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제네릭에 대해 반신반의한다는 응답자가 64.0%나 됐다.

지난 2006년 생동성 시험 조작 파문 이후 정부가 생동성 인증 기준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는 제네릭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는 제네릭에 대한 전반적인 입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을 신뢰한다"는 응답자의 79%가 "제네릭 처방에 호의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제네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 제네릭 처방에 호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2.3%에 그쳤다.

"반신반의한다"는 응답자의 53.6%는 제네릭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가 결국 제네릭을 얼마나 많이 처방하는 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설문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제네릭 처방 비중의 편차가 심했다.

 
전체 의약품 처방량 중 제네릭 처방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34.6%가 '40∼59%'를 꼽아 전반적으로는 제네릭을 50% 내외로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세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신뢰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제네릭 비중이 60% 이상인 경우가 50.4%나 됐지만, 신뢰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79.5%에 해당하는 대다수가 제네릭 비중이 4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는 최근 1년간 제네릭 처방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쌍벌제 시행과 처방총액 인센티브제도 시행 등으로 정책적인 변화가 많았지만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3.5%는 "제네릭 처방 비중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차이가 컸다. 최근 1년간 제네릭 처방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신뢰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19.2%였지만, 신뢰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6.8%에 그쳤다.

반대로 오리지널 처방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신뢰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0.4%, 신뢰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16.0%로 대조적이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 등으로 제네릭 처방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제네릭 처방 장애요인 '효과·안전성 우려'

 
건강보험 약품비는 2001년 요양급여비용 총액 17조 8195억원 가운데 23.5%(4조 1805억)를 차지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늘어나 2008년 29.4%(35조 365억원 중 10조 3036억원)에 이르렀다.

2015년 이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만성질환 등으로 노인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약품비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따라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제네릭 처방 비중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하다'는 전제가 확보된다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됨으로써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의 예를 살펴보자. 미국의 제네릭 육성 정책은 1984년 해치-왁스만 법이 통과된 이후 큰 변화를 맞았다. 해치-왁스만 법은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동등한 수준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같은 치료 효과의 동등성을 입증한 경우 허가할 수 있도록 승인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법안 발효 이전 전체 처방의 12%에 불과하던 제네릭 처방 비중이 2007년에는 65%까지 상승했다. 전세계적으로도 제네릭 처방의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제네릭 전문기업 산도스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미국내 제네릭 시장 점유율은 89%이며, 캐나다·독일·영국 등도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54% 수준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 위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의사들은 제네릭을 많이 처방하지 않는 걸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 회원들은 제네릭 의약품 처방에 장애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54.8%)를 꼽았다. 다음으로 '품질에 대한 불신'(25.8%)이 차지해 대다수의 의사들이 제네릭에 대한 불신이 처방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 처방의 장애요인에 대한 응답은 직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제네릭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품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개원의의 경우 교수나 봉직의에 비해 약 교체에 따른 환자들의 불만 제기에 좀더 민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네릭의 처방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다는 부분도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교수나 봉직의는 처방약 코드가 없는 등 병원 시스템 상 제한점을 주요 장애요인으로 선택했다.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은 모든 직역군에서 주된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임상시험 통한 의학적 근거 확보 필요"

의사들은 제네릭 처방을 늘리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한 제네릭의 의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임상시험에 대한 선호도는 두드러지게 높았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요구가 29.8%로 전체 평균 31.8%보다 다소 낮았으며, '가격 인하'(15.8%), '원료의약품 원산지·생동성 시험 결과 등 정보 공개'(14.9%), '제제·제형 개선 등 품질 향상'(13.9%)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반면 제네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룹에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요구가 32.3%로 전체 평균 보다 높았고, 다음으로 '원료의약품 원산지·생동성 시험 결과 등 정보 공개'(13.5%), '가격인하'(12.5%), '무작위 추출 재검사 등 사후감시체계 도입'(11.5%) 순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생동성 시험 기준 등 사전 허가 절차를 강화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현재의 규제 정책으로는 제네릭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우 제네릭이 허가받은 이후에도 모니터링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FDA가 주도적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체내 흡수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가 직접 제네릭 광고에 나설 정도로 국가적 차원에서 제네릭을 지원하는 미국에서도 제네릭 품질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존재한다.

지난해 열린 미국감염학회 학술대회에서 데이비드 길버트 박사(프로비던스 포트랜드 메디컬센터)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의 일종인 노르플록사신의 경우 약동학 검사를 통과하고 FDA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임상적 유효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길버트 박사에 따르면 제네릭 제품들이 FDA의 허가 기준, 즉 항생제의 효과를 나타내는 최소억제농도와 최소살균농도 기준에서는 오리지널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 측면까지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간·신장 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효성분의 순도는 오리지널의 경우 99%까지 올라갔지만, 일부 제네릭은 80%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이유로 임상 전문가들은 생동성 시험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네릭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배치운 가톨릭의대 교수(부천성모병원 정신과)는 "많은 임상의들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제네릭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제네릭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대규모 임상시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상의들이 약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임상시험이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전문위원은 "생동성 검사는 제네릭이 임상적으로 오리지널과 동등하다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기존에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에 대한 사후 재검증과 함께 체내 활성성분 농도 등 생동성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등 제네릭에 대해 보다 엄격한 검증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대비 가격 50%대 적절…국산·수입산 차이 없어

 
제네릭과 관련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또다른 이슈 중 하나는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퍼스트 제네릭의 경우 오리지널 대비 85%까지 인정받고 있는 현재의 약가 결정 방식은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중평균가를 고려한 국내 제네릭 가격 수준은 오리지널 대비 평균 72.5% 수준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4개 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제네릭 약가 수준은 대체로 비교국가 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의사들이 생각하는 적정 제네릭 가격은 오리지널 대비 '50~59%'가 25.1%로 가장 많았지만, 40% 미만이라는 응답률도 17.5%나 됐다. 현재 퍼스트 제네릭의 약가 수준인 80%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적정 제네릭 가격에 대한 견해가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50~69% 수준'이 절반 이상(51.7%)의 응답률을 차지한 반면 제네릭을 신뢰하지 않는 그룹에서는 절반 이상(56.8%)이 '50% 미만'에 몰렸다.

한편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 등의 시행으로 산도스·테바 등 글로벌 제네릭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거나 활동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는 가운데 의사 회원의 67.6%는 국산 제네릭과 글로벌 제네릭이 별 차이없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11년 3월 9일~3월 22일 대한의사협회에 이메일이 등록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자 총 772명 중 개원의는 361명(46.8%), 교수 98명(12.7%), 봉직의 192명(24.9%), 전공의/전임의 41명(5.3%), 군의관/공보의/공무원 59명(7.6%), 휴직/기타 21명(2.7%) 등이었다. 그룹간 응답의 차이를 보기 위해 SAS 9.1을 이용해 카이제곱검정을 실시했으며, 결과는 유의수준 0.05에서 해석되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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