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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트릴 '줄삭감' 속타는 의사-느긋한 제약사
리보트릴 '줄삭감' 속타는 의사-느긋한 제약사
  • 고신정/김은아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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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심사 항목 추가로 불안장애 오프라벨 처방시 '심사조정'
정신과의사회 "환자불편 가중"…로슈 "적응증 추가 계획 없다"

3월부터 '리보트릴(성분명: 클로나제팜)'에 대한 전산심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신과 의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리보트릴은 정신과에서 불안증상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약물이나 항전간제로만 허가를 받은 상태.

그동안은 이른바 '오프라벨'로 항불안제 처방시에도 심사조정대상에서 제외되어왔는데, 이번에 전산심사항목으로 새로이 추가되면서' 줄 삭감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경정신과의사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로슈는 리보트릴에 대한 항불안제 허가 신청을 조속히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신경정신과의사회에 따르면 리보트릴은 불안장애와 양극성 기분장애, 정신분열병 등에 효과적인 치료제로 정신과에서 20년 이상 흔하게 사용하던 약물이나 심평원의 전산심사가 진행되면서 불안치료제로의 처방이 금지됐고 이로 인해 환자와 의사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리보트릴은 국내에서는 항전간제로만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보자면 국내에서 이를 항불안제로 사용하는 것은 '허가사항 이외'로 심사조정대상이지만, 약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약효가 뛰어나 정신과 등에서는 연간 수십만건 이상을 처방할 만큼 이를 통상적으로 사용해왔다.

문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리보트릴을 '오남용 약물 전산심사 대상'으로 추가, 3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조정에 들어가면서 우회적인 처방통로가 완전히 차단됐다는 것. 전산에 의해 점검이 이루어지다보니 허가사항을 벗어나 항불안제로 이를 처방할 경우 급여비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동욱 신경정신과의사회 보험이사는 "지금까지는 불안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인지하고 있는 심평원이 사용을 비공식적으로 허락했지만, 전산심사가 시작되며 기계적으로 처방이 막히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이달부터 리보트릴 처방에 대한 삭감이 속출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보험으로 처방하면 삭감되고, 일반약으로 처방하면 부당진료로 처벌을 받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이에 신경정신과의사회측은 대체약제를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항불안 대체약제의 가격이 5배, 수면장애·하지불안장애 대체약제의 가격은 20배에 이르러 환자의 불편, 비용상승에 따른 환자와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는 것.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부 정신과 질환에 대한 처방 허용을 고려 중이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제약사가 공식적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로슈 측은 앞으로 허가 절차를 밟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한국 로슈 담당자는 "워낙 오래된 약물인데다 회사가 이미 바리움·렉토팜 등 불안장애에 대한 적응증이 있는 다른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만을 위해 추가적인 허가 임상을 진행하기는 곤란하다"며 "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리보트릴은 1970년대 개발된 약물로, 보험약가가 30원으로 워낙 저렴하다보니 국내 매출액이 5억원이 채 되지 않는 상황.

로슈 측은 해외에서 적응증을 승인받은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임상시험 진행 여부는 본사 차원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리보트릴을 다른 대체 약물로 교체 처방하는 방법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보험이사는 "리보트릴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환자들은 3~4배 이상 비싼 고가 대체약을 처방받을 수밖에 없다"면서"한국로슈는 처방중단에 따른 환자들의 증상악화와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신과의사회측은 한국로슈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한국로슈의 태도를 규탄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활동까지 전개해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심평원과 의료계, 제약사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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