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의사출신 법조인 검사로 살아가는 법

의사출신 법조인 검사로 살아가는 법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11 10:5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보경 검사(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우리 사회에서 미혼여성들이 원하는 남편감 후보의 직업으로 이른바 '사'자돌림이 가장 각광받은 때가 있었다. '사'자의 대표적인 직업이 의사와 판·검사였다. 그런데 전도양양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지금은 검사가 된 사람이 있다.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 근무하고 있는 강보경 검사가 그 주인공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비록 '남편감 후보'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사'자 직업을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의사를 하다가 왜 법조계에 투신했느냐는 물음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거창한 포부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고등학교 때부터 법률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법은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의학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인술을 권하셔서 의대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1996년 전남의대를 졸업한 강 검사는 2002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한 종합병원에서 몇개월 근무하다가 고등학교 때 부터의 꿈인 법조인이 되기 위해 의사의 길을 접는다.

"처음엔 인턴과정을 끝내고 바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의사라는 것이 몇년 새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전문의 자격증까지는 따서 의료계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남편의 조언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레지던트까지 마치게 됐습니다."

강 검사의 남편 배희철 씨는 현재 인천에서 안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의사다. 아무튼 강 검사는 부모의 권유로 의사가 됐고, 남편의 조언으로 전문의가 됐으며, 자신의 의지로 검사가 됐다.

"의료계와 법조계를 접목한다면, 가장 적합한 전문과가 영상의학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검진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치료방법 등은 다른 진료과 의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모색하기 때문에 모든 진료과와의 교류가 필요하고 따라서 의학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혹시 의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강 검사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하긴 레지던트 수련을 삼성서울병원에서 하고, 전문의고시에서 영상의학과 합격자 가운데 4등을 했다니까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의협신문 김선경
2002년 8월부터 신림동 고시촌을 기웃거리며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한 강 검사는 6개월만인 2003년 2월 1차 시험에 합격한다. 같은 해 6월 2차시험도 잘 치렀다고 생각했지만, 아깝게 한 과목 과락 때문에 불합격이라는 쓴 맛을 본다.

당시 둘째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강 검사는 출산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2004년 6월 2차시험도 통과한다.

"시험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공부를 재미있게 한 것 같습니다. 만약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거나 그런 상황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축복받았다고 생각하고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강 검사는 입덧 얘기만 했다. 어려운 점이 없었다는 말이다. 아무리 주변에서 도와주기는 했다지만 2년도 안되는 시간에, 그것도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그 힘들다는 사시를 패스한 것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을 거쳐 검사로 임용돼 2008년 2월 수원지검에 발령받은 강 검사는 의사출신 첫 검사로서 검찰 내부에서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경제적으로나 삶의 질 측면에서 검사가 의사 보다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한 소신이 있지 않고는 힘든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원지검에서 처음 맡은 사건이 이른바 '안양초등학생 사건'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을 토막살해해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인데, 비록 초임검사지만 의사이기 때문에 사체에 관련된 지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맡겨 준 것 같습니다.

초임검사는 특수분야에 임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수원지검에서는 주로 공안 쪽을 맡아왔습니다."

검사 세계에서는 처음 부임 이후 2년 단위를 한 학년으로 친다. 수원에서 1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2월 목포지청에 부임한 강 검사는 이제 2학년 2학기인 셈이다. 그런데 대개 2~3학년 까지는 의사들이 거치는 인턴에 해당된단다.

의사들보다 상당히 긴 인턴과정에서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치고 나서 전문분야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청에 와있는 경우는 전문 분야 보다는 전반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강 검사는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다른 검사들이 맡은 의료사건에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보통의 검사들은 진료차트를 해독(?)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지만 강 검사에게 가져오면 금새 해결되기 때문에 모두들 좋아한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수사전문화'를 위해 전문인력을 중앙에 집중해서 전문분야 사건을 처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의료도 전문분야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의사라는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공안 분야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 검사는 앞으로 의료분야 사건을 전담할 지, 계속 공안 분야를 맡을지 아직 모르겠단다.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살리는 것도, 의사 출신이지만 '공안통'이 되는 것도 다 괜찮을 듯 싶다.

"의료계를 떠난지 오래 돼서 잘은 모르지만, 의료계도 경쟁이 치열해져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의사사회는 주도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있어 다른 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조계는 내부적인 문제가 생겨도, 최소한 외부적으로는 분열되지 않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의료계는 잘 뭉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은 강 검사는 의료계를 떠난지 오래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의료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