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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내부 문제 외부 공권력 '개입' 의료계 위상 '흔들'
coverstory 내부 문제 외부 공권력 '개입' 의료계 위상 '흔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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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해결 외면한 채 고소·고발…외부권력 개입 초래
서부지검, 의협회장 기소…전문가단체 자율성·신뢰도 '먹칠'

Cover Story

검찰이 보건의료계의 대표 권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수장을 향해 칼을 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경만호 의협 회장을 업무상 배임·업무상 횡령 등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들어 공소장을 제출했다.

서부지검은 노환규·김세헌 회원이 경만호 의협 회장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건 중 △의학회장 기사 및 유류대 지원 △참여이사 거마비 지급 △상근임원 휴일수당 지급 △언론사 연구용역 △1억원 연구용역 △명예훼손 등 6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이 민간단체의 내부 문제에 대해 기소를 제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자율'과 '자기규제'가 생명인 전문가단체에서 외부의 '강제 개입'과 '통제'를 의미하는 고소·고발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전국 10만 의사회원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의협 대의원회는 2010년 4월 25일 제62차 대의원총회를 연 자리에서 "시급한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인 갈등과 반목이 의료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부적인 화해를 통한 해결을 권고했다.

박희두 대의원회 의장은 "하나로 단결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의 부끄러운 모습은 의료계 발전은 물론 의사회원 서로를 멍들게 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모적인 논쟁이나 불필요한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협회의 (존립)목적과 권익을 위해서는 의료계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집행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내부 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적인 해결을 바라는 대의원총회의 화해 권고가 나온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010년 5월 17일,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은 검찰 고소·고발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노환규 대표는 "회원의 대표자임을 자처하는 대의원들은 특별감사를 부결시켰다"면서 "특별감사 부결의 의미는 의협이 더 이상 내부 자정능력을 상실한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라고 검찰 고발에 동참할 회원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노환규 전의총 대표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의 고소·고발은 결국 지난 1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의협 회장에 대한 관련 법률 위반 여부는 법원에서 잘잘못을 가리게 됐다.

외부세력(공권력)에 의한 '강제 개입'과 '통제'로 귀결된 이번 사태로 인해 회장 개인은 물론 '자율'과 '자기규제'가 생명인 전문가단체의 위상이 흔들리게 됐다. 타율적인 해결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전문가단체의 자율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은 뼈 아프다.

서부지검은 공소장을 통해 6가지 공소사실을 제기하면서 업무상 배임·업무상 횡령·정보통신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2009년 6월 3일 열린 의협 집행부와 감사단 회의에서는 ▲상근 임원 휴일 및 시간외 수당 ▲대외업무 추진을 위한 사업비 사용 ▲건강보험 및 수가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언론사와의 연구용역 ▲의학회장 기사 채용 등을 추진키로 협의했다. 회장과 감사 4명의 자필서명까지 남겨뒀다.

서부지검의 공소장에는 이날 집행부·감사단 회의에서 협의한 내용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의협 내부에서 협의를 거쳐 추진한 일련의 사안을 놓고 검찰이 기소를 하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의학회가 의협과 별개 기관이라는 검찰

서부지검은 2009년 6월 3일 집행부 및 감사단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의협과 별개의 기관인 사단법인 대한의학회 회장의 기사 월급과 차량유류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문서를 작성하고, 6월 22일 경부터 12월 21일 경까지 총회의 의결없이 1560만원을 지급, 의학회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의협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공소사실을 적고 있다.

하지만 의학회가 의협과 별개의 기관이라는 검찰의 시각부터 허점 투성이다. 의학회는 1966년 5월 19일 대한의학협회 상임이사회에서 분과학회협의회 구성을 제의, 준비단계를 거쳐 1966년 10월 6일 정식으로 창립했다. 1967년 4월 25일 제19차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협 공식기구로도 인정을 받았다.

의협 정관 제4조에는 "협회는 지부·의학회 및 협의회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정관 10장에 별도로 의학회 구성·회칙·학회 회원·신설학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의학회 회칙을 제·개정 할 때에도 의협 상임이사회의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고, 40년 이상을 의협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해 온 의학회를 서부지검은 "의협과 별개의 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 정관의 직제규정 제4조에는 '직원 이외에 회장이 정한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고용원과 계약직 및 임시직을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직원을 비롯해 별도의 고용원과 계약직 및 임시직을 채용할 때 고유사업 예산으로 집행하도록 되어 있고, 별도로 총회의 의결을 거칠 이유도 없다.

의협 집행부는 "별도의 예산을 전용해 기사 급여와 유류비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예산서에 편성돼 있는 고유사업 예산으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의학회 업무지원을 한 것"이라며 "예산을 추가경정하거나 전용한 것도 아니고, 정관과 규정을 위반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정관 여비규정 따른 교통비 지급도 문제삼아

서부지검은 2009년 5월 1일 의협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설한 '참여이사'에 대해서도 법률의 잣대를 들이댔다. 정관에 참여이사라는 임원이 규정돼 있지 않으며, 이들에 대한 거마비등 보수도 예산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의협은 "의료정책 현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회원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참여이사를 구성했다"면서 "이들 참여이사는 협회 등기이사로 등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수성격의 활동비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참여이사들에게는 시도의사회 및 산하기관 회원이나 외부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할 때 지급하도록 규정한 정관 여비규정에 따라 교통비만 지급됐다. 새벽에 일어나 1∼2시간 회의에 참석하고 지급받은 교통비는 회당 5만원에 불과하다.

정관 여비규정 제20조는 의협 임·직원이 아닌 자에 대해서도 여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물며 이들 참여이사들은 새벽잠을 설쳐가며 회원들을 위해 봉사했으면서도 정식 직함마저 인정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5만원의 교통비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들 참여이사 5명 가운데 4명은 현재 정식 상임이사로 발탁, 회무를 수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하라고

검찰은 의협 상근 임원들의 휴일 및 시간외 근무 수당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정관에 임직원 보수에 관한 규정은 '임원의 업무에 따른 보수는 규정으로 정하고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의협 정관에 임원의 업무에 따른 세부적인 보수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데 있다.

검찰은 임직원 보수에 관한 규정이 총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으므로 집행부 및 감사단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휴무일 근무수당을 지급키로 결정하고, 50회에 걸쳐 휴무일 근무수당 명목으로 3235만원을 지급해 의협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정관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휴일·휴무일 근무수당은 의협 사업계획 및 예산서상에 명시돼 있고,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사업계획 및 예산서에 대한 추인을 받은 상태다. 사용자와 임원들 간의 근로계약서 상에도 휴일·휴무일 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아울러 자치규범인 정관에 임원 보수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따라 임금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에서 가산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임원들에 대한 보수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해도 근로계약서에 휴무일 근무수당 지급을 명시하고 있고,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를 제공했음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 사용주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총회의 승인 여부를 떠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해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협회 존립 목적 회원 권익옹호

벼랑 끝에 선 의료기관의 경영 위기와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 문제를 국민에게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30년 전에 설계한 저부담-저수가-저급여 체계로 인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의료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한 여론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정책연구소가 발주한 언론사와의 연구용역은 '한국의료의 현실분석과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의료산업 재조명을 통한 의료강대국 형성방안'과 '한국의의 현실과 의료서비스 고도화 방안' 등 2가지. 언론사 연구용역은 의료정책연구소 사업소위원회·연구위원회에 이어 의협 상임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진행된 사안이다.

하지만 서부지검은 "법인의 대표자는 법인 예산을 책정된 목적을 위해 자치 규범등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따라 사용해야 하고, 예산을 무단 전용하거나 절차를 위반해 사용함으로써 법인에 손해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부지검은 의협 정관에 '기정 예산의 추가 또는 경정을 할 때에는 의협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의협 재무업무규정에도 '예산에 정한 목적 이외의 경비는 사용할 수 없고 예산의 전용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했다는 것.

의협 집행부는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용역과제를 무엇으로 정할지는 의협 내부에서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지 검찰에서 사법적인 판단을 논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의료와 사회 포럼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용역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라며 기소한 건에 대해서도 "대외사업을 통한 협회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전에 대의원회 의장단 및 감사단과 협의하고, 동의를 구한 후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한 것"이라며 "이는 시도의사회 순회 설명회와 지난해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집행부는 "횡령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대의원회와 감사단에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었다"면서 "중앙윤리위원회와 감사와의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고, 연구용역 계약 해지를 통해 연구비 전액은 협회로 반환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협회의 존립 목적 가운데 하나가 의권 및 회원의 권익옹호"라며 "회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기 위해 연구용역과제를 정하고,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한 것까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고소·고발 남발…전문가단체 위상 추락

서부지검은 전국의사총연합이 의협의 대외비인 감사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주간동아>에 유출하거나 언론을 동원해 유언비어를 날조한 사실이 없음에도 의협 회장이 정보통신망과 우편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죄명으로 적용했다.

노환규 전의총 대표는 지난해 11월 18일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경만호 의협 회장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협 회계자료를 내가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서관리규정에 의해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의협의 내부 중요문서인 회계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음을 당당히 밝힌 것. 하지만 <주간동아>에 내부자료를 유출한 것은 자신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의협 집행부는 "협회의 공익적 차원에서 회원에게 감사자료 및 내부 회계자료 유출 경위를 소상히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회원간의 단합을 제고하기 위해 서신문과 이메일을 발송한 것"이라며 "어느 단체나 개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외부 소송으로 신뢰도 손상·내부 분열까지 조장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회장 및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권한을 갖고 있는 대의원총회를 통하지 않고, 외부 소송을 통해 협회의 업무 마비·재정 손실·대국민 신뢰도 손상·내부 분열 등을 야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부 해결이 아닌 공권력에 손을 벌린 것은 외부세력에 의한 '강제적 개입'과 '통제'를 의미한다. 이는 회장 개인의 위기를 넘어 '협회의 위기'이자 '프로페셔널리즘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서부지검의 공소제기와 관련, 의협은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진행된 회무 집행사항에 대해 기소가 결정된 것은 법적 다툼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전문가단체의 자율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검찰에서 일방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무리한 기소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법원이 의협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집행한 회무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하겠다"면서 전문가단체의 정상적인 회무 집행에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 결정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의협 집행부는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회원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맡겨진 회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결정으로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회원이 회장을 고소·고발하고, 내부 분열과 외부 소송까지 야기한 이번 사건은 협회의 위상과 신뢰도에 적지 않은 손상을 주고 있다.

회장이나 집행부에 대한 비판은 용인할 수 있지만, 단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해단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한 회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문가단체인 의협이 내부에서의 고소·고발로 인해 외부 공권력로부터의 강제적 개입에 직면한 것은 크나큰 불행"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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