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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사람이야 ①-숨은 보석 찾는 스카우터

나, 이런사람이야 ①-숨은 보석 찾는 스카우터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1.01.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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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화이자 R&D 비즈니스 개발 부문 매니저

대부분의 의사들이 '제약회사 직원'하면 으레 영업사원과 마케팅 담당자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하나의 약이 세상에 나와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이 관여한다.

<의협신문>은 2011년 새해를 맞아 제약업계의 숨어있는 조력자들을 찾아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본다.

▲ 김영화 화이자 R&D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의협신문 김선경

손톱만한 알약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니 수많은 후보물질 중에 가치있는 약을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화이자 본사의 R&D 비즈니스 개발 부문에 소속된 김영화 매니저는 전략적 R&D 제휴 전문가다. 그의 업무는 한국 내 학교나 연구소, 병원, 바이오벤처, 제약회사 등에서 유망한 연구 주제와 연구진을 발굴해 화이자가 투자하는 R&D프로그램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그의 관심 대상은 미래의 블록버스터가 될 후보물질과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아이디어다. 일단 그의 레이더망에 걸려 '빅 딜'이 성립되면 수십 억원 이상이 투입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는 될성부른 아이템을 찾아 나서는 스카우터인 셈이다.

"예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기초연구에서부터 신약 개발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진행했지만, 점차 혁신적인 물질이 줄어들면서 회사 내에 국한된 연구개발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도입된 것이 '라이센싱'의 개념입니다.

처음에는 거의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물질을 돈을 주고 사오는 식이었지만, 요즘에는 한 단계 나아가 아예 기초연구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김 매니저는 국내 연구진이 발표하는 논문과 바이오 관련 행사를 빠짐없이 챙긴다. 파트너 발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직접 업체를 방문하기도 한다. 이미 진행된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경우 중간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한다.

그는 스스로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표현했다. 약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물질 개발과 실험실 및 동물·인체 연구들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면 자신은 그 중심에서 각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는 것.

생물학을 전공한 김 매니저는 서울대에서 면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코넬의대에서 의과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동안 쌓아온 이력을 보면 기업 보다는 학교나 연구소에 더 어울린다.

"한국에 들어올 때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하더군요. 왜 교수나 연구자가 아니라 회사냐고요. 처음에는 면역학 분야 물질에서 출발했는데 나중에는 뇌 질환과의 연관성이 밝혀져 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아, 혼자 연구하는 것보다 공동연구를 하게 되면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구나' 느꼈죠. 그래서 여러 연구 결과를 접목시켜 하나의 결과물로 현실화시키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전 '럭키'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출장이 잦아 몸이 피곤하다. 한 달에 길게는 2주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국내 출장까지 포함하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

중국·일본·호주 등 다른 지역에 파견된 매니저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성과를 내서 조금이라도 더 한국에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이 분야가 앞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 봐요. 밖에서 보니 한국의 연구 수준은 꽤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아직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작은 규모라도 공동연구 경험을 쌓으면서 잠재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애써 연구한 결과물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데, 연구 결과물은 회사가 독점하지 않고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좀더 전향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대신 파트너 회사에 요구할 부분도 당당히 요구하시고요.

화이자에 소속된 사람이기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좀더 많은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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