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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학회 유치위원회 활동의 소중한 경험(Ⅲ·끝)

세계학회 유치위원회 활동의 소중한 경험(Ⅲ·끝)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1.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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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하늘도 전에는 이와 비슷했으나 언제부터인가 공기가 깨끗해졌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6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이렇게 크게 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뉴욕·런던·파리·로마·마드리드·이스탄불 등 유명 도시들은 60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약간은 달라졌겠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와 예술작품을 신주단지 모시듯 간직하고 이로부터 큰 관광수입을 챙기는 도시들로서 기본적으로 크게 변할 수 없다.

또한 60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나라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과 달리 근세기 일제침략과 전쟁으로 철저하게 파괴되어 완전 무에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우리의 좋아진 자연 환경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눈부신 발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책임도 있으나 더 중요하게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이제 세계를 향해 우리나라를 알리는 일에는 과거의 겸손함과 소극적인 태도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우리 모두 큰 목소리로 나서야 할 때이다

한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단시일 내에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은 한글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자랑거리가 참으로 많지만 대부분 이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학회 개최지 평가를 위해 내한한 세 분의 실사단을 모시고 경복궁을 관람한 후 광화문광장 가운데를 걸으면서 은행나무가 모두 사라진 것에 대해 매우 속상했지만 그래도 지하 광장의 '세종이야기'와 '이순신이야기'를 보고 그나마 상한 마음을 약간은 달랠 수 있었다.

외국 의사들이 한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그 우수성과 과학성을 이해하고 칭찬한 까닭에 새삼스럽게 세종대왕이 고마웠다. 이 두 분 덕분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와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 홍보관이 만들어 진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실사단에게 학회 장소인 코엑스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면서 아쉬운 점도 눈에 띄였다. 아마도 세계 정상들이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원탁 회의를 하는 회의장인 모양인데 탁자들 앞으로 둥그렇게 깔린 카펫에 온통 한문만 새겨진 것이었다.

국제회의장으로 주로 사용되는 중요한 장소에 굳이 글자가 새겨진 카펫을 깐다면 한글을 알리는 것이 상식 아닌가? 외국에 나가서나 혹은 국내에서도 많은 외국인에게 "너희 나라에도 문자가 있냐, 아니면 중국의 한문을 쓰냐?"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분통이 터져서 한글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주곤 했다. 국제적인 회의가 많은 이런 중요한 장소에 한문 카펫을 깐다는 발상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아무튼 하루 빨리 이 카펫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이 참에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분들은 명함을 모두 한글로 제작할 것을 부탁드린다. 필자의 경우 명함을 모두 한글로 만들었더니 중국과 일본 의사들은 내 이름을 한자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한글 이름 옆에 한문 이름을 추가한 것이 명함의 유일한 한자이다.

전에 어느 한국 사업가가 중국에 가서 온통 한문으로 만든 명함을 내밀었더니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고 한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한글이 전혀 없이 온통 영어와 한문으로만 만들어진 명함을 내미는 기업인·정치인·공무원들을 볼 때면 참지 못하고 지적하곤 했는데 대부분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이런 한문 일색의 명함을 받는 외국인들이 한국에는 고유문자가 없어서 중국 글자를 쓰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크게 떠들지는 못할 망정 왜 애써 감추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자기네 글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인도네시아 오지의 찌아찌아족에게 우리나라의 한 민간 단체에서 한글을 보급하면서 그들의 공식문자로 채택돼, 그들도 말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뻐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내가 의료봉사를 가는 캄보디아 오지도 문맹률이 높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자기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비약적인 발상이지만 이들에게도 한글을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류와 반한류

이렇게 단시일 내에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은 이미 한류가 자리잡은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선진국에게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저평가된 '블루칩' 국가라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한류에 열광하는 나라와 이에 철저히 무심하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하려는 나라, 이렇게 둘로 구분해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상품이 널려있다. 웬만한 공항이나 호텔의 TV는 삼성·LG 제품이고 많은 나라의 도로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도로 위의 자동차 세 대 내지 네 대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이다. 중고차 수출도 활발해서인지 한국 학원이나 음식점 광고판을 그대로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니는 봉고차나 버스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동남아시아 많은 나라들과 일본·중국에서 도시나 시골 오지를 막론하고 TV에서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 공연이 하루 내내 방영되고 있다.

인도 TV에서 류시원의 출연 작품이 중국말 더빙으로 방영되는걸 보고 있으면 어색해 보이지만 반가운 생각이 들고, 방콕 쇼핑몰에서 대장금 의상을 입은 이영애가 피자 판을 들고 서있는 가게 광고를 볼 수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큰 쇼핑몰에서는 어김없이 한국 연예인들의 광고가 제일 좋은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고급 백화점 식품 코너에 가면 많은 종류의 먹음직스러운 한국식 김치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동경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드라마에 관한 여러가지 말들을 하면서 우호적으로 반긴다.

이와 같이 아시아 전역에 걸친 한류에 반해 소위 선진국에서는 한류바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관련 영상은 대부분이 어색하고 황당한 장면들이 많다.

이에 대해 최근 한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로스트'·'CSI'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 소개되는 한국관련 영상이 사실과 터무니 없이 다르고 한국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사실 '미드'에서 한국 관련 엉터리 영상의 원조는 오래 전 전 세계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MASH'이다.

이 드라마는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는 시기에 방영됐는데 출연하는 한국인이나 주변 장면들을 보면 매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노가 치밀었던 기억이다.

출연하는 한국인은 거의 예외 없이 지저분하고 말도 안 통하고(당연한 일이지만) 서양사람들에게 무조건 굽실대는 비굴하고 모자란 사람으로 묘사되곤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정말로 가난했기 때문에 그렇게 묘사됐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경제규모가 세계 12위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을 아직까지도 이런 식으로 왜곡한다는 것은 큰 모욕이자 브랜드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이런 엉터리 영상물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지만 이를 바로잡는 일은 매우 어렵다. 수 십 년간 지속되어온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면 말로 항의해서는 소용이 없다. 한국 정부가 미드 제작진을 몽땅 한국으로 초청해 지금 모습을 직접 보고 확인하도록 하는 방법 이외에는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한국 관련 엉터리 영상물이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방영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정부 관련부서의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 제기를 한 국회의원의 후속 조치가 궁금하다.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세계에 적극 알려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를 보면 한국의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측면이 국제사회에서 너무 과소평가돼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도 "한국인들은 한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정작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소위 선진국 사람들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랑스럽게 전하는 뉴스를 흔히 본다. 그러나 국가 브랜드는 GNP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진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금세 실감할 수 있다.

국가 브랜드를 높여야 우리가 세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물론 GNP를 높이는 노력은 기본이지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은 정부 뿐 아니라 국민 각자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학회 유치 과정에서 이런 점을 절감했다.

현장실사를 온 세 분의 교수(캐나다·호주·아르헨티나)도 바로 이점을 지적했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겸손하다고, 그래서 한국을 좀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국한 후 실사단의 첫 마디는 한국이 이렇게 많이 발전한 나라인지 몰랐고 너무나 놀랍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이렇게 무지하다는 사실에 우리도 역시 놀랐다. 이틀 동안 시내를 돌아본 후 실사단 가운데 한 분이 빈민촌은 어디 있냐고 질문해 또다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런저런 대화 도중 삼성과 LG가 한국기업이라고 했더니 세분 모두 몰랐단다. 호주 실사단은 자기집 가전제품 대부분이 LG 제품인데 한국산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마치고 역사박물관 음식점 건물 밖으로 걸어나오니 길 건너 큰 빌딩이 마침 LG 건물이어서 건물 외벽 LG 네온싸인이 마치 우리가 한 말을 입증이라도 해주 듯 하늘높이 보여 어깨가 으쓱했다. 이제껏 외국에서 삼성과 LG가 한국기업임을 일부러 홍보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아직도 한국기업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숨긴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당당히 떠들어야 할 시기가 됐다.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1970년대 말 미국 유학시절에 한국에 들어올 때면 외국인 입국수속을 먼저 해주고 외국인 심사가 모두 끝난 다음 내국인 수속을 해주는 명백한 차별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아무 불평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외국인 탑승'이라는 표시판을 붙인 관광버스를 흔히 본다. 외국 어느 나라를 가도 그런 표시를 붙인 차를 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이 우리는 오랫동안 외국인에게 무작정 잘해주고 와준 것만도 감사하다는 듯이 너무 겸손한 태도에 익숙해 있었다.

아마도 한국전쟁 이후 외국 원조를 많이 받아서 그런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이와 같은 외국인에 대한 우대가 사실은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의 서양인에게만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차별하는 일들을 흔히 본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가서는 지나치게 겸손하고 주눅들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는 지나치게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결론은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좀더 잘난 척을 해야 하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좀 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존경받는 한국과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부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이상으로 3부 연재를 마칩니다).

 
지난 11월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소아심장학회 서울 유치를 위한 제안발표를 끝낸 후 유치 과정에서 비싸게 얻은 소중한 경험과 그 동안의 경과를 학회에 알리는 글을 쓰려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국가차원의 대형 사건들이 터지는 바람에 차일 피일 미루다 이제야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지난 1년 간의 유치과정에서 비싸게 얻은 소중한 경험이 세계학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국내 단체들에게, 또한 아직 유치 계획이 없는 학회나 단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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