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세계학회 유치위원회 활동의 소중한 경험(Ⅱ)

세계학회 유치위원회 활동의 소중한 경험(Ⅱ)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01.14 11:17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셋째, 무모하다고 판단 되더라도 일단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는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국제학회 개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유치에 실패했지만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은 도전장을 내고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고, 예선은 통과했기 때문이다.

넷째, SCI 논문을 많이 발표해 국내 학회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국제학회에서의 발표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학회 문턱이 너무 높을 때에는 일단 주변 국가 중심의 소규모 국제학회에서 초록을 발표하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국제학회에는 가능한한 많은 인원이 참석해학술대회 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열리는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인맥을 쌓아야 한다. 해외 학회에 참석해서 한국인끼리 따로 모여 식사하는 것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불편하고 껄끄럽더라도 주최 측의 소셜이벤트 등에 참여해 한국 의사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회장은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정작 국제적인 교류와 친분을 나눌 수 있는 만찬에는 한국의사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

다섯째, 국내 최고 수준의 진료현장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외국 학자들과 중환자실 회진을 같이 하는 것도 임상의학 수준을 알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번 예를 들면 실사단과 함께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회진을 함께 하면서 각 증례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실사단은 진료수준 뿐아니라 각각의 bedside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삼차원 CT·MRI 등 모든 영상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섯째, 작은 국제학회라도 열심히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초대형 미국학회나 세계학회보다 소규모 국제학회가 인맥 쌓기에는 훨씬 유리하다(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에도 작은 학회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영어권 나라의 국내학회(인도·이집트 등)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초청 연자들도 많이 참여한다. 또한 독자적으로 학회개최가 어려운 주변 나라의 의사도 많이 참석한다.

따라서 이런 나라들의 국내학회에 참여하는 것은 일거양득의 이점이 따라온다. 글로벌시대에는 GNP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나라 의사들과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다음세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일곱째, 유치에 성공하려면 학회 멤버들로 구성된 잘 짜여진 팀(PCO회사 포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위원장 혼자 뛴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감점 요인이다. 가능한 모든 분야의 대표들이 함께 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여덟째, 유치활동에 드는 비용이 두려워 미리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필자가 놀란 것은 중앙정부(한국관광공사)와 지방정부(서울의 경우 Seoul convention bureau)에서 비교적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설사 유치에 실패해도 지원금은 약속대로 집행된다.

실사단이 내한하면 이에 따른 추가 재정지원도 해주며, PPT 발표자료 교정과 개별 영어 스피치 레슨까지 해준다. 우리나라가 어느새 이렇게 좋은 나라가 되었나 가슴 뿌듯한 경험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의사들이 이런 지원 정책을 모르는 것 같아 이번 기회를 통해 알린다.

아홉째, 실사단 방한 때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① 반드시 시내 한복판, 특히 청계천·광화문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밤에 걷게 하면 서울이 야간에도 얼마나 안전한지를 알릴 수 있다. 게다가 예쁘고 고급스런 상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한 밤 거리를 생기 넘치고 세련된 젊은이들과 함께 걷다 보면 우리나라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②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한강변이나 남산의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③ 우리나라 전통공연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일정에 쫓겨 수준 미달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인은 한 번의 공연을 보고 전통문화 수준을 결정해버린다. 그러므로 한 번을 보여주더라도 수준 높은 공연, 예를 들면 정동극장의 '미소'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여줄 것을 권한다.

④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전문가에 의한 영어 안내가 압권이다-예약 필수)과 광화문 지하광장의 '세종이야기'·'이순신이야기'는 필수코스이다. 그러나 휴전선이나 DMZ는 구태여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는 외국인에게 먼저 나서서 이런 곳을 보여줄 이유는 전혀 없다.

⑤ 지하철을 반드시 타 보도록 한다. 선 지불카드를 이용토록 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을 스스로 체험토록 하고 스크린 도어를 직접 보도록 해야 한다.

캐나다 토론토만 해도 예산 부족으로 스크린 도어를 전부 설치하지 못했다며 부러워하는 캐나다 교수의 부러움 섞인 말을 듣고 공연히 내가 우쭐해졌다. 또 지하철을 탈 때에는 역마다 설치된 전자 안내판(영어)을 작동해 보는 것도 필수이다.

세계학회 개최는 국가와 개인에게 유형·무형의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앞으로도 이에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해 주기 바라며 충분한 보상이 따를 것 임을 의심치 않는다.

아시나요? 우리가 얼마나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학회 유치를 위해 짧은 기간안에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리고 국내에서 현장 실사단을 안내하면서 평소에 공기나 물처럼 그 진가를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던 한국과 서울의 역사와 환경, 발전상에 대해 새삼 열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됐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어느 틈에 이렇게 좋아졌나 느끼게 되어 고맙고 뿌듯한 마음에 이를 널리 알리고 싶다.

과거에 우리는 경치나 시설이 좋은 곳을 보면 "외국 같아"라는 말을 흔히 쓰곤 했다. 아마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빠르게, 그러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엄청난 발전을 이뤘음이 틀림없다.

최근 한 일간지에 '너나 애국하세요! 이상한 대한민국'이라는 독자 칼럼이 실렸다. 애국을 말하는 것이 쑥스럽고 잘못하면 수구골통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빗댄 글이었다. 필자도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멋쩍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한 시민의 왜곡되지 않은 눈으로 보고 느낀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가는 대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사심과 탐욕이 가득 찬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국민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라는 말을 너무 남발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학회 유치를 위해 지난 일 년간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새삼 우리가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세계학회 개최지 도시를 결정하기 위해 내한한 실사단과 함께 서울 곳곳을 다니며 짧은 역사지식이지만 설명하고 이해시키며 이것이 바로 애국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서울에서 자랑할 곳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남산·한강·청계천·하천 :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서울처럼 도심 한 복판에 크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주변이 시민의 휴식처로 잘 정비된 강이 있고 거기에 스물 두 개의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고 그 바로 옆에 울창하고 푸르름을 간직한 산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는 없다.

또 서울처럼 시내 어디에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울창한 산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곳도 없다. 청계천까지 가 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각종 하천 정비사업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송파구의 성내천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물 없이 진흙바닥을 흉물스럽게 드러냈으나 지금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잉어들이 서식하고 있고 오리들이 떼지어 가족나들이를 하고 봄에는 수초가 꽃을 피우고 심지어 밤에는 수달도 나타난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다.

이와 같이 산·강·하천이 잘 어우러진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우리만의 자랑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어릴 적 교과서에 우리 산천을 금수강산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별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이제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인천공항 :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들어온다.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했다는 보도를 보고 가슴 뭉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학회를 유치하면서 이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 공항을 이용하면서 여러 항목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 한 후 공항 밖으로 나오는데 빠르면 30분 밖에 안 걸리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 국제공항은 심하면 두세시간 씩 걸린다.

그리고 많은 연결 항공편·쇼핑·식사·휴식·다양한 문화체험·화장실 접근성·승객의 동선,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대중교통편이 이렇게 좋은 공항은 없다. 국제공항에 대중교통수단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깨끗한 공기 : 저개발국에 가면 시내 공기가 아주 나쁘다. 차들은 대부분 노후해서 기름도 나쁘고, 도로망 확충에 비해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차들이 선 채로 검은 매연을 내뿜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매연 때문에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아야 겨우 메슥거리던 속이 진정되곤 했다. 높은 곳에서 이런 도시를 내려다 보면 높은 하늘은 파란색인 반면 낮은 공기 층은 누런 색과 회색이 섞인 탁한 매연 층이 뒤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

지난 11월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소아심장학회 서울 유치를 위한 제안발표를 끝낸 후 유치 과정에서 비싸게 얻은 소중한 경험과 그 동안의 경과를 학회에 알리는 글을 쓰려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국가차원의 대형 사건들이 터지는 바람에 차일 피일 미루다 이제야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지난 1년 간의 유치과정에서 비싸게 얻은 소중한 경험이 세계학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국내 단체들에게, 또한 아직 유치 계획이 없는 학회나 단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