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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평가, '약국 조제료'부터 손봐야"

"의약분업 평가, '약국 조제료'부터 손봐야"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1.01.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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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교수 국회 토론회서 날선 지적
"부당이득 보전하다 약제비 폭등 자초"

▲ ⓒ의협신문 김선경
의약분업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된 약국의 '조제료'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약분업 시행 당시 약국의 불법 진료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을 보전하기 위해 신설된 조제료가 현재 건강보험재정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약제비 폭등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실)는 6일 한나라당 이애주의원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공동주최한 '의약분업 시행 10년 평가와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신설된 수가인 '조제료'는 분업 이전의 약국 수입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며 "그러나 약국 수입 중에서 진료에 의한 수입과 전문의약품 약가 마진에 따른 수입은 모두 '부당이득'이므로 보상해 줄 이유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 상황에서 높은 조제료를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건보공단 통계에 따르면 약국 조제료는 의약분업 도입 10년(2000~2009년) 동안 총 18조4324억원이 지출됐는데, 이는 전체 약제급여비 66조 7232억원의 27.6%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의약분업 10년간 약제비가 1조 2675억원에서 10조 7071억원으로 무려 845%나 급증하는 사이 조제료 역시 1조 2675억원에서 10조7071억원으로 동반 폭등했다.

권 교수는 "의약분업 이전의 약국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특혜였다"며 "의약분업은 이런 특혜를 차단하는 정책이었으나 사실상 이전 수입을 조제료로 보전해 줌으로써 특혜를 양성화 시켜준 셈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에서 조제료는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었다"면서 "독일의 경우 처방량에 따라 공단으로 일정 금액을 자동 환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약계는 거세게 반박했다. 최상은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건당 약제비 대비 조제료 비중은 2008년의 경우 24.79%로서 일본 26.24% 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도 "조제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약국의 직접조제와 판매를 허용한 약사법과 조제료 청구를 규정한 건강보험법은 법이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라며 "약사 직능을 부정하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대체조제시 소비자 사전 동의 의무화"
대체조제와 성분명처방을 둘러싼 설전도 벌어졌다. 권 교수는 "약사가 처방약을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할 경우 반드시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특히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 통과된 의약품으로 대체할 경우, 해당 의약품이 생동성 시험을 통과할 당시의 평균 혈중농도와 원료의약품의 원산지 차이를 알리고 소비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생동성시험은 혈중 농도가 오리지널약의 80~125%이내면 동일효능의 약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약효가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성분명처방제도가 도입될 경우 약사가 동일성분·동일효능의 여러가지 약들 가운데 최저가약으로 대체조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의약품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신광식 약사회 이사는 "생동성시험에 대한 부당한 부정적 덧씌우기"라며 반박했다. 그는 "생동성 인증은 의약품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생동성 장치를 훼손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허용해야"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히 요구되고 있는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허용도 의약분업제도의 보완책으로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송기민 한양대 교수(고령사회연구원)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이 문 닫는 시간에는 간단한 일반약 조차 쉽게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소화제·두통약·지사제·멀미약·위장약·감기약 등은 '자유판매약'으로 지정해 소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진 교수도 "현행 제도는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만 판매토록 함으로써 약사들이 불법 진료를 통해 '일반의약품 혼합판매' 행위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최상은 서울약대 교수는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약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특히 개별 OTC 의약품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 하더라도 실제 현실에서는 OTC 약과 함께 처방의약품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병용금기 의약품을 복용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편익 측면만 고려해 섣불리 일반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강제 의약분업 제도는 실패한 정책"

▲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약분업 시행10년 평가와 발전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혁 의협 보험이사가 발언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약분업제도가 '고비용-저효율제도' 전락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는 "의약분업 제도는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분들, 영유아·장애인에게 큰 불편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제도의 원래 취지인 의약품 오남용 역시 줄어들지 않고 약국의 임의조제·불법진료 행위도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책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며 대체조제 확대, 심사 삭감 강화, 차등수가제 도입 등 의사를 옥죄는 정책들로 제도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또 "실패한 의약분업 제도를 유지할 명분과 실리 모두 없다는 점을 통감해야 한다"며 "제도 유지에만 급급할 경우 공보험의 근간마저 붕괴돼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이사는 의약분업 제도 개선 방안으로 노인·영유아·장애인 등은 약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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