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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넓고 멀리보며 갈등 치유해 나가는 한 해 되길

시론 넓고 멀리보며 갈등 치유해 나가는 한 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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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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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상(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결심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계획과 비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예년처럼 어쩌면 예년보다 더 많은 소용돌이가 있어 가슴이 답답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때로는 내부의 갈등이 치유되기 불가능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절망감에 빠져든 적도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시시비비를 가려 보는 것이 명쾌해 보일지는 몰라도 새로운 논쟁, 새로운 갈등을 야기 할 수 있어 일단 덮어 보지만, 아무래도 눈앞의 일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근시안적인 행태에서는 반드시 벗어나야 하겠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다.

빈대 때문에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없고 무언가 바로잡겠다고 해서 누워서 침을 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 새 아침답게 필자가 바라는 대한의사협회의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할까한다.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가와 사회 발전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낄 줄 아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지난 몇 해 전부터 대다수의 우리 국민은 나라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는 믿음도 이런 자부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지난해에 개최된 G20의 성공이나 각종 국제 행사 특히 스포츠 분야의 성과나 문화계에서의 한류 열풍도 이제 우리가 선진국이 됐거나 그 문턱에 아주 가깝게 와있다는 인식을 낳게 했다고 생각한다. 의학이나 의료 또한 세계 수준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발전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학 분야에서 생산되는 SCI 논문들이 타 분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현상이나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환자가 증가하는 현상도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의 발전을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6T( BT: Biotechonology / CT: Culture technology/ ET: Environmental technology/ IT: Information technology/ NT: Nanotechnology 그리고 ST: Space technology) 에 더하여 HT( Health technology)에 열중하고 있다. HT를 미래의 국가성장을 견인할 신 성장 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6T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많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와 노력을 경주해 왔는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중 IT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고 ET는 녹색성장의 기치아래 집중적으로 정책지원을 하고 있으며 BT나 NT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HT는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진단^치료^ 재활에 쓰이는 모든 기술 및 산업으로 정의돼 기초의학 연구에서부터 의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 복합, 융합 기술로서 기존의 IT·BT·NT 등을 배제하거나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그런 기술의 바탕위에 중개연구, 임상시험 또는 의료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서 성적 좋은 학생이 지망하여 합격선이 가장 높은 학과가 공대 화공과인 적이 있었던 것은 나이든 사람이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기계과, 전자공학과 등에 우수한 학생이 집중적으로 지원했던 시대적 흐름도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제 발전이 중화학, 자동차 그리고 IT에 힘입어 성장해 온 사실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다. 우수한 인재가 집중되는 분야를 육성해 국부 창출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있는가를 따져보고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국부 창출을 꾀했어야 하지 않을까한다. 당연히 의과대학이다.

정부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의과대학에 보태진다면 의학이 지금의 속도를 뛰어 넘는 발전을 이룩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서 구성된 의료단체가 이런 발전을 선도하지 못하고 타 분야에 비하여 보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 근대적인 폐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의료단체가 의학과 보건의료 분야에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하고 촉구하는 일에 앞장 서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서는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책임을 다하는 일이 될 것이다.

보다 멀리 보는 시각으로 의료계 자체의 발전을 통해 국부 창출까지 끌어낸다면 그동안 철회되어 온 전문직에 대한 국민의 존경도 되찾을 수 있는 현명한 일이 아닐까 한다.

지난 2010년 12월 20일에는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준공식이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고 그 자리에서 HT 비전 선포식도 거행돼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정부 차원에서는 H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R&D라고 하니까 그저 학자들의 문제려니 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적지 않다.

다행이 오는 5월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 제33 차 종합학술대회의 프로그램을 미리 보니 HT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어 약간의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앞으로 법률 통과로 상설화 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HT의 중요성을 잘 파악해 합당한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러나 국과위는 나름대로 챙겨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 많을 것임으로 의료계에서 HT 문제를 소홀하게 취급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했으면 한다.

HT관련 전담기구의 설치를 위해 의료계가 합심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해보면 건강보험이 도입되는 시점에서 그것을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임을 잘 알고 대처했다면, 의약분업이 분업 자체가 갖는 시대성에 대한 통찰을 잘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 형편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HT의 발전은 이 시점부터 미래 국부 창출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그동안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든 의학계와 의료계가 국가를 위해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이를 달성을 위하여 진지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철회된 존경'을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머뭇거리거나 자칫 잘못하여 현재 의료계가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많은 현상들 (예컨대 해마다 홍역을 치르는 수가 인상 문제를 다루는 잘못된 위원회 구성 등)을 초래한 과거의 판단 착오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수한 회원의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에도 더러 이런 소망이 제대로 실현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의학 용어인데, 모두 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통계청에서 금년부터 새롭게 개정된 KCD를 적용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여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당연한 일이지만, 의협의 용어집 제5판을 공식용어로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의협은 수 십 년 동안 용어위원회를 운영해 왔고 그동안 용어에 전문성이 있는 많은 위원들이 활약해왔다. 의협처럼 계속 사업으로 꾸준히 의학 용어를 다듬어 온 전문가 단체가 거의 없어서, 우리나라의 어느 학문분야에서도 이만큼 훌륭한 용어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또 예를 더 들자면 의과대학인정평가 사업인데, 공학인증원같이 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대학의 인증 사업을 하는 분야는 있을지언정 스스로 배출되는 회원의 자질 향상이나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느껴서 인정평가사업을 시작한 예는 거의 없는 형편이서 자랑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의협이 직간접으로 지원하여 전문적인 여러 사안을 타 분야에서 흉내 내기 어려운 성과를 일구어 낸 사례가 더 많이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의협의 관심으로 전문가들의 활동이 원활해 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먼저의 주문이 국가와 사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촉구하는 일이라면 이 일은 내부적인 합의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 오히려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전문가 단체의 특성중의 하나인 자율성을 회복해 본연의 위상을 되찾았으면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뚜렷한 비전과 리더십이 전제가 되기는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친 회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역량을 집중할 수 있으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국가 발전이나 단체 자신의 발전의 근원이 될 역량을 내부 갈등으로 소모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투쟁과 몇 분의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회원들에게 등을 떠밀려 사퇴하는 일 등으로 의료계가 밥그릇 싸움에 치중하거나 내분을 일삼는 단체라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갑기 그지없다.

자율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절실한 것은 자율적인 자정 작용이 될 것이다. 어느 집단이건 내부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큰 문제이건 그렇지 않은 일이건 그 것을 밖으로 들고 나가 온 동네의 조소꺼리가 되는 일은 바람직 한 것인지? 우리 내부에서 성숙한 자세로 비판하고 수용하고 그리고 갈등을 치유하면서 더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인지?

비록 상처를 받고, 스스로 뱉은 침에 더럽혀졌어도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국가사회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단체임에 틀림없다.

새해에는 밥그릇 싸움, 불필요한 내분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보다 시야를 넓게 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든 집단답게 성숙하고 합리적으로 의료발전과 국가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미래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 될 HT의 발전은 물론이고 시대를 앞서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현명하게 결정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의학 발전이나 보건 의료의 발전에 있어 전문가 집단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전 집행부와 단절되거나 등을 돌리지 않고, 하나의 가치관이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풍토 마련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추가 하고 싶다.

새해는 조금 더 넓게 멀리 보면서 또 갈등을 스스로 치유하면서 살아가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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