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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8:04 (목)
특집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특집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0.12.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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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활용할 수 있는 남다른 진료 팁

 

환자많은 의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자신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개원의라고 우기지만 평범함 속 구석구석에 환자를 감동시키는 코드들을 숨겨 놓고 있다. 무엇이 환자를 감동시키고 계속 찾게 만들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의사들을 찾아 그들의 진료실을 엿봤다.

네가 먹는 바로 그 약을 알려주마!

경기도 신도시에서 2년전 소아청소년과를 개원한 40대 A원장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는 자칭 '알약 파노라마'. 자신의 의원에서 처방하는 20여가지의 약들을 투명한 프라스틱 상자에 쭉 넣어 전시하고 진료받는 환자들에게 처방한 약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보여준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럴테면 "제가 이 약, 요 약, 이 약을 처방했습니다. 바로 요렇게 생긴건데요. 혹시 다른 색깔이나 모양의 약을 약국에서 준다면 그건 대체조제한 약입니다." 혹은 "요 약은 얼마를 부담해야 하고요. 이것은 얼마를 내야 합니다. 어떤 것으로 하실래요?" 환자들의 반응은 폭발적.

신도시의 특성상 젊은 엄마들이 많은데 처방약의 실물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면 고객 충성도가 하늘을 찌른다. K원장은 하루 100명 후반대 환자를 진료한다. 플라스틱 상자는 팬시문구점에 가면 크기별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5000원부터.

아이컨택(눈맞춤) 포기할 수 없어 종이차트고집

경기도 신도시에서 10년째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40대 B원장은 아직도 종이차트를 고집한다. 물론 청구는 별도의 청구프로그램으로 하지만 진료실에서는 단골환자의 경우 너덜너덜하기까지한 종이차트를 두고 진료한다. 이유는 아이컨택 때문.

▲ ⓒ의협신문 김선경

B원장은 환자와 의사 사이를 가로지르는 컴퓨터 모니터가 왠지 불편해 종이차트를 쓰고 환자에게 종이차트로 설명한다.

청구프로그램에 비해 한눈에 들어오는 종이차트가 의사인 자신에게도 편하고 좋다고. 단지 종이차트보관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 B원장은 수천장에 달하는 종이차트를 방하나 가득 보관하고 있어 어릴적 보던 동네의원의 풍경이 연상된다.

환자의 아이가 올해 대학시험을 봤거나 결혼을 한다면 차트 한구석에 슬며시 표시를 해두는 것도 센스. 오랜만에 온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B원장이 물어본다 "아이는 대입시험 잘 봤나요?" 환자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K원장에게 감동 '이빠이'. 환자는 하루 평균 150명 전후.

카페야 진료실이야…굳이 구별해야 하나?

서울 도심지에서 1년이 넘도록 일반과를 보고 있는 30대 초반의 C원장. 카페와 의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철저한 예약제에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은 30분.

▲ ⓒ의협신문 김선경

그럼 수익은? 의원은 완전 적자다, 하지만 소문듣고 찾아 온 일반손님들과 충성도 높은 환자들이 팔아주는 커피값이 대박. C원장의 진료실 역시 진료실이야, 카페야?하는 말이 나올 정도. 한쪽 구석에 유니트만 없다면 잡지책에 소개될 법한 분위기 좋은 카페의 한쪽 귀퉁이로 볼 만하다.

워낙 컨셉이 독특해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쉽지않다. 다만 진료실이란 공간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꾸며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한방 쾅! 하루 환자는 20명 수준. C원장의 신념은 "의사가 편안해야 환자도 편안하다."

아이패드로 설명하고 데이터는 이메일로 쏘옥!

경기도 신도시 20대 중반의 D원장은 신세대. 신세대답게 최근 출시된 신상 '아이패드'를 진료실로 들여왔다. 아이패드에 인체그림을 깔고 태블릿 위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환자의 상태를 그림으로 그려준다. 환자의 감동은 지금부터다.

▲ ⓒ의협신문 김선경

환자와 대화한 자료화면들을 캡처해 환자의 이메일로 쏘옥! 환자는 이메일을 확인하며 D원장이 설명해준 그림과 글들을 받아볼 수 있다. 모 유명 포털사이트 회사 안에 입점했다는 여건을 십분활용해 포털사이트에 다니는 젊은 직원들을 타겟으로 아이패드 이메일 전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젊은 환자들의 반응은 역시 폭발적.

스테로이드, 설명하기 보다 보여주자

의사도 그렇지만 환자도 매일 귀가 아프도록 듣는 것이 스테로이드의 위험성. 젊은 엄마나 젊은 세대들의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는 장난아니다.

▲ ⓒ의협신문 김선경

하지만 '독'도 의사가 잘 쓰면 '약'이 되는 법. 스테로이드도 적당한 사용량을 지키면 되는데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주니 환자들의 불신가득한 눈빛이 뒤통수를 찌른다. "아주 약한 스테로이드제예요"라고 말해 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E원장이 생각한 방법은 '말해주기'가 아닌 '보여주기'.

스테로이드 강도에 따라 스테로이드제를 16등급화하고 가장 높은 1등급의 경우 진한 붉은 색을, 16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색깔을 옅게 했다. 그런 다음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때 연고의 수준이 16등급 중 어느 정도인지를 짚어줬다.

막연히 스테로이드가 아주 조금 들어가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인지를 한눈에 딱 알 수 있는 스테로이드표에 환자들은 '안심'. 경기도 신도시에서 개원 2년차를 보내고 있는 40대 E원장은 "지역 명의로 소문 났다!". 하루 평균환자 수는 100명대 후반.

은행과 관공서가 한다면 의원도 한다

▲ ⓒ의협신문 김선경
내과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어르신들. 하지만 어르신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보니 의사와 환자 모두 불만이다. 경기도 신도시에서 개원 중인 F원장은 관공서나 은행에 갔을 때의 경험을 살려 돋보기를 진료실에 비치했다. 돋보기는 50대·60대·70대용 3가지.

눈이 침침한 어르신 환자들의 상태를 설명하는 자료를 보여줄 때 활용한다. 미처 돋보기를 준비하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인기백배. 40대 중반의 F원장은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의원이라고 왜 못하겠냐?"고 반문한다. 환자수는 영업비밀.

하지만 기자가 갈때마다 대기실에는 어르신 환자들로 인산인해.

"나도 한번 해봐"하는 생각이 든다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시길. 언듯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환자들은 감동받고 진료실은 보다 더 행복해진다. 그리고 사실 특별한 원장님들의 진료팁은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환자들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소산이다.

결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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