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특집 [동네의원 선택 기준]왜 가냐고?…"가까워서"
특집 [동네의원 선택 기준]왜 가냐고?…"가까워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2.31 14:3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다리지 않고 친절한 진료받을 수 있다면 OK
입소문·대기시간·의사 친절·진료 시간 등 고려

 
이번 국민 대상 조사에서 '처음 동네의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3순위까지 중복 응답하도록 한 결과,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의료기관까지의 거리'(27.9%)였다.

국민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가까이에 있는 의료기관' 즉,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기준으로 꼽은 것이다. 이같은 응답은 500명이 응답한 1순위 조사에서 더 두드러진다. '의료기관까지의 거리'가 42.8%(214명)로 다른 항목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연령대별 세부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54.0%와 30대 응답자의 48.4%가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를 동네의원 선택기준으로 꼽았다.

반면 의사 500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동네의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삼는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본 결과, 1위는 '입소문'(28.7%)을 꼽았으며, '의사의 친절도'(19.2%)가 뒤를 이었다. 국민 대상 조사에서 1위에 오른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는 의사 대상 조사에서 13.0%로 3위에 머물러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경영 위기에 시달리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상당수는 환자의 발길이 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일일평균 진료건수가 10∼20건 미만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율은 9.6%였으며, 심지어 10건 이하도 7.1%에 달했다. 이렇듯 환자들이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 가운데 '입지선정'의 실패가 가장 많이 손꼽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수의 경영대학원 교과서에서는 소자본 점포 경영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place'(길목)으로 꼽고 있다. 입지가 좋아야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은 가까운 의료기관 선호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1차 의료의 정의와 속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차의료연구회는 1차의료를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해 주민에게 흔한 건강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라고 정의했다.

Starfield는 1차의료가 1차 접촉·접근성·지속성·포괄성 등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이 처음 가까이에서 손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입지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서울종합과학대학원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닥터서비스'라는 의료경영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인모 대표이사는 "지역의원은 보험성·반복성 진료인 경우가 많으므로 배후상권의 인구수 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의 동선이고, 고객의 동선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이 머물러 있는 동선임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이사는 "고객이 지나가도 머물러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버스정류장·점포가 꽉찬 상가·노점상이 많은 곳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이사는 개원목표와 진료과목,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따라 입지선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주력하고자 하는 진료서비스가 보험인지 비보험인지, 1회성인지 반복성 진료서비스인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표이사는 "입지는 긴호흡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판단사항"이라며 "자기의 강점과 약점을 알기 위해서는 우수한 병원이라고 소문난 곳을 3곳 이상 직접 방문해 보고, 근처 점포에 가서 물건도 사보고, 식사도 해보고, 비오는 날도 나가보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원 입지 '버스정류장·상가·노점상 주변' 유리

국민 대상 조사에서 동네의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3순위까지 중복응답을 집계한 결과, '의료기관까지의 거리'(27.9%)에 이어 2위권에 오른 것이 '입소문 또는 주변의 평가'(13.7%)였으며, '진료 대기시간'(11.4%), '의사의 친절도'(8.9%), '진료 가능시간'(8.8%) 등이 뒤를 이었다.

의사 대상 조사에서는 '입소문'(28.7%)에 이어 '의사의 친절도'(19.2%), '의료기관까지의 거리'(13.0%), '직원의 친절도'(11.4%), '진료비용'(6.5%) 등으로 나타나 국민 대상 조사와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였다.

국민 대상 조사에서는 의료기관까지의 거리(1위)·진료 대기시간(3위)·진료 가능시간(5위) 등 접근성 과 신속한 진료를 비롯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항목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의사 대상 조사에서는 의사와 직원의 친절 항목에 다소 무게가 실린 반면 진료 대기시간 등은 5위권 밖에 머물렀다.

환자를 파트너로 만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항목(입소문·의사 및 직원의 친절 등)은 여전히 높은 평가 잣대임이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입증됐다. 국민 대상 조사에서 입소문(2위)·의사의 친절(4위)과 직원의 친절을 합산하면 25.5%에 달한다.

국민 대상 조사에서 동네의원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1순위 응답자 5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를 토대로 연령대별 특성을 분석하면, 전연령대 모두 '의료기관까지의 거리'와 '입소문'에 손을 들었다. 60대는 '입소문'과 함께 '의사의 친절'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으며, 4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진료 대기시간'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국민 대상 조사에서 각 항목에 대해 의료기관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1∼5점(1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5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위로 평가하도록 한 결과, '의사의 친절' 항목에 80.2%의 응답자가 '영향을 미치거나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2위는 '입소문'(79.6%), 3위는 '의료기관까지의 거리'(78.6%)였다. '직원의 친절도'(76.2%), '진료 가능시간'(71.6%), '진료 대기시간'(67.6%)도 동네의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의사의 성별·의사의 연령·의사의 출신대학·병원의 규모·진료비용 등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의료기관을 경영해 나갈 것인지를 참조할 수 있는 실마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 친절하면서 입소문 난 의사 원해

동네의원을 재방문 하는 선택기준을 물었다.

1위는 '거리가 가까워서'(50.6%)가 과반수를 넘었다. 의원을 개원할 때 입지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워 주는 응답결과다. 특히 20대 연령층에서 62.7%를 차지, 응답률 평균을 끌어올렸다.

'치료효과가 좋아서'는 27.2%를 차지했다. 50대의 33.7%가 치료효과에 손을 들었다.

'의사가 친절해서'는 15.4%를 기록했다. 30대의 25.8%와 60대 이상의 20.0%가 '의사의 친절'에 무게를 더 실었다.

배후지역 인구가 많고, 인구의 동선이 많은 개원입지는 임대보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임대보증금이 저렴한 곳은 뭔가 위험한 이유가 있으므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함명일 순천향대 교수(보건행정경영학과)는 "이번 설문조사결과는 의사들이 그동안 개원가에서 성공의 방식으로 막연히 인식되던 소위,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환자에게 친절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환자들은 중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의 선택기준인 병원의 명성·신뢰도·첨단 시설 및 장비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고,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은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이기 보다는 개원 예정지 주위의 상주인구·유동인구(오전·오후·출퇴근 시간대)·주위 경쟁의원들의 위치·환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교수는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시군구 및 읍면동별 연령별 인구 구성 통계를 비롯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지역별 환자통계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까지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최적의 개원 지역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네의원 재방문 기준 역시 '접근성'

1차의료의 근간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새로운 경영전략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와 정책적인 환경의 변화와는 다른 불변의 진리다.

 

이번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다시 확인한 것처럼 환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며, 웃어주는 센스는 환자를 처음 만나는 개원의사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능력 중 하나다.

폐렴 증상이 있는 환자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대학병원을 피해 병원에 소개를 해 줘 완치됐다거나 가능한한 약이나 주사제 처방을 하지 않고 생활습관의 개선을 권유하는 의사에게 호감이 간다는 환자들의 한마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개원 15년차라는 한 개원의는 "과거보다 개원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의사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유리하고,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면서 "개원은 지역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주민의 일원으로 정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조급하게 빠른 시일에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긴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