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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단결 못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인화단결 못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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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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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천희두 대한의사협회 고문

▲ 천희두(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전 의협 중앙윤리위원장)

"하늘의 운세가 좋아도 땅의 이점만 못하고, 땅의 이점이 아무리 좋아도 인화단결(人和團結)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 이는 맹자의 말씀이다.

비유컨대 천시(天時)는 조직의 외부적 환경을 말하고, 지리(地利)는 조직 내부의 역량을 말하며, 인화(人和)는 조직 상호간의 소통과 단결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돌아볼 때, 天時(외부환경)도 기대할 수 없고, 地利(내부환경)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인데, 人和(소통과 단결)마저 실종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살펴보자.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지 않고 억지로 정치적인 이유를 앞세워 도입한 의료보험과 졸속으로 시행한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과 의료계에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의사로서의 존엄성은 커녕 진료권까지 잠식당하고, 이제는 생계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근래에는 존엄성 훼손뿐 아니라 경제적 몰락까지 겹쳤는데 한술 더 떠 '리베이트' 쌍벌죄 운운하면서 모든 의사들이 잠재적인 도둑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내부 환경은 또 어떤가?

힘없는 대다수의 회원들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이 방황하고 있던 때에, 새로운 젊은 회장을 비롯한 집행진들의 역량에 기대를 걸면서 한껏 고무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어떤 비전이나 회원들을 위한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회원들의 아픈 마음을 껴안아 주기는 커녕 사소한 문제 앞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의사소통 부재의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이로 인한 좌절과 절망으로 불만이 쌓이고, 원성이 높아졌다.

살맛까지 잃고 존엄성마저 무너진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지도자가 낯 뜨겁게도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으니,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회원들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던 차에 따귀 한 대 얻어맞은 격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우리 의료계는 대외적인 천시도 열악하고 대내적 역량인 지리도 좋지 않은 상태다. 천시와 지리가 유리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인화가 필요한 것인데, 하물며 조건이 이토록 열악해지고 말았으니 이런 자중지란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 눈앞엔 지금 생존과 직결된 여러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것은 모두 대정부·대국민·사회단체들과의 타협과 설득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문제는 100여 년을 이어 온 우리 의협이 내부의 일을 요즘처럼 밖으로 끌고 나가는 바람에 내부의 혼란을 야기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참담하고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우리 내부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나 갈등·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자체 규율로 다스리고 성토해야 하며, 처벌이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

대의기구를 통해 어떤 문제든 결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회장 내지는 지도부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기 위해 내부의 속사정까지 굳이 외부로 까발려서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우리 스스로 의협과 회원들의 얼굴에 볼썽사나운 먹칠을 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의협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의협의 정치력과 협상력까지 심히 훼손시켜 결국 전체 회원에게 불이익을 줄 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의협 회장을 이러저러한 일로 고소·고발했던 사랑하는 회원들은 즉시 그 소를 취하하길 바란다. 의협의 정의 구현을 위한 개혁 의지의 충정은 십분 이해하나 대의기구를 통해 적법하게 잘잘못을 가려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회장이란 자리는 앞으로도 수없이 바뀔 것이지만 의협과 회원들은 대를 이어 영원하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격려하고, 고민이 있다면 부둥켜안고 함께 극복해야 할 가족간에 이처럼 반목하고, 상처와 아픔을 주며 소통이 끊긴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회원으로서 보다 넓은 아량과 너그러움을 보여주어, 집행부로 하여금 그 충정을 느끼게 하고 크나큰 깨달음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가 더불어 상생하는 길이다.

의협 회장에게 간곡하게 청한다. 선량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차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하지만 상당수가 불신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막상 퇴진 결의를 못하고 있는 것은 대외적 의협 이미지 손상, 대정부·대국민 사회단체 협상력 약화, 심각한 현안 문제들의 시급성 등을 고려할 때 이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회원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추스려 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생계를 위협받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 여러 가지로 압박해 오는 규제 일변도의 의료제도, 1차의료를 말살해 가는 정책 등이 회원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분골쇄신해 주기를 거듭 바란다.

그리하여 먼 훗날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회장과 집행부로 길이 기억되기를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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