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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대통령

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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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1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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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준(시인 수필가 대구 성서병원 응급실 주임과장)

빈대·이·벼룩이 복숭아꽃이 만발한 동산에서 도원결의를 맺었다. 생긴 모습과 종족이 서로 달랐지만 다민족 사회에서 인간의 피를 주식으로 한다는 동질성 때문에 가능했다. 몸집이 큰 순서로 서열을 정하였으니 맏형은 빈대가 되었고, 벼룩은 자연 끝이 되었다.

인간의 몸에서 붙어살던 그들이 인간의 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유로운 시간을 한번 가져보자 결의하였고, 소풍을 가기로 했다. 아니 텐트도 준비해 야영하기로 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살아야 했던 그들의 지난 삶을 한탄했으며, 때로는 그렇게 자신들을 만든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소 닭보듯 닭 소보듯 한것과 같이 인간과 대등한 입장이 서게 되었고, 더 나아가 받기만 했던 관계가 줄 수 있는 관계까지 발전되리라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먼저 인간의 몸으로부터 자유스러움에 신바람이 났다. 그래서 맏형인 빈대는 무공해 쌀로 만든 떡과 과일 술을 준비했다. 수레를 준비해 그곳에 산해진미를 가득 싣고 맏형인 빈대가 앞에서 끌기 시작 했다. 동생들은 그 뒤에서 밀기로 했다. 앞에서 형이 소리쳤다.

"야! 아버지가 앞에서 수레를 끌면 뒤에서 밀어주어야지 오르막에서는 잡아당기고 내리막길에서는 밀면 어떻게 하나! 너희들이 협조 안하면 나는 더 이상 아버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때 뒤에서 있던 이가 말하기를 "형님으로 당신을 추대했는데 어느새 아버지가 되었나! 그럴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대통령 하라"고 했다. 그러면 말을 듣겠다고 했다. 그래서 빈대는 그의 성을 따라 빈 대통령이 되었다. 뒤에서 국민된 이가 소리쳤다.

"빈 대통령! 당신은 머리가 비었소? 내 보기에는 이쪽으로 가야만 되는 길을 왜 다른 쪽으로 자꾸 갑니까? 그것도 한 두번이지…"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힘을 보태주어도 모자랄 판에 벼룩은 스스로 시키지 않은 길안내를 맡겠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기 몸의 수십 배 되는 높이를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니, 빈대는 마치 구미호에 홀린 기분이요, 오히려 방향감각을 잃을 뻔 했다.

드디어 빈 대통령은 호통을 쳤다. "제발 사나이 나아가는 앞길을 방해하지 말라. 나를 믿어 달라. 설마 너희들을 죽음으로 내 몰겠는가. 너희들이 손수 뽑은 대통령이 아닌가"라고 했지만 말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이제는 애걸복걸 했다.

나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까지 했다.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달한 후 개울 옆에 터를 잡고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끝내고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먼저 이가 말했다. 어느 날 나는 스님의 옷 속에 숨어서 스님과 학생이 대화하는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는데, 절로 향하던 스님이 다리 아래에서 가재를 잡던 학생들을 발견하고 소리를 치며 "학생 이곳은 살생을 금하는 곳입니다. 가재를 살려 주시오" 라고 했어.

그러자 한 학생이 "우리들은 잠시 옛 동심을 맛보기 위해 가재를 잡을 뿐 곧 놓아 줄 것 입니다"고 하더군. 이제는 학생들이 스님에게 가까이 와서 하는 말을 이번에는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스님! 만약 옷 속에 있는 이를 발견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는게 아니겠어? 스님은 "이를 잡되 이것을 죽이지 않고 이슬을 먹고 살라고 풀숲에 가만히 놓아 준다"고 했지.

그러자 학생은 그때 화를 내면서 "그것은 이를 아주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 라며 "차라리 손톱 밑에 넣어 한순간에 압사해 죽이는 것이 편안한 안락사며, 이슬을 먹고 살아갈 수 없는 미물을 굶겨 죽이는 행위야 말로 살생이요,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는 곧 죽음"이라고 하더군.

"인간은 청산에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우리에게 청산은 스님의 옷 속이 아니겠어"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이 말을 들은 벼룩도 벼룩신문에 난 기사를 읽어 알았다면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어느 한 어촌에서 진주를 생산하는 조개를 어민들이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해 속 내장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죽은 조개껍질을 어민들은 대량으로 건져 올렸다고 하더군. 그 원인을 추적 조사해 보니 불가사리 놈이 조개를 먹어 치웠다지.

어민들은 불가사리를 잡아 죽이기 시작했으니 몸을 몇 개로 토막 내어 바다에 넣었더니 전부 토막 난 숫자만큼 그 개체가 불어나는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랐고, 그 죽이는 방법을 연구해 보니 의외로 지극히 간단했다고 하더군. 즉 바다에 다시 넣지 않고 육지에 놓아둔다면 쉽게 죽는 다는 사실이었지.

바로 환경의 변화는 곧 죽음을 뜻한다는 것이지"라고 했다.

이때 빈대가 말했다. "인간은 우리를 죽이는 방법으로 환경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곧 멸종할 것이 불 보듯 한데 이 일을 어떻게 할꼬"라고 했다. 빈대는 "빨래를 자주 하고 살충제 약을 옷에 뿌리고 하니 번성은커녕 멸종이 두렵다"고 하며 "우리 옆에 흐르고 있는 개울물을 보자.

옛날에는 무수한 가재가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오염된 물이 흐리니 가재가 살아날 길이 없고, 이것을 막기 위해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 생활의 복지를 가져온다고 하는 자와 이대로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환경을 보존한다고 부르짖는 자가 있어 세상이 어수선 하며 이틈에 우리들은 누구 편을 들까"라고 했다.

이가 말했다.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우리들은 깨끗한 환경에 인간들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마치 곳간에 쌀을 저장하듯 바람직 하지만 원래 추한 곳을 선호하는 우리들의 기호에 맞지 않으니 우리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아! 빈 대통령!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오!"라고 물었다.

이에 빈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논해 봤자 끝이 없다. 내가 어떻게 하자고 하여 내 말에 따르겠는가 가만히 보기만 해라. 대통령이 앞에서 수레를 끌고자 수레바퀴를 만들 적에 바퀴살을 망치로 깨지 말라.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결과를 보고 그때 시비를 가리자"고 했다.

이와 벼룩은 그들의 삶도 연장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빈대도 낯짝이 있냐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결코 머리가 빈 것이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 개울에는 물이 깨끗해 그들의 궤와 달리하는 날아다니는 모기의 장구벌레만큼은 완전히 박멸되는 날을 그들은 희망했다. 빈대는 이와 벼룩에게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는 책을 무상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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