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리를 간과한 쌍벌제 시행규칙
기업의 생리를 간과한 쌍벌제 시행규칙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0.12.10 1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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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동자도 아는 세계 3대 거짓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다. 기업은 결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제품을 공짜로 뿌리는 것도, 연말 연시에 불우이웃에 수 억원 씩 쾌척하는 것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제품 홍보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해 결국은 물건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기 위한 행위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일단 제약사(또는 의료기기회사)가 의료인에게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안 된다.

그런데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는 판매촉진의 목적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연료·자문료 제공은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판매촉진의 목적'이란 대체 무엇인가. 예를 들어, 특정 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돼 제약회사가 영업사원 등 내부 직원교육을 위해 실제 임상에 참여했던 국내 유명 대학병원 A교수에게 초청강연을 부탁했다면, A교수에게 강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판매촉진 목적에 해당하는가? 또 다른 예로, 특정 레이저기기를 이용한 피부미용 시술이 개발돼 이 장비를 직접 사용하고 있는 B전문의를 초청해 개원의 대상 교육을 실시했다고 하자.

B전문의에게 강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판매촉진 목적에 해당하는가? 곧 출시할 신제품의 장단점과 임상적 의의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 10여명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이들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은 판매촉진 목적에 해당하는가?

앞서 언급한 기업의 생리를 고려하면 위의 행위들이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제한할 경우 회사의 마케팅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학문 발전과 의료기술 향상의 토대가 되는 의료계-산업 간 원활한 정보 교환도 어려워진다.

두 번씩이나 강연료·자문료 허용을 시도했던 복지부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단다. "강연료나 자문료를 빌미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러나 정말 내부 직원으로는 한계가 있어 외부 보건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 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복지부의 해석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

차라리 "이제부터는 강연이고 자문이고 모두 외국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제약회사 관계자의 자조섞인 푸념이 좀더 현실적이다. 이러다가 자칫 리베이트가 무서워 아예 의료 발전을 위한 교류마저 끊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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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0-12-11 09:15:49
의료업은 비영리다 이거죠 뭐. 의사는 환자 진료를 통해 획득한 재화로 자신과 가족의 생활비에 쓰면 안된다는 법규도 곧 생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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