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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치료에 '신경차단'이란 용어가 적합한가?

통증치료에 '신경차단'이란 용어가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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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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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중립(서울 영등포 여의도통증의학과)

의료계에서는 국소마취제주사를 이용한 통증치료에 대해 신경차단(nerve block)이라는 표현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쯤은 그 용어를 바꿔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수술마취 목적의 신경차단과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통증치료 목적의 신경차단이 혼용되고 있어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취목적의 신경차단은 정상적인 신경기능을 국소마취제로 마비시켜 수술할 때 환자들이 통증을 느낄 수 없도록 해주는 것이고, 통증치료는 국소마취제를 이용해서 비정상 상태에 있는 신경을 외부의 압박자극으로부터 풀어주어 신경의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주는 시술이다.

몇 가지만 실례를 들어 설명해본다.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으로 신경의 장애가 있을 때에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혼합해서 주사하는 것을 경막외강차단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에 약물주입은 척추신경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고 신경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다.

옛 문헌에 보면 국소마취제로 감각신경을 마비시키면 허리근육의 무통운동으로 허리 통증을 없애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만일 이정도 되면 환자들은 하지의 감각마비를 느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이 때에 사용하는 약물의 농도는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는 농도에 미치지 못하는 0.5%lidocaine으로서 교감신경의 기능만을 차단할 수 있을 뿐이다.

척추강내의 교감신경을 차단시켜 혈류를 개선시켜주면 신경근이나 마미총의 억압이나 울혈을 풀어주는 것이 경막외강주사법이다. 이 때에도 약물의 농도가 높다보면 마취효과를 일으켜 감각마비나 운동기능을 마비시키게 될 것이다.

필자는 수술실에서 근무하면서 수술마취를 할 때에는 많은 환자들에게 신경전달마취를 해서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상지수술에는 상완신경총차단을 해왔고 하지수술에는 지주막하마취나 경막외강마취를 많이 시술했다.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개원하고 있으면서 많은 상완신경총 장애환자에게는 전사각근에 있는 통증 유발점에 주사하여 상완신경총의 억압을 풀어 주고, 하지 통증환자에게는 경막외강주사나 좌골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이상근의 유발점에 주사해 신경의 억압을 풀어주어 통증을 치료해왔지만 이러한 시술을 신경차단이라고 생각해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필자가 만일 통증을 치료한다며 상완신경총차단을 시행했다면 마취효과로 운동마비와 감각마비 때문에 환자들은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고, 환자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예로 대요근과 장골근사이에 있는 요부신경총(lumbar plexus)에 의한 통증을 치료한다고 두 개의 근육사이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을 대요근구차단(psoas compartment block)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그 적응대상도 확실치 않고 효과도 명쾌하지 않다.

대요근과 장골근 사이의 도랑을 대요근구라고 하는데, 그 사이에서 요부신경총중에서 대표적인 신경인 대퇴신경이 압박받으면 대퇴신경의 흥분으로 인한 대퇴사두근의 긴장으로 인한 제반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필자는 이 때에 나타나는 증상을 대퇴신경통이라 이름붙인바 있다.

이러한 증상은 대요근구내에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고, 긴장되어있는 장골근과 대요근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해서 이 근육들을 이완시켜 주면 신경의 압박이 풀리면서 제반증상이 금방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환자에게 대요근구내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면 대퇴신경이 직접 마취되어 대퇴사두근의 근력이 떨어지거나 대퇴부 앞쪽의 피부감각 장애를 일으켰다가 약효가 지나면 다시 증상이 재발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전해져온 문헌에는 두통 치료 시에는 대후두신경을 차단한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대후두신경을 차단시켜 감각기능을 마비시키면 우선 통증은 없어지지만 두피에 감각마비도 통증 못지않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 또한 약제의 지속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다시 나타나게 된다.

이 두통이 대후두신경과 관련된 통증이라고 생각될 때에는 대후두신경이 승모근의 최상단과 두측반극근의 최상단을 뚫고 두피로 나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승모근의 motor point에 있는 유발점에 주사하거나 두측반극근의 상단에 주사해서 신경의 조임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가끔은 영수증을 발급하다보면 신경차단이라는 용어가 마취로 표기되고 있어 환자들로부터 자기는 수술 받은 일이 없는데 마취비가 나왔느냐고 항의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수진자 조회를 하면서 신경차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차단을 받고 감각마비가 왔거나 운동기능의 마비가 있었는지 환자에게 묻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신경차단을 위해 초음파를 이용 신경을 찾아 바늘을 자입하는 연수교육을 학회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올바른 방법은 아니라 생각된다.

BONICA도 마취목적의 신경차단과 통증치료목적의 신경차단의 효과가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을 풀지 못해 고민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수술마취목적의 신경차단과 통증치료목적의 신경치료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신경치료의 진료수가도 신경에 따라 세분화해서 책정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통증치료 목적의 치료행위는 신경치료라는 이름으로 고쳐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대로 간다면 수술마취만하는 의사들에게 수술마취와 통증치료를 구분하지 못하고 마취과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학회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개원의에 불과한 필자지만 이 점만은 반드시 바로잡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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