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시론 리베이트 '쌍벌죄' 규정 위헌성
시론 리베이트 '쌍벌죄' 규정 위헌성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0.12.03 10:0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선욱(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관련하여 경제적 이익 등을 취득한 의료인 등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이른바 '쌍벌죄' 규정이 발효되었다. '쌍벌죄'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통상 '양벌규정'이라고 하여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의 직원이나 종사자가 법위반을 하면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에게도 형사처벌을 한다는 법규 용어는 존재하고 있지만(이 역시도 헌법재판소에서 대부분 위헌결정을 받은 구세대 유물이다), '쌍벌죄'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아마도 약사법상 제약회사 등 약품 공급자만을 부당한 거래를 한 것을 이유로 처벌하던 것을 금번에 의료법 등을 개정하여 부당거래 상대방인 의료인(개원한 의사들이 핵심 타겟이다)도 처벌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쌍방 모두 처벌한다는 의미에서 '쌍벌'죄라는 표현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법체계에는 이미 필요적으로 쌍방을 모두 처벌하는 죄가 여럿 존재하고 있다. 뇌물과 관련된 범죄나 간통죄가 그 예이다. 그럼에도 이들 범죄를 '쌍벌죄'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특정한 사회구성원에 대하여 단순히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으로 정식으로 부를 수 있음에도 유독 '쌍벌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특정 의료인 계층을 국민 일반과 분리하여 특정한 범죄 대상군으로 만드는 사회적 풍토 자체가 헌법상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나 각 계층의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현상이거나 발상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법리적으로 볼 때, 관련 의료법 규정이나 의료기기법 규정도 위헌이라고 본다. 예전에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광고규정 중 처벌 규정(구 의료법 제46조 제4항)을 보건복지부장관의 의료법 시행규칙에 위임한 것을 위헌으로 결정한 바가 있다(2007. 7. 26. 2006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이른바 '쌍벌죄' 신설 규정은 우선, 헌법상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면이 있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헌법 제95조는 '법률의 위임을 받아' 부령을 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이미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 내지 기본적 윤곽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6. 8. 29. 95헌바36, 헌재 2007. 7. 26. 2006헌가4). 그런데 신설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 단서 및 제2항 단서를 보면 그 문언 상 무엇을 부령에 위임하는 취지인지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 규정이 처벌규정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헌재 1998. 7. 16. 97헌바23, 헌재 2007. 7. 26. 2006헌가4).

그런데, 이 사건 조항만으로는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의 범위가 '한정적'인 것인지 '예시적'인 것인지 알 수 없으며, 또한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의 내용을 규율하는 것인지 아니면 절차를 규율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하여 강의료는 얼마까지는 되고 명절사례비는 얼마까지 되고 하는 안을 만들었다가 규제개혁위원회가 문제를 삼게 되었고 결국에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지극히 애매모호한 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근원적인 위헌성을 탈피할 수는 없다.

결국 이른바 '쌍벌죄'규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만든 법률에 의하여 관련 의료인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인 복지부장관의 자의나 각양각색의 법관의 맘에 따라 처벌도 되고 무죄도 되는 안타까운 법규정 형식이 된 것이다.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의 원칙은 국민이 국민을 처벌할 법률을 스스로 만들었을 때에만 국민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고을 원님이 만든 규정에 의해서는 민초가 처벌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른바 '쌍벌죄'관련 의료법 등 규정을 볼 때 의료인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가싶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