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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나는 누구일까

청진기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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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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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익(대구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장)

▲ 송광익(대구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장)

'자뻑'이라는 말을 혹 들어보셨는지요? 궁금증에 버릇처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한자인 스스로 자(自)와 강렬한 자극으로 정신을 못 차린다는 의미의 속어인 뻑이 합성된 신조어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정신을 못 차린다, 제 정신이 아니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공주병, 왕자병 등의 대체어로 각광받고 있다.' 라고 퍽이나 자세하게 풀이가 되어있었습니다.

떡 본 김에 잔치 벌린다고, 내친 김에 이리저리 찾아보니 자못 거창한 이야기까지 실려 있더군요. '자뻑과 비슷한 말로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있다.'는 머리말을 시작으로, 예전 학창 시절 정신과 강의에서 들었던 정신분석학적 용어인 '자기애(自己愛)'로부터, 약방의 감초처럼 프로이트의 이론까지 줄줄이 나오더군요.

요컨데 자기애에 머물지 않고 주변을 향한 대상애로 점차 확장되는 것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덧붙여서 1899년 '자기애'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보다 까마득한 옛적인 2000년 전에 중국의 묵자(墨子: BC470~370)가 이미 설파한 바 있다는 이야기까지.

'군자불경어수, 이경어인(君子不鏡於水, 而鏡於人)' -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경구를 빌려서, 일찍이 물을 거울로 삼는 자기애와 사람을 거울로 삼는 대상애(對象愛)와의 차이점과 이를 경계하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말입니다.

곁가지로 또 다른 눈에 익은 신조어도 새삼스럽습니다. '검사스럽다' -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2007년에 국립국어원이 펴낸「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2002년-2006년)」에 나오는 용어라고 하더군요.

우리네 뒤틀리고 우울한 자화상입니다만, "누가 아니랄까봐 꼭 ~ 티를 낸다."라는 노골적인 조롱조와 "아무리 봐도 요즈음 ~ 같지가 않습니다." 라는 뒤바뀐 극찬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살아가야하는 사회에서,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논쟁의 끝은 어디쯤일까요?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봅니다. 당연히 의사 한 명이 보이네요. 그 중에서 대구시하고도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라는 마을의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이지요.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사진관과 과일가게 이웃들에 비친 제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써봅니다.

흐릿하게나마 중년의 동네 아저씨가 어른거리네요. 그 많은 일 중에서 마침 의사라는 가운을 걸쳤더군요. 문득 신파조 노랫가락도 함께 들려오고요. '사랑한다는 것은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이다.'

아파서 병원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진료라는 우산을 씌워주는 의사도 요긴하지만, 힘겨워하는 동네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도 정말 정겹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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