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전공의모집 썰렁

전공의모집 썰렁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1.12.10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였다.

올 전공의 모집에 들어간 수련병원들의 과장들은 혹여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까봐 노심초사였다. S대학병원의 임상병리과장은 마감직전까지도 2명 모집에 1명밖에 지원하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해부병리과에는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마나 위안을 삼기도 했다. 또 매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치료방사선과는 모집정원을 채우자 잔치집 분위기다.

병협 병원신임위원회가 11월 29일 마감한 2002년도 전기 레지던트 모집결과 3,057명 정원에 3,336명이 지원, 평균 1.1대 1을 기록했다.

역시 최고 인기과는 성형외과·피부과·안과 순. 지원율이 가장 저조한 과는 해부병리과, 임상병리과, 핵의학과, 예방의학과, 흉부외과, 산업의학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과의 경우 수련도중 `적성'이나 `전망의 불투명'을 이유로 중도포기하는 비율이 50%까지 이른 경우도 있어 더욱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수련이 끝나 전문의를 취득한 후 `개원하기에 가장 유리한 과'가 선호 우선순위며, `개원하기 불리한 과'는 찬밥 신세다.

A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의 전공의시절을 돌아보며 “과거에는 대학에 남는 것이 최우선 순위였으나, 이제는 개원의 유·불리가 제 1순위가 된 것 같다”며,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정원을 못 채운 과 만이 아니라 이른바 인기과로 불리는 곳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수련 후 대학에 남을 사람이 있겠냐는 걱정이 벌써 앞서고 있다. 지난해 부터 인기과의 교수들과 봉직의들이 중심이 돼 개원바람이 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들로서는 지원자는 넘치지만 남을 사람이 없는 `풍요속의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인 한강성심병원 평촌병원 성형외과는 스텝 1명이 지난 8월 개원한 후 지원자가 없어 폐과가 된 사태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터다.

젊은 의사들이 개원를 선호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으며, 최근의 사태를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의사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과별 불균형이 지나치게 심화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년 전만 해도 그토록 선호하던 대학교수라는 직책이 어떤 사유로 급격히 매력을 잃어가는지 대학은 대학대로, 정책당국은 정책당국대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