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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경계 곧 사라질 것"
"기초·응용과학 경계 곧 사라질 것"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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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교수(생명과학과)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효과적으로 접목되면 그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래서 오래전 부터 기초과학 분야와 응용과학 분야의 공동연구 등이 추진돼 왔다.그런데 임상의학을 하던 의사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자로 거듭나며 스스로 기

초와 응용을 '합체'하는데 성공하고, 이제는 두 분야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내과)에서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교수(생명과학과)로 '변신'한 김윤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내과 가운데에서도 알레르기질환과 천식관련 질병에 대한 연구와 진료가 전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대 교수로 있을 때 미국 예일대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기존의 천식 병인기전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바로 잡고 싶었습니다."

귀국후 질병동물 모델을 만들어 천식의 병인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몰두한, 김 교수의 실험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벽에 부딪쳤다. 미국에 있는 학생에게 질병모델을 보내 실험을 해야 할 정도였다.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로서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인력도 인프라도 충족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 임상과 이공계는 평행선을 달리며 병원에서는 PhD를, 이공계에서는 MD를 쓰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 '임상의사도 이공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롤모델이 되기 위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마침 국내 이공계 대학 가운데 의학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포스텍이 임상의사를 필요로 해 김 교수는 특채 형식으로 2006년 3월 포스텍에 부임했다.

"하고 싶었던 연구는 포스텍에 와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요체는 한마디로, 면역학을 베이스로 새로운 원인물질을 규명하고 질병을 발견해 이를 응용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초 과학자들과의 협동으로 하고 싶었던 연구에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기초생명과학에 대한 연구는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상당히 발전했고, 의대와 병원의 임상의학은 거의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알레르기질환과 같은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두 분야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포스텍에 온 지 만 5년이 채 안됐지만, 이같은 기초와 임상의 협연으로 최근 여러 결과물이 나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임상의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의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우선 그람양성세균에서도 소포체(vesicle)를 낸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장내에 사는 공생세균이 소포체를 계속 내고 이 소포체가 혈액으로 가면 패혈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패혈증의 원인물질을 규명해 올해 5월 <PLOS one>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다. 이 학술지는 IF(피인용지수)가 5점대에 이른다.

ⓒ의협신문 김선경

또 아토피 피부염과 세균감염과의 관련성은 알려져 있었으나, 포도상 구균에서 소포체가 발생해 아토피를 일으킬 것이라는 가설을 동물실험과 환자샘플에서 입증해 올해 9월 <Allerg> 온라인에 발표했으며, 11월 오프라인에도 실릴 예정이다. <Allerg>의 IF는 6.38이다.

"한편 실내의 오염된 공기중에 있는 진드기의 분비물에서 소포체가 나오고, 사람이 이를 들이마시면 폐에 문제가 생겨 천식이나 폐기종은 물론 폐암도 생길 것이라는 가설을 전제로 수행한 연구를 <Nature>에 투고할 계획입니다."

기존에 무시해왔던 세균이나 노폐물에서 발생하는 소포체가 실제로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는 김 교수는 이같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연구결과가 실제 환자진료에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언메딕스'라는 벤처회사를 만들었다. 10개의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미 4개는 상용화를 위해 기술을 이전했다.

"국내에서는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리고 있으나, 대부분 의대가 임상의사를 키우는데 주력할 뿐 연구하는 의학자를 만드는데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자를 진료하는 일도 보람있는 일이지만, 진료에 응용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도 커다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입니다. 아직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명과학과 의학이 만나면 질병 치료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서로의 한계를 외면한 채 독립적이어서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구분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대로 된 연구소를 만들어 후배와 제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또 최근 서울아산병원과 MOU를 체결한 데 이어 다른 병원과도 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텍의 테크놀러지와 병원의 임상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는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힌 김 교수는 "임상의사도 이공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앞으로 나와 같은 길을 갈 사람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여, 궁극적인 목표를 드러냈다.

▶김윤근 교수는
198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모교 내과학교실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2~2003년 미국 예일대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했다.

2006년 3월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 직접 개발한 다양한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해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병인기전을 규명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4일부터는 포항의 세명기독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 진료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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