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위로받고 싶어 한답니다"
"환자는 위로받고 싶어 한답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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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약 8개월 가량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에게는 '의사 출신 2호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늘 붙어다닌다.

1호 타이틀은 1938년 의사국시에 합격한 뒤 1955년 고등고시 사법과와 행정과에 동시에 합격해 서울형사지방법원 재판장등을 지내고 1967년 변호사로 개업한 고 전용성(2007년 작고) 회원이 보유하고 있다. 40년 만에 의사출신 변호사의 명맥을 이은 김 변호사의 등장으로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금싸라기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국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 가운데 하나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사무실이 자리한 서울상공회의소 빌딩 11층에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25년 전 공장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로 근로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동법전을 파고 들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항로가 불현듯 떠올랐다.

▲ ⓒ의협신문 김선경
"1980년대 중반 서울의대 재학중에 군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구속되면서 학업까지 중단해야 했지요."

석방은 됐지만 제적 처분을 받은 탓에 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노동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근로자로 취업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근로자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노동관계법률을 공부했습니다. 이때부터 법률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1991년 공인노무사 자격 취득 시험에 합격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해 본격적으로 법학공부를 하면서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4년 열공 끝에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재학 시절부터 힘들 때마다 손을 잡아준 82학번 입학동기인 명나혜 교수(단국의대부속병원 병리과)와 웨딩마치도 올렸다.

이순형·이정상 교수를 비롯한 서울의대 은사들도 제적생 출신에서 변호사로 재기한 제자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복학의 길을 열어줬다. 의대 입학 18년 만인 지난 2000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의사윤리선언'을 했다.

"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줄곧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문분야는 제가 걸어왔던 일들과 관련이 깊은 노사관계와 보건의료, 그리고 자원과 에너지 분야입니다."

김 변호사는 "제가 맡은 일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시대정신과 같거나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약한 국민을 대리해 승소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직장내 여성 성희롱 판례를 이끌어 낸 것도 김 변호사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 판결이후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이 의무화되는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분쟁 소송을 자주 접하면서 아쉬운 것이 있다고 했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환자 측은 의사들의 주장이나 기록을 불신하는게 보통입니다. 문제가 된 의료행위 자체가 환자나 보호자가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진료기록이나 자료관리 역시 의사측이 일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김 변호사는 "진료기록을 작성할 때 작성순서에 따라 보존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변경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변경전 내용을 알아 볼 수 있게 하거나 변경사유나 변경요지를 밝혀두도록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진료기록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자는 아프고 힘들 때 의사를 찾아 갑니다. 아픈 게 낫기를 바라기도 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하죠."

김 변호사는 "의사들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이지만 환자에게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진지하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낮은 수가문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의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환자와 국가가 혜택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행 의료보험제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거나 일반 국민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제도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의사와 의사단체에 대한 불신을 높일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의료단체나 의료기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도 찾고있다고 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 김성수 변호사는

1985년 서울의대 본과 2학년 재학 당시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으나 미등록으로 제적, 의대를 마치지 못한 채 공장노동자로 생활했다.

신원이 밝혀져 해고되기까지 2년여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동법에 눈을 뜬 그는 1991년 공인노무사시험에 합격했다. 본격적으로 법률 공부에 나선 끝에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에 의대에 복학, 2000년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현재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변호사로 11년째 일하고 있다. 서울시 고문변호사, 노동부 자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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