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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자다, 그러나 마음은 의사다

나는 경영자다, 그러나 마음은 의사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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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약 8개월 가량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의협신문 김선경

"왜 의사를 그만 두고 제약회사에 들어갔나요?"

이동수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마도 의사이면서 현재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이번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돌아오는 답변은 꾸밈이 없다. "의사는 좋은 직업이지만, 좀 덜 바쁜 일상이 싫었다"는 것, 그리고 "인생 한 번 사는 건데,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분야를 하면 재미도 있고, 경쟁력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

덜 바쁜 일상이 싫었다고? 다소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쐐기를 박은 한 마디. "저한테는 바쁜 게 더 맞더라고요. 한 때 병원에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했던 '황금기'가 있었지만, 제약회사에 들어오고부터는 그런 '사치'는 누리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만요."

이젠 직업난에 '의사' 대신 '경영자'란 단어를 망설임없이 써넣을 법한 이 사장이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파격적인 다단계 변신(?)을 거쳤다.

평범한 가정의학과 의사에서 제약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 첫 번째 변신이었고, 메디컬 디렉터였다가 마케팅 디렉터로 분야를 바꾼 것이 두 번째, 마케팅 디렉터에서 한국인 의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국계 제약회사 한국지사의 대표가 된 것이 세 번째 변신이었다.

"주변에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동료와 선배들이 있어서 제약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어요.

▲ ⓒ의협신문 김선경
다른 일을 꿈꾸던 제가 별로 거부감없이 제약회사를 생각하게 됐던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의사가 기자도 되고, 변호사도 되지만, 당시엔 임상의 말고는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별로 없었거든요. 다행히 집에서도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생각에 별로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의사를 포기하고 제약회사 직원이 된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메디컬 디렉터에서 마케팅 디렉터가 된 것도 이쪽 세계에서는 꽤 화제가 된 일이었다. 제약의사의 길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면,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도전을 기회로 만든 용기의 산물이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마케팅 디렉터 적임자를 외부에서 찾고 있었는데, 마땅한 인물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임원회의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동수 상무가 한번 해보지 그러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만 제가 하루만에 덜컥 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아마 위에서 저 때문에 고민 좀 많았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케팅과 메디컬 부서는 같은 회사에 있더라도 역할이 확연히 구별될 뿐 아니라, 당시 제약회사에서 의사에게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맡긴 사례도 없었다.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도전이었죠. 자신이 있었다기 보다는 솔직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의 하나 실패하더라도 마케팅 디렉터로 돌아갈 수 있고, 아무래도 마케팅을 경험해본 적 없는 메디컬 디렉터보다는 경쟁력이 있겠다는 판단도 들었고요."

그의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6년동안 근무하면서 최장수 마케팅 디렉터로 이름을 날렸으므로. 그가 당당히 한국화이자제약의 대표이사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나는 경영자"라고 규정했다고 해서 그가 '의사'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으로는 내일 당장이라도 환자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환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정말 보람있는 일이다. 다만 나는 좀더 도전적인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의사라면 누구나 의업이 갖는 숭고함과 가치를 뼛속깊이 새겨서 어떤 숙명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걸까. 그래서인지 그가 조심스럽게 건네는 의사 사회에 대한 당부와 제안에는 의사란 직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요즘도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지를 알게 됩니다.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는 분들의 노력에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그들 덕분에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아졌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사회와의 소통이나 전문가로서의 리더십·책임감 같은 부분은 좀더 보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만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집단도 드물지만, 그만큼 사회가 기대하는 부분이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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