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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는 공부한 만큼 보여"
"윤리는 공부한 만큼 보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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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 전북대 철학과 교수 4일 의료윤리연구회 첫 강연
"상대 의견 존중하는 것이 의료윤리 첫걸음"

▲ 김상득 전북대 교수(철학과)가 의료윤리연구회 제1회 강연을 하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11월 8일 제2회 강연을 예고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인 윤리는 공부한 만큼만 보입니다."

김상득 전북대 교수(철학과)는 4일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첫 강좌에서 '생명의료윤리의 4가지 원칙'을 주제로 강연을 통해 "내 안에 무슨 생각과 의식을 하고 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윤리"라며 "전문가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윤리학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윤리적 의식'을 하게 되고, 훈련을 받으면 받을수록 다른 안경을 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T.L. Beauchamp와 J.F. Childress가 저서 <Principles of Biomedical Ethics>를 통해 제안한 의료윤리의 4대 원칙(자율성 존중·악행금지·선행·정의)을 이용해 실제 생명의료윤리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타당성을 논증하고 도덕적 답을 찾아나가는 하향적 접근방법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행위 역시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 자율성 존중원칙"이라며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개인의 자율적 의사가 무엇인지 '충분한 정보에 의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자율적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식물인간의 경우 대리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대리인이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의 물음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대리판단표준, 생전 유언과 같은 순수자율성표준, 무엇이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인가를 찾아내는 최선이익표준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행원칙'에 대해 김 교수는 "타인의 선을 적극적으로 증진시키라는 요구로 흔히 보모가 자식을 사랑해 자식의 행복을 위해 좋을 것을 강요하는 온정적 간섭주의를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온정적 간섭주의에 근거한 선행원칙은 자율성 존중원칙과 상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한 환자의 이익을 위해 간섭해야 한다는 약한 형태의 온정주의 입장과 환자가 반대한다 할지라도 환자의 이익을 위해 간섭할 수 있다는 강한 온정주의 입장이 있다"면서 "보라매병원사건의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물은 밑바탕에는 바로 강한 온정적 간섭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임상 현실에서 이러한 선행원칙과 자율성 존중원칙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여호와의 증인을 수혈로 살려낸 병원이 의료분쟁에서 패소한 것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의사의 선과 여호와의 증인이 생각하는 선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 "온정적 간섭의 정당화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의의 원칙'에 대해 김 교수는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국가 예산을 인공심장 또는 인공신장 개발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심장병 환자와 신장병 환자들의 생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행위는 국가 또는 사회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행해지는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신분이나 경제적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료권을 지니는지, 지닌다면 정도는 얼마까지인지 등에 대한 물음도 도외시 할 수 없다"며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을 경우 배분적 정의에 관한 물음이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이면에도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윤리학적 주제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결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생명윤리 문제는 의사 단독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시스템이 요구된다"며 의사·간호사·윤리학자·종교인·법률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병원윤리위원회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공동의 해결이 의사의 고유권한을 침범하고,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암적 요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책임을 면제해 주고, 사회가 책임을 공동으로 떠맡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건강강좌를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행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강좌도 병행해야 의학과 의사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의 예산도 의료에 대해 홍보와 의료윤리 및 의료법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의업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거룩한 직업"이라며 "무조건적인 인술이 아니라 삶의 영역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일한 빵값을 받더라도 다른 빵집보다 더 맛 있고, 영양가 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노동의 가치"라며 "진료비는 똑같이 받더라도 질 높은 진료를 해 주는 것이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세상을 더 밝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첫 강연에는 김동준 전 대한개원의협의회장과 박상호 중랑구의사회장을 비롯해 운영위원진과 개원의들이 참석했다.

▲ '의료윤리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지난 9월 6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한 의료윤리연구회는 매달 첫째 월요일 오후 8시 의협 동아홀에서 윤리강좌를 열고 있다.
한편, 이날 의료윤리 강연을 마련한 의료윤리연구회(회장 이명진)는 지난 9월 6일 '의료윤리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창립총회를 열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창립총회 당시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를 초청, '의사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연데 이어 이번에 정기 교육 프로그램의 첫 번째 강연을 선보였다.

의료윤리연구회는 향후 '직업윤리와 의사의 만남'을 주제로 ▲의사직업윤리 왜 필요한가?(이성낙 가천의대 명예총장) ▲의사와 환자 관계 윤리(정유석 단국의대 교수·가정의학 및 의료윤리학) ▲의사와 동료의료인 관계 윤리(구영모 울산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프로페셔널리즘(임기영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과) ▲의료윤리와 의사의 자정노력(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안덕선 고려의대 교수·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등에 관해 학습할 예정이다.

가입 문의(☎070-4036-5795, 010-5259-5795 이명진 회장). 의료윤리연구회에 가입을 원하는 단체회원 및 개인회원은 가입신청서를 팩스(02-865-5527)로 보낸 후 은행계좌(하나은행 180-910023-76308 예금주 김재윤)로 회비를 보내면 된다. 회비는 단체회원은 연 50만원 이상이며, 개인회원은 연 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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