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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물붓기 벗어나야 '공정의료'
밑빠진 독 물붓기 벗어나야 '공정의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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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일 '공정한 사회, 공정한 의료' 주제 토론회
기회균등한 기본의료 제공한 후엔 다층의료체계 허용해야

▲ 의협이 주최한 '공정한 사회 공정한 의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들이 어떤 것이 공정한 의료이며, 이를 위해 보건의료제도는 어떻게 뒷받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보험재정 위기를 감안하지 않은 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 평등보장의 이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공정한 사회에 걸맞는 공정의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보건의료서비스 배분을 책임지고 있는 공적기관이 의료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제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혁 계명대 교수(인문대학 철학과)는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한 사회, 공정한 의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공정한 사회의 공정한 보건의료체계는 희소한 의료자원의 제약 내에서 국민의 건강필요를 공정하게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한정된 자원 때문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분배와 공정성 원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절차적인 공정성에 입각해 보건의료서비스를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상위층이 기본층을 손상하지 않고, 그로부터 발생되는 불평등의 구조역시 불공정하지 않다면 다층적 보건의료체계가 원칙적으로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정당화하기 어렵다"면서 "적절히 보건의료체계를 설계한다면 다층적 보건의료체계도 공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기본층이 보장된 후의 의료산업화 역시 원칙적으로 불공정하지 않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한 보건의료체계가 확립돼 있다면 2층 혹은 다층체계와도 양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공정한 사회에 걸맞는 기회균등은 10대 청소년과 80대 노인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적합한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공정의료에서도 이같은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정토론에 나선 김은희 연구원(서울대 BK21 철학교육연구사업단)은 "기본층의 의료공급에 대한 사회보장이 우선적으로 확보되고 나서 상위층의 의료공급 혹은 상품으로서의 의료공급을 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미래 보건의료체계가 공정성이라는 명분까지 확보하려면 효율성과 독립적으로 논구되는 가치인 공정성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주제발표자의 발제에 대해 원칙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기본층에 대한 의료공급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박호진 전 의협 보험이사는 공정사회와 공정의료에 대해 보다 현실성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보험이사는 "복지를 확대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정상적인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균등을 보장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그 재원은 경제성장을 통한 조세와 준조세에서 확보해야 하므로 정부나 관료사회가 유능한 사람이나 잘 나가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보험이사는 "우수한 의료인력이 국가의 발전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개인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의료산업화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보험이사는 "의료분야에서 사회적인 건강배려는 국민건강보험으로 구체화되어 있다"면서 건강보험료 부과를 비롯해 배분에 대한 건강보험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보험이사는 특히 "MB가 국가의 역할과 함께 개인의 책임을 거론한 것은 보건의료 문제와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선에 큰 지표가 될 것"이라며 건강보험제도 운영 주체의 역할과 책임에도 방점을 찍었다.

박 전 보험이사는 "공정한 사회의 기본 원리는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면서, 기회균등의 원리를 적용받는 사회"라며 "건강보험제도가 기본적인 의료보장을 하면서도 의사와 환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조항의 공정성과 평등의 관점에서 지정토론을 펼친 장성규 변호사(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는 "지역과 직장 의료보험의 조직과 재정을 통합·운영하면서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가입자간 건강보험료 부담의 불평등과 재정 부실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직장 가입자는 100% 소득이 노출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50% 미만에 그치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을 단일의료보험의 관리 하에 두고 재정을 통합한 것 자체부터 실질적인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고 언급했다. 장 변호사는 "평등과 공정의 관점에서 위헌소지가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이용해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의료서비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식 교수(건국대 경제학과)는 "필수의료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개인들이 원만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나 의료비 조달시스템을 갖추도록 한다는 점에서 발제자가 제안한 이중의료체계는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이상의 의료는 상당히 높은 부가가치를 낳은 의료영역이므로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얻어진 부가가치가 필수의료의 개선에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의료보장을 정부예산으로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의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외과의사 부족이나 노인성 질환 전문의 부족 등 의료공급자가 안고 있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료시스템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최근들어 정부는 의료기관의 소유 주체를 놓고 공공의료로 분류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면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정책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노 과장은 "예방서비스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려 하고 있다"면서 "최근 의협과 일차의료 활성화를 비롯한 정책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는 조남현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위원·장성구 의협 부회장 등이 불합리한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펼치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정치학 박사)는 "한국은 원조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로 국제사회에 올라섰지만 한국사회는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사태 인식에서부터 갈라져 공동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갈라진 공동체를 통합하려면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각 분야에서 공정성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의협이 문제인식을 갖고 사회에서 처음으로 공정성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토론회가 성숙한 의료체계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공정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선진국 따라잡기식이 아닌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공정성에 대한 감각을 성찰하고, 재검토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지적·사회적 능력을 발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의협은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회 각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공정한 사회와 공정한 의료'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신원형 의협 상근부회장은 "범국가적인 공정한 사회 슬로건에 맞춰 의료분야에서도 공정한 의료의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고,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며 이날 토론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국회의원은 "의료는 의료수혜자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의료제공자에게는 자율권을 주는 것이 정의로운 의료"라고 언급한 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현명하게 가르마를 타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임무인 만큼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굵은 선을 그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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