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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조제료 공개한다더니" 여전히 불친절한 약국 영수증
"조제료 공개한다더니" 여전히 불친절한 약국 영수증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0.09.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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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서식개선 불구, 대다수 약국 '구 영수증' 고수
옛날 영수증 써도 처벌할 방법 없어...환자 알권리 외면

[장면1] 입술에 포진이 생겼다. 그냥 둘까하다 볼이나 턱으로 번질까 싶어 가까운 의원을 찾았다. 소독을 받고 연고를 바르고 몇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처방전을 받아 나오는 길. 혹시 필요할까 싶어 진료비 영수증을 달라고 했더니 깔끔한 A4용지에 프린트를 해 도장을 꽝하고 찍어주었다. 살펴보니 진찰료가 1만 2280원, 처치 및 수술료가 530원, 병원 가산율로 80원을 합해 총 진료비가 1만 2890원이었고 그 중 내가 부담할 돈은 3800원이었다.

[장면2] 의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들고 근처 약국에 도착. 처방전을 전해주니 약을 하나 꺼내준다. 약값이 4620원이란다. 약제비 영수증을 끊어 달라고 했더니 ‘뭐지?’하는 표정으로 3초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디에 쓰시려고요?” 하길래 당황해서 “회사에 내려고요.”라고 했더니 영수증을 떼어 도장을 찍어준다. 들여다보니 약제비총액에 4620원이고 모두 비급여란다. 그냥 약값인가보다 싶다.

약국 약제비 영수증 개선작업이 일선 약국들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약제비 영수증에 약값과 조제료를 분리해 쓰도록 약제비 영수증 서식이 개선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준수하는 약국은 드물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 약제비 계산서 및 영수증에 약제 비용과 약국 행위료를 구분해 적도록 했다.

일종의 ‘비용 정보’ 차원에서 약국에 지불하는 약값과 함께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 등 조제수가를 함께 명시하도록 한 것.

여기에는 의료기관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인식도 작용했다.

진료비 영수증의 경우 진찰료, 입원료, 식대, 투약 및 조제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등 그 내역이 매우 세밀하게 구분해 표시하도록 한 반면, 약국의 영수증에는 비용에 대한 상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식이 개정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수증을 발행하는 약국은 많지 않다.

상당수 약국들이 “영수증 재고가 많이 남아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존의 서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약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서식을 구입해 사용하는 약국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약국들은 기존의 서식 그대로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서식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면서 “일부 약국의 경우 기존 영수증 서식을 많게는 1년치까지 미리 구입해 둔 상태라 무조건 바꾸라고 할 수도 없어 홍보와 계도를 통해 일선 약사들이 협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영수증 서식은 관련법 시행규칙에 그 근거를 두고 있어,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다. 이는 의원과 병원도 마찬가지. 그러나 병의원의 경우 법에 마련한 서식대로 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로 자리를 잡았으나, 약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다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약제비에 약국 행위료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면서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서식을 개정해 놓고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가 실제 구입한 의약품이 비용이 얼마인지 영수증만 보고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던 당초의 정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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