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15:31 (목)
coverstory 민영의보도 진료비심사·현지실사 한다?

coverstory 민영의보도 진료비심사·현지실사 한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08.27 16:5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자 지급제도' 추진…사보험 통제는 '위헌'

환자 오히려 불편 가중, 시민단체도 '반발'

Cover Story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이 제공하는 민영의료보험도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처럼 진료비를 심사·평가하는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미 환자의 정보 유출 가능성, 진료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절대 반대'를 선언했다. 보험업계 역시 제도 도입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 부담 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또한 곱지않은 시선이다<표1>.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이 제도가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이성남·최영희 의원 주최로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이 의원이 준비 중인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안'이 공개됐다.

의협신문은 이에 앞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입수, 지난 7월 26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법안의 핵심은 민영의료보험도 현행 국민건강보험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표2>.

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민영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한 경우 진료비를 보험회사(제3자)에 직접 청구해야 하며,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관리기관)으로부터 지급동의를 얻은 뒤 '민영의료보험 심사평가위원회'의 진료비 심사를 거친다.

심사 과정에서 관리기관은 의료기관에 대해 '현지실사'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할 수도 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용은 삭감될 수 있다. 민영의료보험의 진료수가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결정해 고시한다.

보험회사와 요양기관간의 수가 협상·계약 단계는 없다. 제도 도입에 따른 모든 경비는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몫이다.

보험연구원의 조용운 박사(정책연구실)는 제3자 지급제도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행 보험료 상환제 방식에서는 보험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 진료비를 환자가 직접 청구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요양기관이 청구한 진료비의 심사 및 진료의 적정성 평가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또 요양기관은 민영의료보험금 청구용 진단서 등 서류를 종이문서로 발급하고, 보험회사는 이를 다시 전산입력하는 행정상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처럼 민영보험 급여비용을 전자문서교환방식(EDI)으로 직접 청구하면 소비자의 불편이 해소되고, 수가기준에 따른 심사 과정을 거치므로 적정한 의료급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박사는 "국민 입장에서는 보험에 가입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료비를 내기 위해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자동차보험·산재보험이 건강보험 진료수가를 기준으로 심사·평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영의료보험도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목적의 키워드는 ▲환자의 편의 ▲의료비의 적정성 ▲행정 효율성으로 정리된다. 하나씩 살펴보고 문제점을 따져본다.

 

국민 편해질까? '사기꾼 취급 당할수도'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으로 꼽고 있는 것은 '국민의 편의'. 법안을 공동 추진 중인 최영희 의원은 24일 공청회에서 "민간보험 가입율이 2008년 기준으로 성인인구의 63.2%,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보험료는 약 12만원에 달한다"며 "그러나 민간의료보험의 청구시스템은 소비자인 국민이 아닌 공급자 위주로 돼있어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보험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도 "보험금 청구액 100만원 이하 건수가 전체의 80%에 달한다"면서 "소액건을 곧바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통해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3자 지급방식은 오히려 국민에게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상반된 우려도 제기됐다.

정승준 한양의대 교수는 "의료기관이 수많은 보험상품 가운데 한 환자의 계약 내용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특히 단체계약을 통한 실손보험의 경우엔 계약 여부를 파악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며 "이는 환자의 대기시간을 크게 지연시켜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환제, 즉 일단 진료 먼저 받고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납부 후, 보험회사로부터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받는 방식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보험계약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의 질병이 보험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을 사후에 알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질병 등이 뒤늦게 발견돼 보험금 지급이 면책(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 없음)된 경우,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환자로부터 회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의료기관에 본인부담금만 내고 돌아간 환자 입장에서는 나머지 금액을 당연히 보험사가 부담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진료비 환수 과정에서 환자는 '보험사기꾼'으로 취급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득로 손해보험협회 상무도 "치료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처치 내용에 따라, 면책이나 감액 사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과 환자는 '모든' 치료행위에 대해 지급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개연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요양기관, 환자사이에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간 보험회사가 나의 질병 정보를…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것은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다. 법안은 보험회사가 요양기관에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박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영의료보험 심사업무를 위탁 수행하면 정보유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승모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건보공단·심평원이 유명 인사의 진료정보 유출, 환자 데이터를 연구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실태가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과 보험사간의 진료정보 공유는 사회적 우려과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전산시스템 개발 업체가 가입자 진료정보 524건을 조회하도록 방치해 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심평원 자체 조사에서도 개인정보 기록의 16%가 업무 이외의 목적 또는 권한 밖의 조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이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보험회사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영리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보험가입자의 가입자격을 제한하거나 보험료 징수율을 결정하는 등 상업적인 부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정보유출 문제의 심각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민영의료보험 지급 업무를 위해 개인의 질병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현행법상 개인정보의 목적 외 활용금지 원칙에 위배되므로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심사기구가 아닌 개별 보험회사에서 개인 진료정보를 열람할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만약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개별 보험회사의 진료기록 열람을 가능토록 하려면, 민영보험회사도 자동차보험과 같은 정도의 공적 통제를 받는 기전이 전제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당 연간 2496만원 비용 부담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도마위에 올랐다. 제도가 시행되면 거의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EDI 시스템을 통해 진료비를 청구하게 된다. 그러나 제출된 법안에는 민영의료보험 EDI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의료기관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유승모 의협 이사는 "민영의료보험 담당 인력 1명 인건비, 민영의료보험 EDI 시스템 설치 비용 및 사용 비용 등을 따져보았을 때 1년간 소요될 예상비용은 의료기관 1곳 당 총 2496만원에 달한다"며 "이 비용을 왜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보험업계 역시 비용부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법안은 민영의료보험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보험회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충당토록 하고 있다.

정승준 교수에 따르면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수입액의 1%를 분담금으로 걷게 되면 2008년도 실손보험료 총액 약 20조원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약 2000억원에 이른다.

김재훈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민영의료보험관리기구 신설에 따른 운영비, 전산구축비 등에 수 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며 "이를 보험사가 부담할 경우 보험사의 사업비 증가로 인한 보험료 인상으로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엄청난 비용부담 때문에 민영의료보험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은 과거에도 한 번 시도됐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소비자단체도 보험사의 비용부담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 불보듯 뻔해 못마땅한 눈치치가 역력하다. 이기욱 보험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보험사의 출연금과 분담금을 통해 관리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에서 전액 출자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사보험을 정부가? 위헌 요소 있다"

법안은 민영의료보험 진료수가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결정, 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험자와 공급자가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협상이 결렬된 경우에만 장관이 고시토록 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과는 달리 법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토록 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공적보험도 계약을 전제로 하는데, 사적인 계약 영역에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수가를 왜 정부가 고시해야 하는가?"라며 "이 부분에 위헌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 과장은 "요양기관과의 계약 단계를 법안에 추가하더라도 현행 의료법과 충돌한다"고 밝혔다. 보험회사가 특정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의 유인·알선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제도의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지불제도에만 포커스를 맞춰 접근하다보니 여러가지 법리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공보험·사보험의 명확한 역할 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과장은 "OECD 평가 결과 한국의 의료보장은 세계 5위를 차지했다"며 "이처럼 높은 경쟁력은 의료보험수가 억제, 의사들의 높은 노동강도로 유지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진료권 침해…결국 국민만 피해

현재 진행중인 여의도성모병원의 백혈병 환자 급여비 환수 취소 소송처럼 요양급기준에 따른 진료비 심사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민영보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우려다.

정승준 교수는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 심사는 곧 의료기관 진료비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며, 의료기관은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로서는 최선의 진료를 받아야할 권리를 침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적 계약에 의해 보장된 소비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모 의협 이사도 제3자 지급방식은 국민의 자율을 통제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밝혔다. 유 이사는 "민간보험은 공보험과는 달리 보험회사는 계약에 명시된 상한 금액 내에서 모든 진료를 보장하고,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경제적 수준과 이익에 부합하는 최상의 상품을 자발적으로 선택·가입하는 사보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보험 시스템을 국가가 나서서 공적인 성격의 보험으로 만든다는 취지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의료계는 이 법안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료계·시민단체·보험업계 '반대' 한목소리

제3자 지급방식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민영보험 진료비심사 업무를 위탁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은근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이들 세 기관이 제3자 지급제도에 찬성하는 전부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한 목소리로 반대를 천명했고, 시민단체도 기대 보다 우려의 분위기가 높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란 시민단체는 "법률안이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의료민영화를 위한 악법"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가 반길 것이라는 애초 예상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김재훈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우리 보험업계 입장은 실익을 충분히 따져보고 제도를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설프게 도입됐다가 보험 가입자들의 민원만 폭주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수많은 보험 상품의 종류, 고지의무 확인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민영의료보험 청구·지급 전산시스템 구축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성남 의원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최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회 공청회에서도 드러낫듯이 민영보험 제3자 지급제도에 대해 이해관계 당사자 마다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