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17:24 (목)
청진기 인터넷으로 의사를 고를 수 있을까?

청진기 인터넷으로 의사를 고를 수 있을까?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0.08.20 10:32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교실)

▲ 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교실)

다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환자들 중에는 의사가 뭐라고 하면 "인터넷에는 그렇게 안나왔던데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나보다.

눈앞의 의사보다 온갖 허황된 얘기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을 더 신뢰하는 풍토가 개탄스럽겠지만, 이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성향이니 어쩌겠는가? '젊은 사람'이라고 말을 했지만, 중년이 된 나 역시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영화가 개봉됐을 때 난 그 영화를 볼지 말지를 인터넷 평점에 의존한다. 10점 만점에 9점이면 보는 것이고, 8점이면 좀 생각을 해본다. 책을 살 때도 마찬가지고, 놀러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결정을 한다.

이러다보니 앞으로는 의사도 인터넷을 보고 고르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보면 "어느 의사가 잘 보냐?"고 묻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 인터넷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있다면 거기 의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미국에는 그런 사이트가 있다.

www.healthgrades.com 이라는 곳을 가보니 미국에 있는 75만명 의사의 순위를 분야별로 매겨 놓았단다. 호기심 차원에서 '좋은 의사를 찾는다'를 클릭했다. 그 다음 사는 곳을 '뉴욕 브롱스'로 했더니만 쉬바이처라는 의사가 나온다. 클릭을 하니 사진과 함께 약력이 떴다.

'평가'를 보면 환자들이 그 의사에게 매긴 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별점은 항목별로 매겨지며, 다음과 같다. "친구에게 추천하겠냐?" "신뢰가 가느냐?" "환자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느냐?" "환자와 보낸 시간이 적절했느냐?" "의사를 만나기까지 대기시간이 몇 분이었느냐?" "원할 때 만나기가 쉬운가?"

우리나라 의사들이 이런 잣대로 평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지나치게 싼 의료수가 때문에 한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고, 3차병원에 근무한다면 환자가 원할 때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그리 높은 점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인셉션'이란 영화에 별 한 개를 던지는 네티즌이 있는 것처럼, 일반인이 참여해서 매기는 별점이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 그 책의 의미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상품들도 한두번 써보면 진가를 알 수 있겠지만, 진료 한번 받고 의사의 실력을 검증한다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래서 그런지 거기 올라와 있는 의사들 중엔 환자 평가가 하나도 붙어있지 않은 사람이 많았는데, 몇 명 되지 않는 환자들이 매기는 평점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평가항목에 대해 가장 의아했던 건 환자가 의사를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 "증상이 나아졌느냐?"가 없다는 점이었다. '진료실 환경이 좋으냐?'같은 것보다는 그런 게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올해 8월 정년퇴임을 하신 피부과 교수님 한분은 알레르기성 피부염으로 인해 온몸이 가려운 환자들에게 복음 그 자체였다. 그 바람에 그 교수님을 찬양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교수님은 성격이 불같으셔서 환자들이 싫은 소리를 하면 "당신 진료 안해줄거야! 다른 데 가버려!"라고 소리를 치셨다고 한다.

그 바람에 그 교수님은 진료거부로 고소를 당해 두 번이나 경찰서를 가기도 했는데, 헬스그레이즈닷컴이라면 거의 최하점에 해당될 이 의사는 과연 좋은 의사일까 아닐까?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