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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탈출하기
담배 탈출하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0.08.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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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금연 전문의들이 안내하는 금연법

담배는 유혹이다. 너무도 강력한 유혹이어서 거기에 빠진 사람은 흡연의 미덕을 애써 찾거나 불가항력을 호소한다.

담배는 또한 절망이다. 보들레르는 멀쩡한 호흡에 대해서도 "숨 들이켤 때마다 죽음은 허파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리네"라고 했는데, 그 숨에 니코틴 등 온갖 독극물을 가미해 들이켜게 하는 게 담배 아닌가. 그 유혹과 절망을 나날이 앓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흡연과 금연의 모든 것을 밝힌다.

국립암셈터 서홍관·명승권·김 열 박사들이 펴낸 <담배 탈출하기>는 금연이라는 험난한 산을 넘는 데 가이드의 역할을 해준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남녀 모두 폐암이 가장 많다), 2위는 뇌혈관 질환이며, 3위는 심장혈관 질환이다. 저자들은 이들 3대 사망원인의 공통점이 바로 흡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나의 건강이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 높은 방법은 바로 금연임을 강조한다.

<담배 탈출하기>는 ▲유혹을 피우고 절망을 빨다 ▲담배 권하는 사회 ▲폐 속에 타르를 붓다 ▲토바코 유럽, 담바고 조선 ▲내추럴 본 킬러 ▲담배 끊기 매뉴얼 등으로 구성됐다.

■ 담배는 헤로인보다 더한 마약이다
흡연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빠는 순간 곧장 안도감과 쾌락을 경험한다.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을 흥분·마비시키는 약리작용 때문이다. 담배는 대마초와 아편보다도 중독성이 강해서, 피우다가 끊는 경우에는 집중력 저하·피로·안절부절못하기 등에서부터 신경질·좌절·분노·불안·흥분·격분·수면장애·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마약의 경우와 비슷한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 담배는 독극물 종합세트다
담배에는 니코틴·페놀·벤젠·톨루엔·벤조피렌·암모니아·청산가스·카드뮴·비소 등을 포함한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그중 확인된 A급 발암물질만 20여 종에 이른다.
담배 한 개비에서 흡수되는 니코틴은 1㎎ 정도인데, 사람의 경우 체중 1㎏당 1㎎이 치사량이므로 체중 60㎏의 성인이 60㎎ 이상의 니코틴을 일시에 흡수하면 사망할 수 있다.
타르는 폐를 새까맣게 변색시킨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는 경우, 1년이 지나면 폐 속에 종이컵 한 잔 정도의 타르가 축적된다.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 친화도가 산소의 200~300배나 돼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기능을 방해한다. 흡연자는 매일 연탄가스를 마시는 셈이다.

■ 저타르·저니코틴 담배에 속지 마라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로 전환하게 되면 흡연자들은 이전에 받아들이던 니코틴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상행동을 한다.
연기를 좀 더 자주 빨아들이고, 보다 깊이 들이마신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니코틴 담배 흡연자는 1분에 평균 2~4회를 빨아들이고, 한 번에 빨아들이는 양도 최대 55㎖까지 증가했다. 1982년부터 6년간 100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저타르 담배(1개비당 타르 7㎎ 이하)를 피운 흡연자와 저타르 담배(1개비당 타르 8~14㎎)를 피운 흡연자 사이에 폐암 발생률의 차이는 없었다.

■ 63빌딩, 삼일빌딩, 그게 그거다
흡연자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흡연량을 줄이는 절연(節煙)의 효과다. 하루에 대여섯 개비 이하만 피우거나, 연기를 목 너머로 깊이 들이마시지 않는 이른바 '뻐끔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큰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데 뻐끔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변의 니코틴 양을 측정했더니 일반적인 흡연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 63빌딩에서 떨어지는 것하고 삼일빌딩에서 떨어지는 것의 차이라고 농담할 수 있을 정도다.

■ 남성성을 보호하라
담배의 타르 성분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과 고분자 화합물은 혈관을 노화시켜서 탄성을 잃게 하고, 혈관 확장 능력을 저하시켜 고혈압을 유발하며, 심하게는 발기불능을 초래한다. 성적 기능의 발달이 진행 중인 청소년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청소년기에 담배로 인해 성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그 영향이 평생을 간다. 2000년 미국에서 발표한 어느 설문조사를 보면 비흡연자는 한 달에 11.6회 섹스를 하는 데 비해 흡연자는 5.7회에 그쳤다.

■ 니코틴 즐기는 유전자에 유의하라
CHRNA4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니코틴 중독과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는 거의 모든 동물에 있으며 쾌감·학습·기억·수면·심박동·혈압·근육운동 등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조절한다. 니코틴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경계는 니코틴이 마치 아세틸콜린인 것처럼 반응한다.
상동염색체 유전자 중 어느 하나에라도 변이가 생긴 사람은 변이가 없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30% 이상 높고, 양쪽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70% 이상 높아진다. 또 담배를 하루에 열 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문제의 변이가 많다. 그 변이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헤비 스모커가 되기 쉽다는 얘기다.

■ 금연해도 살 안 찐다
여성들, 특히 청소년기 여학생은 살찌는 걸 막으려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거나, 살이 찔까봐 담배를 못 끊기도 한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다가 끊으면 약 20% 정도에서 2~5㎏ 체중이 늘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생으로 살이 찌는 게 아니고 흡연에 따른 식욕 감퇴와 만성 저산소증에 의한 대사장애 탓에 줄었던 체중이 다시 회복되는 것이다.

■ 소셜 스모킹이 문제다
혼자 있을 때 어렵사리 지켜내던 금연이 술자리 한 번에 무너지곤 한다. 흡연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소셜 스모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술과 담배를 통해 교류하고 친해지고 뭉친다. 흡연 행위는 개인의 기호(嗜好) 행위를 넘어선 사회적 기호(記號)와 상징의 행위다. 금연이 사회의 화두가 되어야 할 이유다.

■ 약물치료를 함께 하라
흡연은 '중독 질환'이므로 의지만으로 금연하기는 어렵고 '치료'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교육 자료 학습, 의료인의 충고 같은 단순한 금연치료 외에 개인 혹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금연치료도 있다. 그중 약물치료로는 니코틴 껌이나 패치·흡입제 따위를 통한 니코틴 대체요법,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을 복용하는 약물치료 방법 등이 있다.
약물치료의 성공률은 상담의 1.5~2.5배다. 전화 상담(국번 없이 1544-9030)을 통해 금연으로 이끌어주는 서비스도 있다. 현재 전국 18개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홍관·명승권·김 열 지음 / 국판 / 144쪽 / 2010년 7월 10일 출간 / 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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