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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의료정책실 '단계적 직능분업' 제안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단계적 직능분업' 제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7.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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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춘포럼 '의약분업 10년' 조명…권용진 교수 "국민 불편 해소해야"
약사 불법진료 차단 강조…전문가·이익 단체 위상 분리해야

▲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실)가 의약분업 10년의 교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3세 미만의 소아·70세 이상의 노인·거동이 불편한 질환보유자는 원내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단계적 직능분업 안이 제기됐다.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실)는 20일 서울대병원암센터 이건희홀에서 열린 제8차 함춘포럼에서 '의약분업 시행 10년의 교훈' 주제발표를 통해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약갈등의 원인과 정책시행 후 드러난 문제점을 정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약국진료 금지위한 불법진료센터 운영 필요

권 교수는 "의약분업의 근본적인 취지가 약국진료의 금지였던 만큼 보건복지부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불법진료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의료계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의약분업의 원칙과 현행법을 준수하고,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유명무실화된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약국내 일반의약품 진열장에 대한 국민 접근성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실이 주최한 이날 함춘포럼에는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임정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이사장(서울의대 학장)·이병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등을 비롯한 의료계 주요인사들이 참석, 한국의료사에 가장 큰 화두를 던진 의약분업 정책 평가에 귀를 기울였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존속이 위태로워지고 있고, 의료의 공급마저도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폐단의 원인으로 의약분업을 지목했다. 경 회장은 "의료인의 전문가적 의견을 묵살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잘못된 정책을 선택한 결과, 한 나라의 보건의료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정부가 처음 이야기한 의약분업의 효과가 과연 있었는지, 의사들의 주장이 정말 틀렸는지, 의약분업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이를 계속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 회장은 "다행히 지난 6월 의-정 대화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약속한 바 있다"며 10년 만의 의약분업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의-약 갈등 "복지부 손놔 국가적 손실 야기"

권 교수는 의약분업 정책 수립과 집행을 맡은 복지부의 책임론부터 제기했다.

권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정책 목표에 대한 평가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정책주도권을 상실한 채 의-약 단체를 설득할 만한 보건의료정책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의약분업 평가·연구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의-약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부재했다"고 비판했다. "의약분업 정책이 10년이 지났음에도 의-약 갈등이 지속되고,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합의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보건의료분야의 발전을 심각히 저해했다"고 평가한 권 교수는 "의-약 간의 갈등은 국가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며 문제해결을 위해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 교수는 "의약분업 주무부서를 의약품정책과가 담당하도록 해 의-약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했다"고 진단한 뒤 "이로 인해 의약분업 정책의 핵심인 약국의 불법진료 감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오히려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의약분업 불편 해소위해 단계별 직능분업안 제안

권 교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의약분업 불편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병원 외래환자에 대해 원외처방전 발행을 의무화 하고 있는 현행 의약분업 형태를 의료기관에 약사가 있는 경우 원내처방이 가능한 직능분업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전면적인 직능분업으로 전환이 어렵다면 현재 드러나고 있는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3세 미만의 소아·70세 이상의 노인·거동이 불편한 질환보유자는 처방받은 곳과 가까운 곳에서 조제받을 수 있도록 기관분업의 예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절충안을 제안했다.

의협에 대해서는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익단체의 기능을 축소하고 전문가단체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협은 의사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연수교육관리·윤리교육·윤리위원회 운영·정책 개발 등을 맡도록 함으로써 전문가집단으로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보건의료분야 정책결정에 전문가적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협회를 별도로 결성, 수가계약 및 의원의 권익신장 업무를 나누어 맡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의협의 보험국·의사국 업무를 의원협회로 전환하되 회비납부를 단일화 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복지부, 의약분업 평가 필요성 공감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약분업 평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과장은 "정부 내에서도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여러 주체가 참여해 평가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평가 논의가 다소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 과장은 특히 "국민편의를 염두에 두고 의료정책을 시행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포럼에서 제시한 대안들을 눈여겨 보고, 복지부에 돌아가 정책 연결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신원형 부회장 "국민에게 조제선택권 부여해야"

▲ 신원형 의협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지정토론자들이 정부의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지정토론에 나선 신원형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료계는 준비안된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건강보험재정을 파탄내고, 국민 불편과 부담만 지우게 된다며 사회·경제·제도적 검증절차를 거친 후 의약분업을 시행할 것을 주장했으나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한 채 의사의 조제권을 강제로 빼앗아 의약분업을 강행했다"며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건강보험재정이 파탄나자 정부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의사들을 옥죄는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객관적인 의약분업 정책평가 요구를 묵살한 채 정책실패 부분은 숨기고 성과를 미화하는데 급급했다"면서 "제도 시행 이전보다 의료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약국에 추가지출한 조제료가 2009년까지 18조 4324억원에 달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공보험의 근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신 부회장은 "현행 강제의약분업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의 선택에 의해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투약받도록 하거나, 약국 조제를 원할 경우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국민선택분업제도에 무게를 실었다. 

신 부회장은 "가능한 빨리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국민·의약계·정부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합리적인 건강보험 지출구조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 잘못된 복약지도 의사-환자 신뢰형성 악영향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항생제·주사제·스테로이드제 등의 감소는 의약분업의 효과가 아니라 심사·평가를 강화하고, 홍보 강화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의식이 변화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며 정부가 내세운 약품 오·남용 감소 주장을 일축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황제·의약분업·처방료와 진찰료 통합에 이어 최근의 쌍벌제에 이르기까지 의사의 경제적 이득을 제거해 약제비를 감소하려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약제비 절감에 실패했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특히 "복약지도 대부분이 내용이 빈약하고, 심지어 두통이나 간경화 환자에게 필요에 따라 혈압약인 베타차단제를 처방한 경우 약사들이 '왜 의사가 혈압약을 처방했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환자에게 잘못된 복약지도를 해주는 바람에 항의를 받기도 한다"며 "약사의 잘못된 복약지도가 오히려 환자와 의사의 신뢰형성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고 일선 진료현장에서 빚어지는 의약분업 문제점을 들춰냈다.

이 회장도 "원하는 의원은 약사를 고용해 조제·투약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현재의 기관분업을 직능분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왕준 병협 정책이사는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건강보험 통합이 자리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통합에 대해서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이사는 "과거에는 접근성과 형평성이 주요 아젠다였다면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를 비롯해 환자중심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은 지속가능성·포괄성·효율성이 더 중요한 아젠다로 자리하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변화에 걸맞는 의료계 내부의 자기성찰과 리더십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직업적 윤리관이 투철한 전문직으로서의 의사는가 환자를 담보로 한 파업투쟁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의대 교수들도 의약분업 초기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논의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예방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의원협회가 생기면 더 심각한 내부 혼란과 대립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단체 신설에 대해 경계의 뜻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병원이 이윤극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봉직의사들과 교수들의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권익을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봉직의와 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권익단체를 구성하고, 의협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 복지부 출입기자로 의료대란 사태와 과정을 취재했던 신성식 중앙일보 선임기자는 "의약분업 정책은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명확히 한 점과 소비자들에게 아프면 의사에게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점을 합해 30∼40점 밖에 줄 수 있다"면서 약제비 감소 실패·의료비 증가·잘못된 의약분업 모형 등 정책 전반에 낙제점을 줬다. 신 기자는 "의협은 2000년 파업 이후 건건이 충돌하고 모조건 비판부터 하는 이익집단의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원격의료와 유헬스를 비롯해 노인인구와 만성병 환자의 증가로 인한 의료의 큰 변화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한국에 맞는 의료제도는 무엇인지 전체적인 틀에서 어떻게 의료제도를 끌고 가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의사파업 이후 비판자로 돌아선 것은 시민단체 패착

시민단체 대표의 일원으로 의약분업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작업에 참여했던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가 끝까지 이해관계의 핵심을 파악하고, 끝까지 중심을 잡고 중재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의료계 1차 파업 이후 의사들에 대한 비판자로 돌아선 것이 패착이었다"며 "파업에 나선 의사들의 목소리를 인정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조 사무처장은 "의사들의 전문성은 질적으로 다르고, 국민 건강의 파수꾼은 의사일 수밖에 없다"면서 "의사들이 국민건강의 희망을 주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처장은 "의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 의료를 바꾸기 위해 의사들과 의협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철 병협 회장은 플로어 질의를 통해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냐?"면서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을 붙잡았다.

노홍인 과장은 "건강보험 30년과 의약분업 10년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의약계·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해서 평가하고, 결과를 도출하자는 것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성 회장은 "이번 포럼이 1회성에 그치지 말고, 개선안까지 추후에 논의할 수 있도록 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날 포럼에는 이윤성 의협 부회장·홍성태 서울의대 교수(기생충학교실)·김영진 전 강남구의사회장 등이 참석,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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