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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국가와 자본에 싸워야할 의사
청진기 국가와 자본에 싸워야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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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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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학(인천·갈산중앙의원)
▲ 안용학(인천·갈산중앙의원)

현대 의학이 시작될 무렵 의사의 취업 형태는 대부분 개원의였다. 지금처럼 값비싼 장비 없이도 진료가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그마한 입원실 정도면 의학 지식을 실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장비 개발과 함께 의학 지식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비싼 장비를 구입해야 했고 방대해진 의학 지식은 한명의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마침내 진료과목이 점점 세분화돼 버렸다. 이러한 변화가 조그마한 개원 형태를 넘어 대형 종합병원을 만들어 버렸다. 즉 거대 자본의 개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자본의 역할이 지금처럼 강하지 못하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의료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강조하던 당시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서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당연시 됐다. 의사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강력한 공권력에 조금씩 복종하게 됐다.

강제의료보험을 비롯한 여러 제도들이 상호 평등한 계약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대신에 국가의 강압적 방식으로 제도를 확대시킨다. 그리하여 마침내 직장, 지역, 공무원 단체가 하나로 통합돼 거대한 단일 의료보험 공단이 탄생한다.

그 결과 정부의 제도적 강압뿐만 아니라 공단과 심평원의 압력까지 점점 거세지게 됐다. 복지부와 공단과 심평원이 의사의 진료행위 각각을 제한시키고 이를 거부할 경우 심한 손해를 당하게 된다. 이것이 국가에 짓눌리는 의사의 모습이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자본도 국가의 통제를 심하게 받는다. 하지만 거의 모든 병원자본이 비영리법인으로 강제화 되면서 국가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보조를 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값싼 의료비용은 환자를 대형 병원에 몰리게 만들었고 대형 병원의 의사는 3분 진료에 시달리게 된다.

자본은 의사에게 의학 지식의 정확한 실천을 요구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수입을 목표로 세울 것을 강요할 것이다. 이제 의사는 국가가 원하는 진료형태에 맞춰야 비난받지 않고 또한 자본이 원하는 3분 진료를 받아 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될지 모른다.

현대 의학의 놀라운 능력을 보고, 국가는 그것을 중요한 정치 도구로 삼기 원하고,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의학은 자본의 힘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 돼 버렸다.

과거에는 의학 지식이 정치와 자본의 주인이었지만 지금은 노예로 변하는 중인 듯하다. 그래서 비관적 의사는 '의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아무런 의미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질문은 의사가 국가와 자본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아야할 지 알게 해주는 중요한 질문이다. 의학의 본질은 국가의 요구나 자본의 요구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효율성과 표퓰리즘적 접근성'만을 요구하는 국가통제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에 왜 대항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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