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신종플루와 과민반응
청진기 신종플루와 과민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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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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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
▲ 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촛불시위에 대해 한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발언을 듣고 신종플루를 떠올렸다.

2009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신종플루는 전세계적으로 1만 80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렇게나 많이 죽었나 싶지만, 이 숫자는 해마다 발생하는, 계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훨씬 적단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도 200명 남짓이고, 사망률이 0.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하니 생각보다 그리 심각한 질환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발생 초기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던 이유는 일반적인 독감과 달리 건강한 사람도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만, 실제 우리나라 사망자 중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신종플루에 대해 '과잉대응' 논란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지 얼마 안돼서 치료약이 나왔다는 것. 신종플루는 바이러스고, 바이러스에 대한 특효약이 없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대상포진의 특효약인 acyclovir를 비롯해 몇 가지의 항바이러스 제제가 알려져 있긴 해도, 독감에 대한 약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타미플루가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 기능까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이 약은 없어서 못 팔 지경에 이르렀다. 타미플루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에만 작용하므로 예방효과가 있을 수 없음에도, 효과가 있다는 제약업체인 로슈사의 발표는 타미플루의 판매를 부추겼다.

신종플루 백신 역시 얼마나 많이 사들였는지 나중에는 재고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니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약업계가 WHO에 영향을 미친 결과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과를 놓고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종플루가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독감의 재림이 되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발하는 건 의사로서는 당연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사망자가 별로 안 나온 것도 WHO와 의료진들이 기민하게 대처한 덕분일 수도 있다. 진단비와 약값을 쓴 게 아까울 수는 있겠지만, 사망자와 적게 나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 그게 WHO를 비난할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만약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보건당국과 의사들이 어떤 비난을 받았을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너무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건강은 좀 과민하게 챙기는 게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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