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지에서 펼치는 인술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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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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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병원 해외의료봉사단

지구 곳곳의 기상 이변과 재해 소식으로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새싹은 돋고 꽃은 핀다. 전북대학교 해외의료봉사단을 만나기 위해 전주로 향한 날, 선선한 바람과 반짝이는 햇빛이 더 없이 설렌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정성스레 내어놓으며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대해 들려준 전북대학교병원 해외의료봉사단 단장 주찬웅 교수. 무릇 의사라면, 의사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약자들과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소명의식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글·사진=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차 맛이 어떤가요? 이 차는 스리랑카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해줘서 고맙다며, 차밭 노동자들이 보내온 선물이랍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겨우 1~2달러의 품삯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내준 것이라 더욱 귀하고 귀한 차입니다."

주찬웅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는 '운 좋게' 의사가 됐고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에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1997년 1월 너무나 우연한 계기로 방글라데시에 가게 됐다.

"집사람 친구가 방글라데시의 '찔말'이라는 곳에서 간호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방문을 했습니다. 사전에 서신도 교환하면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구나, 마음으로만 생각해오다가 직접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사람을 일깨우고 마음을 열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정말로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 학생들과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롭고 힘든 때 누군가 다가와서 짧은 시간만이라도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게 되면, 그것도 큰 힘이 되리라는 믿음이 일년에 두어 번이 넘도록 방글라데시, 인도, 러시아, 네팔 등 오지를 찾게 했다.

현지에 진료소를 만들어 주기적인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준 경우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글라데시 묵타카차 마을에 위치한 '세하진료소'이다.

스리랑카 어린이 무료 심장 수술

쓰나미가 휩쓸고 간 스리랑카를 방문해 아픈 이들을 돌보고 모자 병원을 짓기 위해 공사 현장을 찾고 자문 전문가를 파견하고 심장병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어린이 심장병을 전공한 주찬웅 교수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한다.

2008년 4명의 아이를 초청해 수술했고 올해 4월 미처 수술하지 못했던 2명, 락시카와 메갈라를 초청했다. 이번 수술은 경제적 궁핍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 협의를 통해 성사됐다.

락시카는 우심실이 늘어나 폐로 피가 흘러들어 심장과 폐에 손상을 주게 되는 심방중격결손증과 폐동맥협착증을, 메갈라는 심실중격결손증을 앓고 있었다. 심실중격결손증의 경우 심실 사이에 구멍이 나 심장이 커지고 숨이 차며 심하면 심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흉부외과 최종범 교수의 집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한 아이당 1600만원에서 1800만원이 드는 큰 수술이었습니다. 이는 전북대학교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심장재단이 한 아이당 800만원을, 전주중앙로타리클럽이 600만원을 수술비로 쾌척했습니다.

복지가들이 아이들과 부모의 체류비 일부를 보조해주었습니다. 전북대병원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통해 나머지 진료비를 부담했습니다."

주찬웅 교수는 적지 않은 경비가 들었고, 가족들을 초청하는 데 직접 서신을 보내고 보증을 서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지속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해외봉사의학 시스템화 참의료인 길러낼 터

"먼저 난 사람, 선생(先生)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해외 의료봉사단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햇수로 14년째라니 시간이 어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방글라데시 9년, 러시아를 돌아 10년 전부터는 네팔을 다녀오고 있는 전북대학교 해외의료봉사단. 4년 전부터는 흉부외과 김민호 교수와 함께 학생들 15명 정도가 열흘에서 2주 정도 시간을 내어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랑과 나눔, 세계를 향한 비전 있는 의료인 양성'을 목표로 네팔 고르카 지역 및 인근 농촌, 카트만두 빈민가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것. 네팔에 가면 재작년에 보령의료봉사상을 받은 바 있는 반가운 얼굴, 양승봉 선생이 현지 코디네이터가 되어 맞이해준다.

일단 고르카 현대초등학교와 현지 미취학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또 카트만두 티미 병원을 방문해 현지 의료 환경을 둘러보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를 테면,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보살핌을 통해 큰 배움을 얻고 행복해하는 학생들을 볼 때 함께하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에게 해외 의료 봉사 활동은 예비 의사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된다고들 합니다. 하루하루 빼놓을 수 없는 감동이라고 추억하는 학생들도 있고요."

미셔너리 스쿨이 아닌 국립대학으로 해외의료봉사 활동을 14년 동안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찬웅 교수의 의지와 학교의 후원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는 '해외봉사의학' 과목을 두어 학점화시켰는데, 이는 비단 주찬웅 교수가 아니더라도 이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배려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는 주찬웅 교수, 눈을 빛내며 교육자로서의 신념은 이야기하는 모습이 천상 선생일 수밖에 없겠다 싶다. 보령의료봉사상이라는 타이틀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며 자칫 오보나 과포장이 될 때 외려 덕을 잃을 것이라는 그의 우려에 원고를 쓰는 것도 조금은 조심스럽다.

"체력이 닿는 한 앞으로도 전북대학교 해외의료봉사단의 활동은 지속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욕심은 없습니다. 가능한 만큼만 해야겠지요."

가난으로 인한 고민과 상처를 온전히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북대학교 해외의료봉사단의 활동은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났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인술이 훗날, 참의료인을 길러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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