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우린 세균이 아냐"
청진기 "우린 세균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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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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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항(갈산중앙의원)
▲ 안용항(갈산중앙의원)

'예상대로' 쌍벌제 여파가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나타나고 있다. 제약사는 병의원을 방문하는 적극적 마케팅을 목적으로 영업사원이 필요했다. 만약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이 없어지면 영업사원 수를 줄이려 할 것이다.

제약사 영업사원의 마케팅은 제품리스트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려 노력하지만 의사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의사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제약사 제품을 사용할 경우 어떤 '이득'이 있는지도 알리게 된다.

세상의 모든 마케팅은 제품소개로만 끝나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 설비를 팔기 위해 학교도 지워주며 담당자의 개인적 어려움도 해결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서 거들어 주기까지 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위해서 학교를 세워주는 등의 공식적 행위도 있겠지만, 핵심 담당자의 환심을 사기위해 리베이트 형식의 돈을 줄 것이고, 당사자가 원한다면 리베이트 보다 더 비도덕적인 것도 제공하려 할지 모른다. 마케팅이 자신의 생존과 연결될 경우 도덕적 비난쯤은 가벼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강력한 법적 제재가 가해져, 특정 마케팅 행위로 인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 마케팅은 쌍벌제에 걸리고 소극적 마케팅은 제약사 상사의 눈에 걸린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영업사원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의 생존에 위협이 닥치게 되는 것이다.

쌍벌제는 마케팅의 본질을 무시한 제도이다. 쌍벌제가 강력할수록 마케팅이 사라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제약사를 망하게 만든다. 따라서 신규 제약사는 쌍벌제를 감수하고 더욱 음성적 '비밀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이미 시장을 확보한 제약사를 이길 수 없다.

쌍벌제는 신규 제약사의 생존 터전인 제약 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 결국 제약사 간의 경쟁이 줄어들고, 먼저 자리 잡은 제약사만이 생존하며 이득을 누릴 것이다.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막기 위한 쌍벌제를 도입하면서 리베이트가 사라지면 제약사의 이득이 많아질 것이고, 그리하면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망상'을 품은 듯하다.

신규 제약사의 등장이 어려워지고 또한 제약사의 경쟁이 사라져 기존 제약사의 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위험한 신약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경쟁 없이 조용히 엎드려 있어도 지속적 수입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위험한 신약개발에 목숨 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자본만 확보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생존 절박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균도 범죄자도 아냐"라는 영업사원의 표현은 그들의 답답한 심정을 나타낸다. 영업사원은 의사를 비난하기보다 강력한 관료형 의료제도의 산물인 쌍벌제를 추진한 정책당국과 제약사를 비난해야 한다. 영업은 시장형 의료제도에서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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