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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교수 연구 신뢰할 수 없다"

"김진현 교수 연구 신뢰할 수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0.05.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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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고혈압치료제 평가 연구자에 '연구비 토해내라' 일침
임상현실 모르는 비전문가 보고서 문제점 '수두룩'

19일 의협 동아홀에서 열린 '고혈압 치료제의 임상효과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에는 150여명의 회원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객관적 근거에 의할 때 고혈압 약제간 효과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를 위한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보고서(책임연구자 김진현 교수)에 대해 의사들이 단단히 뿔났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엉터리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김진현 교수는 연구비 전액을 토해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복합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청구까지도 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왔다.

연구방법에 오류도 많고, 임상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문헌고찰에 불과한 연구보고서가 그대로 정부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회 관계자들, 김진현 교수 보고서 노골적 '비판'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해 19일 오후 3시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열린 '고혈압 치료제의 임상효과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김진현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대해 대한고혈압학회·대한심장학회·대한뇌졸중학회 관계자들의 노골적인 비판들이 쏟아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제발표 및 패널토론에 참가했던 모든 관계자들이 김진현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주제발표를 한 김종진 교수(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는 "고혈압 환자 중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51%~57.8%로 보고돼 있는데, 김진현 교수는 단순 고혈압 환자 비율을 평균 74.6%로 추정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 "실질적으로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의 병용요법 처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보고서에는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 단독요법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실제 치료현실과 다르게 단독요법만을 중심으로 분석한 보고서의 결과는 임상적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매우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보고서는 이상반응 또는 부작용은 중요한 평가요인이라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은 약물에 따라 다르고 동시에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표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는데, 이상반응을 제외하고 진행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약제간 유용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메타분석을 인용해 항고혈압약제간 강압효과의 차이가 있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제시했는데, 보고서에서 인용한 메타분석의 결과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메타분석에 인용된 계열간 비교 RCT는 치료군에 따른 최종 지표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인데, 보고서에서는 계열간 비교 RCT 자료를 강압효과를 보는데 이용했다는 것. 또 계열간 RCT에서는 목표혈압에 도달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연구 디자인이었으므로 결과에서는 당연히 약제간 강압효과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상용량에서도 강압효과에 차이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밖에 계열간 비교 RCT는 대부분 병용요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 약제의 강압효과를 비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메타분석 해석 오류 등 엉터리…신뢰 못해
김종진 교수는 "보고서는 메타분석을 인용해 심혈관계 질환 예방효과에서 차이가 있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제시했는데,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메타분석 내에서 필요한 결과만을 발췌한 후 별도의 통계적 검증절차 없이 비교해 전반적인 경향만으로 결론지은 것은 해석의 오류"라며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단지 문헌 조사에 의한 보고서의 판단이나 결론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의료비용의 증가를 수반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반질환을 가진 고혈압 환자와 단일요법 만이 아닌 병용요법이 반영된 자료를 바탕으로 재분석을 해야 하며, 임상유효도와 비용-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5~10년의 코호트 분석을 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항고혈압제는 국내외적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만큼, 전문가의 참여와 자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진료현실 반영 안되고 임상적 이해도 부족
이밖에 주제발표를 한 박창규 교수(고대구로병원)와 구자성 교수(서울성모병원)도 연구보고서에 문제가 많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창규 교수는 "고혈압약제는 혈압만 떨어뜨린다고 같은 것이 아니다"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병용요법을 하는 추세이며, 이렇게 될 때 환자는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구자성 교수는 "뇌졸중환자들에게서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 고혈압약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환자마다 차이가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효과가 같다는 이유로 싼 약을 처방하라는 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고혈압에 대한 임상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보고서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억지주장 해서 잘못된 정보를 정책에 반영 '안될말'

김상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정부의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 사업 추진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패널토의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김명곤 교수(대한내과학회·경희의대)는 "경제학자가 보고서를 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혈압약제는 혈압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같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억지주장을 해서 거짓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정책을 밀어부치는 것은 안된다"며 "보고서는 먹이만 보고 달려가는 짐승처럼 보인다"는 강도 높은 말도 아끼지 않았다.

홍근식 교수(대한신경과학회·일산백병원)는 "오늘 심포지엄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고혈압약제에 대한 효과를 얘기하면서 ARB와 CCB 계열에 해당하는 약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보고서가 과학적으로 신뢰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인철 교수(대한임상약리학회·한양의대)는 "카피약을 복용해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생동성 시험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리지널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다른 회사의 카피약을 처방하는 것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수 원장(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분당 21세기크리닉의원)은 "최근의 처방경향은 과거와는 달리 환자에게 맞는 약을 중심으로 처방하는 맞춤의학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열별로 효과가 다른 고혈압약을 처방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된 시각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보고서대로라면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효과가 같은 약 중 싼약을 처방하지 않고 비싼약만 처방했다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진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연구자의 보고서를 보고 몹시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 아깝다…연구비 "토해내라"
좌장을 맡은 박윤형 의료정책연구소장도 한 마디 거들었다. 박 소장은 "김진현 교수를 심포지엄에 초청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고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뒤 "김진현 교수의 보고서를 보면서 '티코'와 '그랜저', '에쿠스'가 똑같이 100km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차 가격도 같아야 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내과학회 소속 회원이 김진현 교수의 연구보고서는 '엉터리'라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연구를 진행한 만큼 연구비를 토해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상희 과장(왼쪽에서 3번째)이 유심히 듣고 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회원은 "보험재정에서 비용이 나간 보고서라는 것을 생각하면 김진현 교수는 이같은 유치한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구비 전액은 물론 더 많은 비용을 토해내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회원은 "복합제가 30%정도 팔리고 있는데 복합제에 대한 평가는 빠졌다"며 "나중에라도 이에 대한 평가가 없으면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연구자와 심사평가원 관계자를 대표해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상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약제비 비중이 커지다보니 보험재정이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등재목록정비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등재된 약들의 약효를 과학적으로 효과를 엄밀히 분석해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약가를 깍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고, 애초에 이루고자 했던 취지로 살리면서 정책결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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