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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치료제 평가, 신뢰성 없다"

"고혈압치료제 평가, 신뢰성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0.05.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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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학회, 심평원 보고서 조목조목 문제점 제기
메타분석 인용 문헌 선정·결과 해석 오류 수두룩

대한고혈압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표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를 위한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보고서(대표연구자 김진현 교수·서울대 간호대학)를 반박하고 나섰다.

고혈압학회는 지난 1개월 동안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평가원 보고서를 꼼꼼하게 분석한 결과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심사평가원 보고서는 ▲대상환자 선정에서 동반질환 제외 ▲항고혈압제 단독요법만을 평가한 오류 ▲평가지표로 항고혈압제 이상반응과 복용 지속성을 제외한 문제 ▲중간지표인 강압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해석의 오류 ▲항고혈압제에 대한 개인별 강압효과반응의 상이함 ▲최종지표인 심혈관질환 및 사망에 대한 메타분석 해석의 오류 등이 있다는 것.

김종진 고혈압학회 홍보이사(경희의대 동서신의학병원·심장혈관내과)는 "연구대상으로 실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를 배제한 후 단순 고혈압환자만을 선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심사평가원 자료상의 진료상병코드만을 데이터 기준으로 했는데, 실제로는 단순고혈압으로 입력된 환자 중 상당수는 동반질환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분석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김 홍보이사는 "단독요법만으로 분석한 보고서의 결과는 실제 치료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임상적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단독요법을 기준으로 평가했는데, 실질적으로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의 병용요법 처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 처방에 따라 계열간 처방빈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배제한 상태로 시행된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것.

김 홍보이사는 "항고혈압제의 이상반응 평가 부분을 제외한 것은 평가지표 선정의 심각한 오류이며, 약제의 지속성 평가는 이상반응 평가와 관련해 반드시 추가돼야 할 평가지표"라고 밝혔다. 특히 "중간지표와 최종지표에 관련해 메타분석의 선정과 해석에 중대한 오류가 있으므로 그에 근거한 결론은 신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홍보이사는 "항고혈압제는 상용량을 투여할 경우 계열 간 계열 내에서 강압효과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동일한 항고혈압제에 대한 강압효과는 환자 개인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혈압학회 특별위원회는 항고혈압 치료도 단독요법보다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국내외적인 현실이기 때문에 동반질환을 가진 고혈압 환자와 단독요법만이 아닌 병용요법이 반영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항고혈압제의 복용 지속성이 낮을 수록 심혈관질환의 이환율 및 사망률이 높으므로 항고혈압제의 임상 유효성 평가와 비용-효과분석에는 혈압강하 효과 뿐만 아니라 부작용, 약제 지속률, 약제비용 비지속으로 인한 직간적 의료비 등을 모두 고려해서 분석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고혈압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복용지속성, 합병증의 발생, 총 의료비 사이의 정량적 관계를 파악해 임상 유효도와 비용-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코호트 분석을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김영권 교수(동국대 일산병원·심장혈관내과)는 "김진현 교수의 보고서는 문헌고찰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며, 새로운 메타분석을 한 것이 없고, 이미 되어 있는 메타분석을 이용했는데 그것을 해석하는 데에도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심사평가원 보고서는 '약제간 효과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을 제시했는데, 이같은 연구결과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사회적·의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칫 왜곡된 사실이 전파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지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60년간 이어온 항고혈압약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의 세심한 문헌고찰을 통해 각 약제들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유용성평가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전향적이고 국가적인 대규모 연구사업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혈압학회는 특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이사회 인준을 받은 후 대한내과학회 및 대한심장학회 공동으로 이같은 의견을 17일 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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