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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coverstory "강제 의약분업 정책 실패했다"
coverstory "강제 의약분업 정책 실패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5.1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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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의협 3층 동아홀에서 열린 '한국의료 살리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들이 강제 의약분업과 약가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Cover Story

보험재정 악화로 흔들리는 건강보험과 의료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주고,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야기한 의약분업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오후 7시 '한국의료 살리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10년 전 정부가 강행한 강제 의약분업과 약가 정책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있다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규탄했다.

의협 동아홀에서 열린 대표자대회에는 의협 중앙회 집행부 임원과 16개 시도의사회장단,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한 각과 개원의협의회장단·대한의학회·전국의대교수협의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전국 의사 조직을 이끌고 있는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 과거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평가없이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대해 신랄한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2007년 12월 9일 이후 3년 만이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한국의료 살리기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30년과 의약분업 10년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강제 의약분업의 철폐를 촉구했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가벼운 질환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 의료자원의 낭비와 의료왜곡이 심각한 실정임에도 정부는 약가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재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의료공급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의 자율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에 자율 선택권 보장해야

경만호 의협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의사들은 저수가 정책의 보험제도도 참았고, 말도 안되는 의약분업도 감내했다"면서 "상당수의 의사들이 수억 원씩 빚을 지고, 수 백곳의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있고, 전국 시군구의 1/3은 산부인과가 없는 지경이 됐다. 참을 만큼 참았고, 밀릴 만큼 밀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료붕괴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경영난으로 인해 안으로 곪아터지고 있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경 회장은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인 의료의 붕괴를 이대로 두고 볼 생각이냐"고 정부와 국회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 회장은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공급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15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이 절단나고 의료공급이 붕괴될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한국의료는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잡고, 잘못된 정책과 규제와 맞서서 이 나라 의료를 살리기 위해 모두 궐기해야 한다"며 '궐기'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경 회장은 "대표자대회가 궐기의 방아쇠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만호 회장 "참을 만큼 참았다"

박희두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가 죽어가는 진짜 이유는 잘못된 의약분업·실패한 약가 정책·고갈돼가는 건강보험 재정 때문임에도 정부는 실패한 의료정책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참고, 당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하나로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과 반목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며 "10만 의사 회원의 단합된 힘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보건의료정책을 개선해 한국의료 발전을 향해 힘껏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단결과 화합을 강조했다.

나현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의약정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 추궁 및 의약분업 정책 실패사례 대공개'를 주제로 의료현안 발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강제 의약분업을 실시해도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시행 1년도 안돼 보험재정이 파탄나자 의약정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 책임을 의료계로 몰아갔다"며 "건강보험재정 안정 및 의약분업 종합대책을 필두로 의사의 고유권한인 처방권을 제한하고, 약사법 개정정신을 위반한 저가약 인센티브·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처방총액 절감 인센티브제·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무분별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인정품목 확대 등을 통해 정부 스스로 의약정 합의사항을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나 회장은 "의료계의 경고와 합리적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강행한 강제 의약분업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는 물론 국민 불편과 불법 임의·대체 조제 등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며 "의료환경의 악화와 건강보험 지속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온 의약분업 주도 세력과 추진 세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의약정 합의 파기…분업 부작용만 초래

신원형 의협 상근 부회장은 '약가제도 투명성 확보 대책'에 대한 발표를 통해 "정부는 의약품 유통 투명성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리베이트 쌍벌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대체조제 확대·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 사업 등 의약품 정책을 시행했으나 국민의 건강권과 의약품의 안전성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약가정책에 메스를 들었다.

신 부회장은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성 측면을 도외시 한 채 정부의 약가정책에 협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약효가 뛰어나고 검증된 의약품 만을 처방하는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의약품 처방하기 캠페인'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국의사 대표자들이 강제 의약분업 철폐와 정부의 약가정책 실패를 규탄대회장인 의협 동아홀 벽에 2000년 6월 4일 경기도 과청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결의대회'사진이 걸려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신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특허 만료 후 오리지널 80%, 퍼스트 제네릭 68%에서 결정되는 높은 보험약가 상한 기준을 대폭 인하하고, 제네릭 의약품 간 품질 경쟁과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계단식 보험약가 산정 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지티브시스템제도 시행 이전인 2006년 12월 29일 이전에 등재된 오리지널 및 제네릭 약가까지 일률적으로 소급 인하해 약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직역대표로 참여한 박인태 전국광역시도협의회장은'의약분업의 모순과 재평가 필요성'에 관한 발표를 통해 "10년 전 국민의 정부는 강제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면서 선보완 후시행을 요구하며 제도 강행에 반대한 의료계를 개혁에 반대하는 악의 세력으로 몰아붙였다"며 "제도 시행 1년도 안돼 의료계의 예견대로 건보재정이 파탄나자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면서 의사 희생을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협의회장은 "의약분업 10년 동안 객관적인 평가가 전무하고, 실패는 접어둔 채 성과만 미화하는데 급급했다"며 "정부가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재정 절감, 약사 불법 임의조제 근절, 양질의 의료서비스 어느 하나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협의회장은 "정부 스스로 함정에 빠진 약가정책으로 인해 건강보험제도의 붕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집행부는 제 2의 의쟁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민 선택분업 실시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열린 13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전면에 '잘못된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제2의 의쟁투 시작…국민 선택분업 총력 다해야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1차 의료 활성화 대책'과 관련, "1차 의료의 역할과 비중이 낮아질수록 국민의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원 상담료·관리료를 신설하고, 보건소 진료기능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및 의료공급의 지속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원용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정부는 약가정책의 실패를 의료계의 책임으로 몰고 있다"며 "1차의료가 고사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폭등해 국민의 건강권이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의회장은 "왜곡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가 앞장서겠다"며 "졸속 의약분업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특허 만료 이후 약가 상한 기준 대폭 인하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수가 항목 신설 ▲국방의학원 설립 법률안 폐지 및 부실 의대 통폐합을 통한 의사인력 감축 등 한국의료살리기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낭독하고, 15개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성의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 대규모 집회와 휴·폐업 시위까지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 이날 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에서 상경한 300여명의 의료계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자유발언에서 일부 회원들은 의사를 형사범으로 취급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비롯한 보건의료정책의 책임을 집행부로 돌리며 경만호 회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반면 다른 회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경만호 회장을 밀어 의약분업 이후 10년 동안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며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허정 의협 감사는 "오늘 대회는 한마음으로 정부와 시민사회에 의료계의 뜻을 전하는 자리"라며 "적전분열은 안된다"고 당부했다. "현 상황에서는 내부 불만을 멈추고, 갈등은 없어져야 한다"고 밝힌 허 감사는 "하나도 단결, 둘도 단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대표자들이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성의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정부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2000년 의권쟁취 투쟁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일선 의사들의 의료개혁 요구 움직임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대표자대회를 계기로 MB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경만호 집행부가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 잡고, 잘못된 정책과 규제에 맞서겠다며 보건의료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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