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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론과 빼닮은 해외입양 폐지론
낙태 금지론과 빼닮은 해외입양 폐지론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05.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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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외입양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총 입양아 2439명 중 1125명(46.1%)이 국외로 입양됐다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의 자료 공개는 '고아 수출국 오명에서 벗어나자'는 해외입양 반대론에 불을 지폈다.

해외입양을 '노예제도'에 비유하며 해외에 입양된 아동을 '이국적 애완동물', '살아 있는 트로피'에 비유하는 어느 학자의 '극단적인' 인터뷰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외입양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이미 국회에는 2016년부터 해외입양을 전면금지하는 '입양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입양수출국' 소리를 들어선 안된다는 주장은 옳다. 해외가 아닌 국내입양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타당하다.

그런데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시점에 도달할 때까지의 기간, 그 공백기 동안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물음에 확실한 답을 주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해외입양을 금지할 경우, 입양 기회를 상실한 1천여명의 아동은 누가 데려다 키울 것인가?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해외입양 폐지론과 낙태 반대론 사이의 유사성이 발견되는 대목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강력히 처벌하면 낙태는 근절된다'고 말한다. 미혼모 임신이건 강간에 의한 임신이건, 낙태는 무조건 범죄라는 주장이다.

그들에게 사회·경제적으로 양육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수 많은 아이들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란 우려는 들리지 않는 듯 하다. 신상진 의원에 따르면 해외 입양아 가운데 미혼모 자녀가 약 85%를 차지한다.

2005년 고려의대가 보건복지부 의뢰로 실시한 연구결과 미혼 여성의 낙태 건수는 전체 낙태의 42%(14만여건)에 달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태 사유의 90%가 '사회·경제적 이유'다.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러한데도 국격(國格)이나 운운하는 것은 너무 한가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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