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주류에 건강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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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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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
▲ 서민(단국의대 교수 기생충학)

이십년 전까지 의사의 별명은 '칼 안든 강도'였다.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 때문인데, 실제로 그 시절에 의사를 했다면 '웬만큼 벌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의사들이 돈을 번 것은 박리다매, 즉 낮은 수가를 환자 수로 만회한 덕분이었지 의사들이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었다.

의사 수가 증가해 박리다매 전술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의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의료개방 얘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한국 의사들 이제 끝장이야!"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던 건 그런 편견의 소치였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는데,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다면 그건 다른 나라의 의료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는 사실이었다.

미국 지사에 근무했던 지인에 의하면 자기 회사동료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사흘간 있다가 퇴원을 했는데, 청구서에 3만불이 찍혀 나온 걸 보고 다시 쓰러질 뻔했단다.

그 지인도 이가 아파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보험이 적용되면 600불이지만 담당 의사의 예약이 꽉 차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기에 1000달러를 내고 비보험 치료를 받았고, 크라운 씌우는 것까지 해서 총 1800불을 카드로 긁었다.

그의 말이다.

"한국에선 의사 선생님이 자원 봉사단처럼 보여요. 신경치료 하니까 만원도 안나오기에 하마터면 치과의사 손을 덥석 잡을 뻔 했어요"

실상이 이런데도 사람들은 건강보험료 인상에 저항한다. 보험료를 올리려 할 때마다 시민들이 '의료계 퍼주기'라며 반발하는 장면은 늘상 벌어지는 일인데,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OECD 국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건강보험료로 걷힌 돈의 90% 이상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건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건강보험료를 조금밖에 안내니 전체 의료비의 60% 정도밖에 보장을 못해 주고, 집안에 중병 환자가 있으면 가족 전체가 거리로 나앉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 100% 보장을 해주는 게 옳은 방향이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건 말에게 생수를 마시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과거 사람들이 보험료 인상에 반대한 것이 해외 실태를 몰랐기 때문이라면, 지금의 반대는 관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선이 더 어렵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달 건강보험료로 3만원, 민간보험료로 12만원을 내고 있단다.

민간보험의 지급률이 건강보험보다 훨씬 떨어지는 걸 감안하면 아이러니하기만 한데,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6개 보건의료단체가 "주류에 건강세를 부과해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자"는 성명서를 발표한 건 이런 사정을 감안한 고육책이리라.

이 안이 통과되어 사람들도 건강해지고, 건강보험 재정도 튼튼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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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마 2010-06-15 10:29:52
건강보험에 지원되는 국고지원은 누계로 3조 6천억원에 이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기가 막한 일이다. 정부는 왜 법에 정한 국고지원금액을 내놓지 않고 있나? 정치권은 국민들 눈치에 보험료를 올리기도 힘들다. 현실적인 방안은 담배세와 같이 주류세에 증진기금을 부처 이를 건보로 끌어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감의 2010-05-13 10:08:12
천번만번이라도 추천 누르고 싶다. 특히나 지급률이 훨 낮은 민간보험료로는 건강보험료 몇배를 내고 있는 실정을 지적한 부분에서는... 순진한(?) 국민들이 민간보험회사의 마케팅에 넘어가는 동안 국가는 국민들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설득을 못하고 의지도 없는 것 같고...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